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아주 늦게서야 발동이 걸리면서 유러피언 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경고 누적으로 미드필드 후방에 나설 수 없게된 사비 알론소를 대신해 사미 케디라를 투입시켰고 왼쪽 풀백으로는 마르셀로 대신 파비오 코엔트랑을, 센터백에는 100% 회복이 되지않은 페페 대신 라파엘 바란을 투입시켰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아르다 투란을 활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라울 가르시아가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과감하게 명단 제외를 결심한 투란과 달리 시메오네는 디에구 코스타의 몸상태에 관해서는 도박을 걸어봤다. 그렇지만 디에구 코스타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 시작 10분도 되지않아서 아드리안 로페즈가 대신 투입되었다.
경기는 상대적 약자(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수동적이고 역습을 추구하는 AT는 세트 피스에서 득점을 만들어냈고 90분이 넘어서까지 리드를 유지했다. 그렇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종료 직전에 기록한 동점골은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고 90분동안 승부가 나지 않았던 경기는 연장전에서야 단 한 명의 승자가 추려졌다.
경기의 전반적 패턴
경기의 패턴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었다. 역습을 추구하는 두 팀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러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되었었다. 90분 내에 나왔던 득점도 모두 코너킥에서 만들어졌고 오픈 플레이에서 완벽한 찬스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고 역습에 강한 두 팀이었지만 두 팀 모두 역습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틀레티코는 자신들이 가장 잘 활용하는 4-4-2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하프 타임 이후부터는 4-1-4-1로 포메이션을 변형시켰다. 레알의 포지션은 4-4-2와 4-3-3의 혼용으로 보였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4-4-2스러운 모습이었다.
점유율을 가져간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가장 주목했어야했던 점은 아틀레티코가 어떻게 점유율을 획득하느냐였다. AT는 4-4-2를 두가지 방식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 굉장히 공격적인 수비라인을 형성하면서 높은 지역에서부터 압박해 공을 뺏어내거나,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리면서 공간을 커버하게 만든다. 두가지 선택지에서 AT는 후자를 선택했다. 상식적으로 레알의 빠른 공격을 염두해둔 선택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AT의 경기 접근 방식으로 경기는 두 팀 모두 차분하게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길 기다리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AT는 베일과 호날두에게 공이 연결되는걸 완벽하게 차단했다. 90분 경기동안 전형적인 레알의 역습 전개는 단 2차례에 불과했다. 두 차례 모두 AT가 횡패스를 시도하다가 어처구니 없게 레알 마드리드에게 연결해주는 장면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다. 다비드 비야의 패스 실수는 호날두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고, 비야보다 어처구니 없었던 티아구의 패스 실수는 베일이 중앙으로 파고들어 슈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건 이번 경기 오픈 플레이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득점 기회였을 것이다.
레알이 역습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다른 이유들이 있다 : AT가 굉장히 좋은 포지션 플레이를 수행했고 그들은 기꺼이 거친 파울로써 레알의 역습을 끊어내고자 했다. 베일과 호날두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으며, 레알 선수들은 AT 선수들이 자리를 벗어났을 때, AT만큼 공을 잘 뺏어내질 못했다. 장기간 부상으로 이탈해있었던 케디라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으며 레알에게 필요했던 중앙 지역에서의 에너지와 끈질김을 전혀 제공해주질 못했다. AT는 계속해서 레알을 괴롭혔다.
경기가 시작될 때, 레알이 가장 바라던 장면은 카림 벤제마가 후방까지 깊숙히 내려오면서 AT의 수비수들을 박스 바깥으로 끌어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베일이 빠르게 파고드는 것이었을텐데 사실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AT의 공격전개
사실 AT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형편없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코케가 왼쪽과 중앙을 오가면서 플레이했지만, 투란과 코스타가 없는 시메오네의 팀은 역습 상황에서 이전만큼 빠른 패스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팀 전체적인 속도와 공격성 모두 떨어졌다. 특히 디에구 코스타는 올 시즌 초반에 있었던 레알과의 일전에서 레알의 2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아주 멋진 경기를 펼쳤는데 이번에는 그가 없었다. 비야가 부지런하게 수비수들과 경합을 벌였지만, 그도 그렇고 아드리안도 (공격 전개를 위한) 마땅한 출구를 찾아내지 못했다.
덧붙여 말하자면, 비야는 결승전 경기에서 가장 많은 파울을 저지른 선수이자 가장 많은 파울을 당한 선수였다. 그는 이 날밤만큼은 디에구 코스타가 되려고 했다.
