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6년 1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주중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조 앨런의 극적인 동점골이 나오자 위르겐 클롭은 허공을 향해 펀치를 날리기 까지하며 기뻐했다. 클롭은 그 순간 단순한 극적인 승점 1점에 기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축구가 실현되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느꼈을 것이다. 2013년 클롭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한테 그것은 충분치 않으며 내가 원하는 경기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는 차분한 축구가 아닌 파이팅 넘치는 축구다. 독일에서 '잉글리쉬'스럽다 이야기하는 것들 : 비가 오는 날 질척거리는 피치 위에서 모두의 유니폼이 진흙탕이 되어가며 싸워 5:5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 나는 그런 축구를 좋아한다." 물론 안필드에서 아스날과의 무승부는 5:5 스코어가 아닌 3:3 스코어였지만 그 경기는 충분히 '드라마, 에너지 넘치는 경기, 카오스, 선수들의 의지가 충만한" 이라 표현될 수 있는 경기였다.


한편 리버풀과 똑같은 3:3 스코어를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루이 반 할은 그런 부류의 경기를 극도로 싫어한다. 반 할의 축구는 완벽한 컨트롤을 요구하며 그런 반 할의 철학은 터치라인에서 감독 스스로가 보여주는 행동으로 요약될 수 있다. 클롭이 터치라인에서 뛰어다니고 윽박지른다면, 반 할은 자신의 자리를 냉정하게 고수하며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런 반 할이 뉴캐슬 원정에서 최소 2차례 이상의 강한 리액션을 보였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허나 반 할과 클롭의 대결은 서로 다른 개성의 충돌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감독의 맞대결은 각기 다른 축구 철학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서로 상반된 철학에 대한 변증법은 현대 축구를 구성하고 있다. 반 할의 선수 육성법은 전형적인 네덜란드 방식이지만 그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인물인 리누스 미헐스과 요한 크루이프의 철학을 신뢰하지 않는다. 반 할의 철학은 분명히 토탈 풋볼에서 시작되었으나 반 할은 그것에 대해 실용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반 할은 공을 소유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길 원하고 쓸데없이 점유율을 상대에게 내주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즉흥성의 결여,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은 크루이프가 반 할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아약스의 윙어였던 스야크 스바르트는 반 할의 축구 철학을 부정하고 2015/2016시즌에 반 할은 '지루함'이라는 비평과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지도했던 바르셀로나 감독 중에서 반 할이 자신의 축구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역시도 점유율을 가장 우선순위로 판단하지만 경기 속도와 패스의 흐름은 올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여주는 꽉 막힌 답답함과는 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과르디올라의 재임기간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은 전세계를 지배했다. 어느 누구도 바르셀로나처럼 경기하지 못했지만 엘리트 클럽들은 바르셀로나처럼 경기하기를 원했다. 그 결과 90년대 후반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인물들이 현재 엘리트 클럽의 감독 자리를 다수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결코 멈추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진화를 한다.


바르셀로나의 (성공에 대한) 갈망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를 대항하는 방법론의 의견 합의 역시 이루어지고 있었다 : 바르셀로나가 공을 소유하면 깊숙히 내려앉아 파이널 서드 공간을 틀어막아 바르셀로나가 공을 측면으로 돌리게 유도한다. 바르셀로나가 70%를 뛰어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도록 내버려두고 빠르게 역습으로 반격을 가한다. 바르셀로나가 패스 리듬을 형성하기 이전에 전방에서부터 압박할 수 있다면 그렇게하는 것이 훨씬 좋다. 


어쨌든 이것은 클롭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마인츠에서 그랬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도 60~80년대 잉글랜드 스타일의 압박을 더욱 에너지넘치고 세련되게 바꿔놓았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클롭의 축구를 자신들 본래 축구의 진화 형태로 받아들여야만 했지만, 잉글랜드는 90년대 초반부터 자신들의 축구 색깔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클롭의 축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프레싱, 피치 높은 구역에서부터 공을 뺏어오려는 시도 역시 바르샤약스(Barcajax) 스타일로 반 할과 과르디올라가 추구하는 전술적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클롭의 축구가 이것과 차이를 가진다면 그것은 공을 뺏어낸 이후의 태도이다.


아르센 벵거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무익한 점유율'이라 지칭한 바 있으며 심지어 바르셀로나의 기술적 우아함을 동경하는 사람들조차 때로는 그들 축구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한편 2013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각각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탈락시킨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빠른 역습은 반박의 여지없이 굉장히 즐거운 축구였다. 


2012/2013시즌을 끝으로 바이언을 떠나는 유프 하인케스의 축구는 후계자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것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젊었으며 독단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바이언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과르디올라는 보다 유연한 감독이 되었고 다양한 경기 접근법을 갖춘 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스타일과 탄탄한 게겐프레싱이 합쳐져 뮌헨에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때와는 사뭇 다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바이언의 축구 근간 역시 반 할의 축구이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점유율과 클롭이 선두주자 역할을 수행하는 공을 뺏긴 이후의 압박은 모두 반 할이 선호하는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마치 강물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듯이 그 축구 흐르은 바이언에서 합쳐졌다.


AZ 알크마르에서의 성공은 반 할도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랬던 것처럼 핵심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어쩌면 반 할은 엘리트 클럽이라면 축구는 당연히 점유율에 기반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역습 전술이란 단지 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에 불과하다. 


반 할처럼 영리한 감독을 축구의 발전에 뒤쳐진 인물이라 폄하하는 것은 이단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분명 유나이티드의 느릿느릿한 점유율 축구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축구 선수가 유명인이 된 세상, 과거보다 개인주의가 널리 퍼진 세상에서 반 할이 선수들에게 강요하는 "시스템 속 자기 희생과 평등주의"는 결코 편하게만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jan/15/jurgen-klopp-louis-van-gaal-manchester-united-liver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