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두 팀이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치고박는 경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점유를 하지 않으려는 축구, 느리게 진행되는 축구를 너무나 자주 목격했다. 



15차례의 유러피언 챔피언십 대회 중 가장 최악의 대회로 거론될만한 유로2016이 마무리 되었다. 이번 대회는 총체적인 퀄리티가 상실된 대회로서 서투른 벨기에를 상대로 웨일스가 가볍게 승리를 거둔 것이 마이너의 반란처럼 평가가 격상되기까지 했다. 전체 51경기 중에서 중립팬에게 기억될만한 경기는 프랑스와 독일의 대결 정도였다. 사실 프랑스와 독일의 대결은 대회 나머지 경기의 특성을 전혀 대표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이 우승할 자격이 있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포르투갈이 가장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유로2016 대회의 전반적인 전술적 기조를 가장 대표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2명의 공격수만 남겨둔 채 8명의 선수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420분간 단 1골만 실점하는 요새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포르투갈은 정규시간으로 한정지었을 때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것이 현재 국가대표 축구이다.


물론 약소국가의 놀라운 성적도 있었다. 아이슬란드와 웨일스 사람들은 프랑스에서의 2016년 여름을 매우 긍정적인 관점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유로2016은 어떤 관점으로 봐도 엘리트성과 동떨어진 대회로서 국가대항전의 죽음이란 또 다른 단계에 도달한 것 같게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언더독 입장에서는 기뻐할 일이다. 


비록 여전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골리앗이 퀄리티 측면에서도 더 높고 금전적 보상도 더 높은 클럽 게임을 오랜기간 소화하고서 국가대항전에선 정작 자신이 클럽에서 무엇을 했는지 망각한 것과 같은 지친 상태로 등장한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까?


모든 토너먼트가 대회가 끝날 때마다, 항상 우리는 전술적인 부분에서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되묻는다. 하지만 유로2016은 전세계가 백4를 쓰게 만든 1958년 월드컵과 같은 파급력을 지니지 못한다. 네덜란드가 토탈 사커의 효력을 전세계에 알린 1974년 월드컵의 파급력에도 미치지 못하며 경이로운 백3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1986년 월드컵과도 크게 비교된다. 유로2016은 클럽 경기와는 간접적인 수준의 관계에 지나지 않았으며 어쩌면 전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면이 더 두드러지는 대회였다.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등장하고선 티키-타카 방식으로 빈번하게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모두가 바르셀로나의 경이로운 플레이에 충격을 받았고 그들에게서 공을 뺏어오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2010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인터나치오날레가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고 그 때부터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공을 점유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바르셀로나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르셀로나의 극단적 점유율에 맞서 조세 무리뉴는 극단적인 점유율 포기를 선언했고 이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유로2016에 참가하는 국가들은 모두 경기를 주도하려는 상대에 대응하는 팀이 되려했다. (take on the reactive role) 대다수 경기에서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팀이 없었고 그 결과 서로 공을 점유하지 않으려는 느린 경주가 진행되었다. 서로의 뚜렷한 경기방식으로 처음부터 치고박는 경기는 우리가 굉장히 재밌어하는 경기 스타일인데 그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8명의 선수를 공 뒤에 위치하는 열망이 더 커지면서 평범한 경기가 양산되는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통계적으로도 전체 경기의 49%에서 한 팀이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팀의 점유율이 60%가 넘는 경우가 전체의 37%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이다. 즉 유로2016의 절반 정도가 분명하게 공격팀 vs 수비팀 구도로 구분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일은 프랑스전에서 66.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 프랑스가 아주 명확한 공격 전술을 유지했고 그 결과 점유율 차이 속에서도 충분히 신나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수비하기로 마음먹은 팀이 스스로 샌드백 역할을 자처한다면, 경기를 볼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FA컵이 알리기 싫어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 FA컵의 경기 퀄리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회 초반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는다. 프리미어 리그 클럽이 약한 전력인 팀을 내보내더라도 FA컵의 생명줄과 같은 충격적인 결과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충격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경기는 보통 재미가 없다. 그런데 국가대표 레벨에서는 클럽 수준만큼 공격이 짜임새있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가대표 특성상 준비시간이 적고 그렇기 때문에 밀집된 후방 수비를 뚫을 공격 선수들 사이의 이해심을 형성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독일은 슬로바키아전에서 밀집수비를 상당히 잘 뚫어냈다. 그러나 독일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창조성을 담당하는 주축인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뮬러, 메수트 외질이 상당히 오랫동안 같이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표팀에서 그러기 쉽지 않다.


유로2016은 더 많은 국가에게 대회참가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엘리트 주의에서 벗어났다. 이번 대회에서 임팩트를 남겼던 웨일스,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 같은 약소국은 16개국이 참가하는 토너먼트였어도 충분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만큼 지역예선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였다. 프랑스와 예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15개 국가들을 떠올려보자. 지역 예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16개팀과 실제로 이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국가의 차이는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헝가리와 아일랜드로 바꾸는 것일 뿐이다. 2주의 시간동안 굉장히 지루한 36차례의 경기가 진행되었다.


유로2016은 수비하는 팀에 대해 불평이 쏟아진 대회로 기억되겠지만, 약팀은 당연히 수비를 해야한다. 가능한 선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그렇게 축구할 필요가 있고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면 그것은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수비를 뚫기위해 공격하는 팀이 형편없는 기량을 보여준다면, 경기는 재미없어지게 된다.


대신 최고의 국가대표 대항전에 대한 한탄을 하고 싶다. 3주 반의 시간동안 평범하고 낮은 퀄리티의 축구가 지속되었다. 유로2012도 재미없었다는 사실은 유로2016이 최악이라는 것을 바꾸지 못한다. 사실 그 이전 3차례의 유로 대회는 아주 훌륭했었다. 퀄리티가 희석되면서 국가대표 축구는 죽어가고 있다. 아마 유로2016은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전술을 유지한(homeopathic) 첫번째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p.s.//


via @Soccermatics




유로2016에서 점유율과 해당경기 골득실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



마찬가지로 2015/2016시즌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로도 해당경기 골득실과 점유율이 상관관계가 없거나 상당히 적은 경향성을 보이는걸 확인할 수 있음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jul/12/euro-2016-death-possession-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