비야와 라울 가르시아가 자리를 자주 바꾸면서 라울 가르시아의 공중볼 경합 능력을 AT가 십분 활용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라울 가르시아의 공중전 능력은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통했는데, 안첼로티 감독이 마르셀로 대신 코엔트랑을 선발출전시켰던 것도 가르시아의 공중전 경합 능력이 AT의 위력적인 무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AT는 많은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AT의 스트라이커들은 머리로 공을 따내기 위한 적합한 위치로 가질 못했다. 레알의 센터백들은 AT의 일정한 패턴의 공격에 대응했는데, 끝내 경기를 구했던 헤더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머리에서 만들어졌지만 자기 진영에서의 공중볼 처리는 바란이 더 확실했다. 바란은 경기 내내 아주 중요한 클리어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레알은 디에고 고딘의 아주 중요한 득점을 막아내지 못했다. 물론 이케르 카시야스가 공중볼에 대한 판단을 잘못내린 부분도 있다.
자유로운 카르바할
AT와 바르샤의 대결에서 경기의 열쇠는 다니 알베스가 쥐고 있었다. AT는 알베스에게만 의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줬는데 그만큼 시메오네의 AT를 상대할 때, 상대 팀의 라이트백의 중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코케가 중앙 지향적이며 공격적인 것을 감안하고 또한 필리페 루이스가 센터백과의 간격을 좁히면서 수비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레알이 고집해야할 것은 카르바할을 활용하는 것이었고 그는 전반전 내내 끊임없이 전진했다.
카르바할은 굉장히 기술적인 선수지만, 아직까지는 크로스가 장점으로 손꼽히는 선수가 아니다. 위협적인 선수였으나 그가 만들어내는 최종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호날두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벤제마와 함께 투톱을 형성했지만 AT는 기꺼이 크로스 공격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4-1-4-1로 변신한 AT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시메오네가 전술을 수정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본다. AT가 1:0으로 앞서있는 상황이었기에 추가적인 미드필더를 배치시키면서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지시한 것은 이해가 된다. 코케가 아예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아드리안이 측면으로 빠져서 레알의 풀백인 카르바할의 전진을 조금 더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티아구가 혼자서 커버해야할 공간은 전반전보다 늘어나버렸다.
전반전 내내 AT를 위협했던 카르바할을 막기 위한 전술적 변화였지만, AT는 공격 전개에서 이득을 보았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15분간 카르바할은 아드리안 때문에 쩔쩔맸다. 아드리안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있어 최적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며 측면에서 드리블 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드리안은 후반전 AT 최고의 득점 기회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후반전 초반 AT 선수들 중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안첼로티의 대응
60분이 지나고, 안첼로티는 작아보이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낸 2가지 교체를 시도했다. 코엔트랑 대신 투입된 마르셀로는 왼쪽 측면에서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로 레알 마드리드 공격에 위력을 더했다. 시메오네는 재빨리 지친 라울 가르시아를 빼주고 호세 소사를 투입시켰다.
피치 중앙에서는 예상되었듯이 케디라가 빠지고 이스코가 투입되어 레알은 부정할 수 없는 4-4-2 포메이션이 되었다. 이스코는 아시에르 이야라멘디보다 더욱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옵션이었다.
이제 레알은 공격적인 미드필더들로만 미드필드진을 구성하게 되었다. 2명의 전형적인 10번 유형의 선수, 2명의 윙어. 그 때부터 AT의 아드리안은 라인 사이의 공간에서 공을 점유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공을 잡아내질 못했다. AT는 (레알이 공격적인 선수들로 미드필드진을 구성한) 이 때 더 많은 역습을 시도했어야만 했고 결국에는 늦은 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AT가 전술적으로 수비적인 퍼포먼스를 선택했다고 봐야한다.
양팀 감독 모두 지치고 부상당한 선수들 때문에 세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벤제마는 알바로 모라타로, 필리페 루이스는 토비 알더바이렐트로 교체되었다.
앙헬 디 마리아
레알의 화려한 역전승의 주인공은 디 마리아였다. 경기 내내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을 연결하면서 아주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레알이 공을 잡았을 때, 베일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사실 경기 막바지에도 디 마리아는 아주 결정적인 패스를 시도하지 못했는데 왜 그런거냐면 AT 선수들이 파울로 디 마리아가 패스하기 이전에 상황을 끊어냈기 때문이다. 경기가 75분이 지나기도 전에 디 마리아를 막으려다 경고를 받은 AT 선수는 무려 3명이나 된다.
디 마리아는 빠른 발과 왼쪽에서의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을 지닌 선수다. 마르셀로가 효율적으로 디 마리아를 도왔기 때문에 레알의 강점인 위치였다. AT는 여전히 크로스 공격은 기꺼이 당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레알 입장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는 방법은 디 마리아의 크로스 공격이었다. 120분 경기에서 디 마리아와 마르셀로가 같이 뛴 시간은 절반에 불과한 60분이지만, 그 어떤 선수간의 패스 연결보다 디 마리아와 마르셀로간의 주고받은 패스가 가장 많았다.
동점골
결국에는 추가시간에 터진 라모스의 헤더가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고 갔다. AT는 91분에 호세 소사에게 프리킥을 슈팅으로 연결하도록 지시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슈팅도 형편없었을 뿐더러 그 때의 프리킥을 최소 코너킥을 얻어내거나 시간을 소비하는데 썼어야한다.
