시즌 6번째 마드리드 더비였고 아틀레티코는 이 경기에서도 무패행진을 이어나갔고 지금까지 치러진 6번의 경기 중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이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아틀레티코의 선수 선발


에이바르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라인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 경기에 결장했던 후안프란, 미란다, 아르다 투란, 가비가 모두 다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러한 선발 명단 변화를 통해 아틀레티코는 본인들의 베스트11에 가까워졌다. 전반 이른 시간에 코케의 부상으로 사울 니게스가 투입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선발


페페와 세르히오 라모스를 모두 기용할 수 없었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라파엘 바란의 짝으로 나초를 선택했다. 마르셀루 역시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기에 파비오 코엔트랑이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루카 모드리치처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징계에서 돌아왔다.


경기 요약


아틀레티코가 매서운 속도를 앞세워 경기를 시작했고 빠른 시간에 리드를 잡았다. 레알 선수들은 만회를 위해서 앞으로 전진했고 이 때부터 아틀레티코의 역습 전략이 아주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시종일관 아틀레티코가 우세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4:0은 아주 적절한 스코어였다.


평소와 똑같았던 아틀레티코의 수비 조직


공이 없는 상황에서 아틀레티코는 우리가 아틀레티코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전부 보여줬다 : 수비부터 공격까지, 왼쪽 측면에서부터 오른쪽 측면까지 아주 놀라울 정도로 콤팩트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의 포워드들은 토니 크로스가 위치한 곳까지 후퇴했고 따라서 후방 1/3지점에 아틀레티코 선수들 전원이 밀집해있는 상황이 종종 만들어졌다. 수비도 라인을 많이 내리지 않았기에 언제든지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은 필요 상황에서 적절하게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 역시 중앙으로 밀집한 상태로 위치했고 코엔트랑과 다니 카르바할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놓여있었지만, 그건 두 선수에게 공이 없을 때 뿐이었다. 공이 두 선수에게 향하면 아틀레티코는 빠르게 두 선수의 길을 차단했다.


아틀레티코 수비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었고 상당히 전술적 훈련이 잘 되어있는 공격수들과 팀 전반적인 운동량이 굉장했던 것 뿐이었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아틀레티코는 유럽에서 가장 인상적인 클럽이고 그 수준은 타클럽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아틀레티코의 플레이는 다른 클럽들이 보고 배워야할 수준이다.


공을 전방으로 보내질 못했던 레알


레알 역시 마찬가지로 평소의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평소와 달랐던 것이 있다면 3명의 공격수들이 아틀레티코 수비수들에게서 벗어나 미드필드 진영에서 숫자를 늘리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선택은 아틀레티코가 중앙에서 굉장히 조밀한 구조를 가져간다는 것을 의식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레알 선수들은 서로가 아틀레티코처럼 조밀하게 위치해있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안첼로티 감독은 중원에서 3(레알) v 6(AT) 싸움이 벌어지는게 위험하다고 판단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호날두는 경기 초반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자신에게 지원이 없자 측면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후안프란의 밀착 수비를 마주치게 되었다. 이말은 즉슨 호날두는 공을 가지고 달리기보다는 공과 상관 없는 움직이면서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호날두처럼 벤제마 역시 조용한 하루를 보냈고 반면 가레스 베일은 사이드로 빠져서 카르바할로부터 여러차례 패스를 연결받았지만, 길레르메 시퀘이라를 뚫질 못했다. (아래 사진 : 드리블 돌파가 전부 실패로 끝났고 슈팅도 단 1번 밖에 시도하지 못했던 호날두)






아틀레티코의 압박


경기 초반에 주목해야했던 부분은 아틀레티코가 피치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후방에서부터 공을 가지고있는 상황에서 어린 센터백인 나초는 아틀레티코의 거센 압박에 당황하게 되었다. 아틀레티코는 수비라인을 뒤로 내린채 압박을 펼칠 수도 있고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할 수도 있는 팀이다. 이 날은 후자를 택했고 아틀레티코는 쉽게 상대의 공을 뺏어냈다.


공을 점유한 나초는 패닉 상태에 빠졌고 계속해서 롱볼을 선택했다. 60분 정도가 지나고나서 아틀레티코의 압박 템포가 떨어지고나서야 나초는 공을 편하게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까지 압박을 받으면 초조해보였고 따라서 레알이 점유율을 쉽게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아래 사진 : 아틀레티코가 처음에 전방 압박을 강하게 시도했을 때 점유율을 쉽게 내주던 나초(왼쪽), 아틀레티코의 전방 압박 템포가 떨어진 이후에 나초는 비교적 안정적인 패스 공급을 할 수 있게 되었다(오른쪽) )






아틀레티코의 공격 움직임


정말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아틀레티코란 팀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철저한 규율 아래서 움직이는 팀이지만, 상황이 공격으로 전환되면 응집력있고 유동적인 팀으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팀이다. 어떠한 선수들이든 갑자기 박스 안쪽에서 튀어나온다. 상대팀은 이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도대체 어디서 이 선수가 갑자기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울 니게스의 두번째 득점 장면이야말로 예측 불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골이라고 생각된다. 공의 소유권을 다시 찾아온 상황에서 레프트백인 시퀘이라가 어느새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위치까지 전진해있었다. 상식적으로 순식간에 풀백이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득점이 가능한 지역으로 과감하게 침투하는 움직임 덕분에 골이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중앙 공격수들은 측면으로


아틀레티코 2명의 센터-포워드들의 위치 선정과 움직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굉장히 후방에 위치했던 그들은 주로 측면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레알 마드리드 풀백들의 뒷공간을 주로 공략했고 나초와 바란을 그들의 본래 위치에서 끌어내고자 했다.


