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tefan Szymanski (원문은 2016년 3월 24일에 작성되었습니다)


통계적 관점에서 레스터 시티의 스토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스토리와 맥락을 같이한다. 레스터와 트럼프 모두 이 경쟁에서 일종의 아웃사이더였는데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쟁취하기 직전까지 왔다. 한편 평론가들은 그들이 목표에 다다르기 직전까지 그들의 가능성을 일축하기 바빴다. 두가지 케이스 모두 지금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기존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기이한 행보가 각자의 분야에서 틀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제 축구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자. 나는 레스터의 행보는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사람들은 레스터의 성공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 말하는데 확실히 그들의 사건은 굉장히 극단적이다. 트랜스퍼마르크트(Transfemarkt) 데이터에 따르면, 레스터 시티는 EPL에서 12번째로 비싼 스쿼드이다. 이곳에서 측정하는 스쿼드 가치는 선수단 임금과 상당히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출판된 사커노믹스 책에 서술했듯이 선수단 임금과 성적은 굉장히 높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EPL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다수 팀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지출하는 팀이거나 2번째로 많은 주급을 지출하는 팀이었다.


1994/1995시즌 우승한 블랙번이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임금 지출을 기록한 팀이고 그보다 밑으로 선수단 임금을 지출하면서 우승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의 레스터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려면 1970년대 브라이언 클러프의 더비 카운티, 노팅엄 포레스트나 그 이전 1962년의 입스위치 타운까지 시간을 거슬러야 한다. 44일로 마감한 리즈 유나이티드 생활을 제외하고 클러프는 매번 자신이 맡은 팀을 최고로 만들었던 위대한 인물이다. 물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역시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오랫동안 감독직을 이어왔으나 지금까지 그의 경력은 클러프처럼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레스터의 사건은 굉장한 행운이 따른 경우라 볼 수 있다. 시즌 초반 사람들은 레스터가 결국엔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할 것이라 전망했다. 평균적으로 중위권에 머무르는 팀은 50골 정도를 기록하고 실점도 그와 비슷하게 허용한다. 현재까지 31경기를 치른 레스터는 54골을 넣었는데 실점을 31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레스터는 38경기에서 66골을 넣을 것이며 38골을 내주어 +28의 골득실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시즌의 EPL 챔피언의 기록의 평균을 보자. 평균적으로 지난 10시즌간 EPL 챔피언은 84골을 넣었고 31골을 내주어 +53의 골득실을 기록했다. 현재의 흐름대로면 레스터가 66골을 넣을 것이고 +28의 득실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과거 기록을 볼 때, 레스터보다 더 적게 골을 넣고 우승한 팀은 1977년 리버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고 +28골보다 더 적은 골득실로 우승한 팀을 찾으려면 1975년의 더비 카운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평균적으로 중위권팀 득점수의 표준편차는 9골이고 실점수의 표준편차는 8골이다. 레스터의 기록이 평균적인 중위권 클럽의 기록보다 표준편차의 2배만큼 떨어지지 못하는데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것은 레스터의 이번 행보가 우연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사실 레스터의 돌풍보다는 EPL이 과거와 다른 기이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첼시의 부진처럼 다른 기이한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 EPL팀의 홈경기 평균 승률은 46.3%였는데 올시즌에는 그 수치가 39.6%까지 떨어졌고 올시즌에는 홈경기 평균 승률과 원정경기 평균 승률이 6% 차이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난 14/15시즌까지의 평균적인 홈원정 승률차이는 19%였는데 말이다.


재정적 우세도 더 이상 과거처럼 강력하지 못하다. 과거 EPL에서는 두 팀이 맞대결을 펼쳤을 때 더 높은 임금을 수령하는 팀이 48%의 승률을 기록했었다. 수치적으로 급격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으나 올 시즌에는 그마저도 45%로 감소했다. 더 적은 자본규모의 팀이 원정에서 승리하는 팀의 비율이 8.6%에서 12.5%로 올라갔고 더 큰 자본규모를 보유한 팀이 홈에서 이기는 확률 역시 감소했다.


과거 리그를 지배하던 팀들은 이번에 과거만큼 지배적이지 못했다. EPL의 부는 점점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소수의 클럽이 다수의 클럽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임금과 선수가치의 클럽간 비대칭도가 컸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더 공평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찍었던 비대칭도가 현재는 1990년대 수준을 향해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PL이 평등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최고 급료 지출과 최저 급료 지출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PL 첫시즌 최고 급료 지출팀과 최저 급료 지출팀의 차이는 3배였는데 1990년대 4배로 상승했고 1998년에는 7배로 뛰어올랐다. 2007년에는 8배가 되었으나 2011년 이후로 감소추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2014년에는 5배로 그 차이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로 3가지 정도를 선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1990년대 후반부터 챔피언스 리그의 개편이 시작되면서 챔피언스 리그 참가 클럽의 수익이 상승했고 당시 이 대회에 참가하는 빅클럽들은 자국에서만 노는 클럽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 그런데 최근 EPL의 중계권료가 상승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수입은 이전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었다.


3. EPL의 자국 중계보다 해외 중계의 가치가 더 빠르게 성장했는데 해외 중계권료 분배는 국내 중계권료 분배와 다르게 완전히 20개 클럽에게 공평하게 나뉘어진다.


3가지 이유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적 불균형이 증가했다가 최근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이 다 해먹었던 1990년대가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절이었던 것을, 2000년대에는 소위 빅4가 탑4를 다 차지했던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전례없는 수준의 지배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선수는 UK 출신이었다. 굉장히 좁은 풀에서 선수를 수급했기 때문에 돈이 없는 클럽들은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EPL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더 큰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고 소규모 클럽에게는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그렇게 더 공평한 조건 속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바뀌고 있다.





출처 : http://www.soccernomics-agency.com/?p=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