끝내 AT는 실점하면서 양쪽 포스트에 사람을 세워두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양쪽 포스트에 사람을 세워두는건 축구 전략 중에 가장 등한시되는 부분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AT는 10명의 선수 모두 수비에 활용하고 있었고 1명이 짧게 연결하는 코너킥에 대해 대비하고 있었고 무려 9명의 선수가 페널티 박스에 위치해있었다.
포스트에 사람을 세워두지 않았던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고 단순히 간과한 사항이었을 뿐이다. 시메오네 감독은 포스트에 서있을 선수들이 세컨볼이 아니라 처음부터 경합해주길 바란 것이었고 세컨 볼 상황에서 오프사이드를 노렸던 것일 수도 있다. 시메오네는 이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했을거도 AT가 올 시즌 세트 피스를 시즌 내내 철통같이 방어해왔던 것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연장전
90분 승부엔 무승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연장전부터는 단 하나의 승자가 가려진다. 뒤늦은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레알 마드리드는 AT보다 더 많은 승부욕이 있었고 더욱 활력있어보였다. 경기를 지배했던 팀은 레알이었고 끝내는 AT의 리드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지난 3주간의 리그 행보를 볼 때 더 많은 휴식을 취했던 팀은 AT가 아닌 레알이었다. 시즌 내내 미드필드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던 AT 선수들은 이제 지칠 때가 되어버렸다. 시메오네 감독은 디에구 코스타를 무리하게 출전시키면서 첫번째 교체카드를 무의미하게 쓰게된 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AT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레알이 노릴만한 공간을 없애는데 치중했으나 누가봐도 지쳐보였다. 디 마리아는 놀랍게도 연장전에서조차 드리블로 전진했고 그의 드리블과 슈팅은 베일의 결승골로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 마리아는 충분히 MOM이 될만한 플레이를 보였다. 웨일즈 출신의 베일은 경기 내내 형편없는 결정력을 보였지만 결승골을 기록했다.
AT는 1:2라는 열세를 뒤집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선수들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뒤이어 터진 레알의 2골 모두 AT 선수들이 상대를 적절하게 방어할 힘이 소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만들어진 득점이었다. 마르셀로는 자신이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걸 간파했고 슈팅을 시도했고 호날두는 PK를 얻어내 득점을 성공시켰다.
연장전에서 터진 레알의 3골 모두 왼쪽에서 만들어졌고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레알은 지속적으로 왼쪽 공격을 시도했으며, AT의 오른쪽 측면을 담당하는 후안프란이 연장전 내내 발을 절뚝이면서 뛰었다는 것이 레알이 왼쪽에서 득점을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결론
AT가 2분만 더 버텼더라면 결승전의 승자는 AT였을 것이다. 전술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선택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지난 라 리가 최종 라운드 바르셀로나전에서와 유사한 전술을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다. (AT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하고만 총 6번의 대결을 펼쳤다) AT와 레알 마드리드와의 맞대결은 이번 시즌에 들어서 5번째였는데 두 팀 모두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90분까지의 시나리오는 AT가 계획한 완벽한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투란과 코스타의 부재로 그들은 역습 상황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수비 조직의 견고함과 공중전에서의 장점을 활용한 플레이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AT는 시즌 내내 세트 피스 방어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였는데, 레알의 세트 피스를 막지 못했던 것 때문에 더블 달성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준희, 장지현 위원의 원투펀치 방송을 참고하면, 올 시즌 AT는 결승전 이전까지 코너킥 실점이 없었고 필리페 루이스-미란다-고딘-후안프란 동시 출격 시 패배가 없었다고 합니다)
처참한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지은 것은 AT 입장에서 쓰디쓸 것이다. 그렇지만 시메오네 감독과 그의 선수들은 세기 팀으로 여겨져 마땅하다. 두 팀이 독식하던 리그에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며 결승전에서 패배했지만, 리그와 컵 대회에서 모두 괄목할 성적을 거두었다.
레알은 오랫동안 꿈꿔온 챔피언스 리그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완벽한 전술적 승리는 아니었지만, 안첼로티 감독의 교체는 성공적이었고 디 마리아는 아주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디 마리아보다 더 스타 플레이어인 선수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시메오네처럼 안첼로티 역시 잘 짜여진 팀을 만들었고 특히 기술적인 능력이 풍부한 선수들로 그런 팀을 만들었다는 것이 두드러진다. 후반전 중반부터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 구성을 했음에도 수비의 안정성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레알 선수들이 AT 선수들보다 몸상태가 더 좋았다는 것도 하나의 승리 요인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도 선수 관리를 잘 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4/05/27/real-madrid-4-1-atletico-madrid-aet-real-snatch-late-equaliser-at-end-of-cautious-first-90-minutes-before-becoming-rampant-in-extra-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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