두 선수의 움직임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아래 그림을 통해서 그리즈만과 만주키치가 받은 패스 위치를 보도록 하자. 두 선수가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시도했고 두 선수 모두 바란과 나초 중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인 나초를 주대결 상대로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측면 미드필더들은 중앙으로


포워드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사울과 투란은 중앙으로 이동했으며 레알 마드리드 수비 라인 사이의 공간을 노렸다. 이 날 레알은 백4라인 앞쪽의 공간을 너무나도 자주 허용했다. 티아구 멘데스의 첫번째 득점 장면에서도 상당한 공간을 티아구에게 내줬었고 크로스가 이른 시간에 경고를 받았던 것, 사미 케디라가 조기에 교체된 것 역시 백4 라인 앞쪽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진하는 아틀레티코의 풀백


베일과 호날두 모두 수비 가담과 상대 선수를 쫓아다니는 것에 관심이 없는 선수들이라는 것을 잘 간파한 시퀘이라와 후안프란은 과감한 위치선정을 통해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두 선수의 움직임은 측면에서 아틀레티코가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아주 결정적인 요소였다. 두 풀백의 전진으로 아틀레티코는 측면에서 2 v 1 상황이나 3 v 2의 상황 (혹은 3 v 1)을 자주 만들어냈고 박스 안으로 공을 투입시킬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의 4골 모두 크로스 혹은 컷백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문제


레알 입장에서는 수비진이 너무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너무 많이 패배했고 특히 주요 지역에서 상대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압도당했다. 오프사이드 트랩은 엉성했고 주심이 오프사이드 선언을 하지 않았더라면(오심) 앙투완 그리즈만이 카시야스를 상대로 1골 더 넣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날의 4실점을 가지고 백4 라인만 탓할 것이 아니다. 아틀레티코와 비교해서 레알은 수비수들을 보호하는 모습이 턱없이 부족했다. 3명의 공격수들은 수비 부분에 어떠한 기여조차 하지 않았고 측면으로 자주 빠진 이스코는 중앙에 있는 크로스를 도와주기 위한 백업 속도가 느렸고 케디라는 여전히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해 4-4-2 시스템을 통해서 바이언을 압살했던 것을 생각했을 때, 이 날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에게 너무나 공간을 많이 내줬고 너무나도 적극성이 떨어진 팀이었다.


후반전


안첼로티 감독은 케디라를 빼고 헤세를 투입시키면서 이스코를 더욱 후방으로 내려 4-2-4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변화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전과 똑같이 플레이했고 그리즈만과 만주키치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두 선수 모두 후반전에 골을 기록했다. 레알이 중앙에서 너무나도 넓은 공간을 상대에게 내줬고 아틀레티코는 공을 점유한 상태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상대에게 앞선 상황에서 아틀레티코가 수비 라인을 내리거나 점유율을 통해서 경기를 이쯤에서 끝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 두드러졌다.


만주키치는 후반전에 득점뿐만 아니라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기여도가 상당히 높았다.(아래 그림 참고) 적극적으로 태클을 시도하고 상대의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시메오네 감독의 시스템에 자신이 왜 적합한 공격수인지를 증명했다. 만주키치는 디에구 코스타를 대체하고 있는 자원인데 코스타만큼의 다이나믹함은 떨어지지만, 부족한 부분은 그리즈만이 충분히 채워주고 있으며 만주키치의 운동량은 실로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다.


아틀레티코는 슈팅 숫자에서도 17:4로 레알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80분 이후에서야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호날두는 단 한 차례의 슈팅 시도를 하는데 그쳤다.





결론


아틀레티코의 완벽했던 경기력이었다 : 수비는 탄탄했고 공격은 물흐르듯 진행되었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는 피치 중앙을 지배했고 공이 있는 상황에서는 측면에서 계속해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이 날의 아틀레티코는 조직화된 경기력의 결정체였다.


공격 상황으로의 전환에서 아틀레티코가 보여준 움직임은 단연 인상적이었으며 공을 소유했던 시기보다 역습 상황에서 더욱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레알은 완전히 압도당했고 피치 어느 위치에서도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어떠한 컨셉으로 경기에 임한 것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분명히 선수들의 부상이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력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은 강팀을 상대로할 때 자신들의 전술을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이 날의 레알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경쟁력이 없어보였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2/10/atletico-madrid-4-0-real-madrid-atletico-solid-in-central-areas-when-defending-and-fluid-to-cause-overloads-out-wide-when-attac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