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d Lowe



골키퍼 안드레스 팔롭. 백4라인에 다니 알베스부터 페데리코 파지오, 마틴 카세레스, 아드리아누. 미드필드 라인에 이반 라키티치, 줄리오 밥티스타, 세이두 케이타, 크리스티안 폴센. 공격라인에 루이스 파비아누와 카를로스 바카까지 이 모든 선수들을 라몬 로드리게스 베르데호(Ramon Rodriguez Verdejo)가 고작 €25m 조금 넘는 돈으로 영입한 이후 판매하여 €170m의 이적료를 받아냈다. 또한 그는 유스팀이 만들어낸 선수들 : 세르히오 라모스, 헤수스 나바스, 알베르토 모레노, 루이스 알베르토,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를 판매해 약 €100m의 수익을 올렸다.


사무실에는 1992년 그가 세비야의 후보 골키퍼일 때 디에고 마라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그 때는 팀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지만, 지금 그는 세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를 취재하기로한 날 아침, 그는 선수단 짐을 바젤로 부치는 아주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몬치'라 불리는 바로 이 남자는 바로 세비야의 스포츠 디렉터(Sporting director)이며 우리는 그를 구단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창조자라 부를만 하다. 


2000년 몬치가 단장으로 부임했을 때, 세비야는 재정 위기는 물론 막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세비야는 리버풀을 상대로 유로파 리그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번에 우승에 성공하면 3년 연속 우승은 물론 지난 10년간 유로파 리그 중 5번을 세비야가 우승하게 된다. 유로파 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4일 후에는 바르셀로나와 코파 델 레이 결승전 경기를 소화한다. 세비야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선수를 판매하면서 (예를 들면, 밥티스타를 €24m에, 라키티치를 €17.5m에) 무려 14차례나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몬치가 부임하기 전까지 세비야는 구단 역사를 통틀어 단 4차례 우승 트로피 획득에 그친 구단이었으며 52년간 어떠한 우승도 하지 못했던 팀이었다. 몬치의 개인적인 베스트11에는 프레디 카누테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카누테는 무려 5차례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장에 어떤 팬도 '꿀영입' 이란 배너를 걸지 않습니다." 몬치가 말했다. 하지만 파비아누, 다니 알베스와 더불어 카누테는 몬치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입 탑3에 속한다. 몬치는 19세 카누테를 단돈 €200k 에 구매했는데 카누테는 5개의 트로피와 이적료 €36m을 남기고 세비야를 떠났다. 세비야는 계속 선수를 팔았지만 끊임없이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다니 알베스는 UEFA컵에서 2006년, 2007년 우승을 경험하고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2014년 우승 이후에는 라키티치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또 2015년 우승 이후에는 카를로스 바카가 밀란으로 떠났다.





그렇다면 2016년 이후에는 누가 떠날 것인가란 질문을 피할 수 없어보인다. 하지만 또 누가 세비야로 올 것인가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몬치는 대체자를 구할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더 이상 선수가 떠나는걸로 트라우마를 겪지 않습니다. 알바로 네그레도가 떠났을 때, 사람들은 '이제 세비야는 끝났다'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에겐 바카가 있었습니다. 바카가 떠났지만 가메이로가 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죠."


사무실 밖에는 에이전트 한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세비야 선수들 중 한명이 오늘 새로운 계약에 합의하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속이기가 참 어려워" 라고 몬치가 농담을 던지기까지 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몬치는 세비야의 이적시장 방법론 개요를 설명했다. "16명의 직원이 여러 리그를 커버합니다. 일단 특정한 목표를 세우지 않은채 5달간 수많은 경기를 관전합니다. 이는 단지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함이죠. 매달 우리는 각 리그별 최고의 선수 11명을 선정합니다. 12월이 되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선수를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홈경기, 원정경기, 대표팀처럼 다양한 상황을 구분합니다. 그렇게 해야지 보다 깊이있는 프로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몬치는 핸드폰을 꺼내 선수 이름을 보이지 않게 설정하여 설명을 이어갔다. 약 250명의 타깃이 포지션별로 정렬되어 하나의 스프레드시트에 정리되어 있었다. "감독이 매경기 11km & 전력질주로 0.8km를 뛰는 양발잡이 레프트백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우리는 이 스프레드시트에서 약 10명을 추려낼 수 있습니다."


협상은 그 다음 일이다.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하며 실패할 경우 대안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이 되어야 한다. "판매하는 입장은 언제나 자신이 판매하려는 제품이 더 나은 모델이라 말합니다." 몬치가 말했다. "카누테는 우리의 첫번째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프레드 영입을 시도해보고나서 카누테 영입에 나섰습니다. 마찬가지로 케빈-프린스 보아텡을 케이타보다 먼저 알아보았죠. 선수가 협상 과정에서 '첼시가 저를 원한다고 합니다' 라고 말하면 저는 '그럼 뭣하러 우리랑 얘기하는가?' 라고 반문합니다. 만약 스완지 혹은 스퍼스랑 대화 중이라면 대화를 이어갑니다. 저는 (선수가) 세비야라는 도시, 구단을 선택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약속한대로 돈을 지불해줄 수 있는 구단임을 이야기 합니다. 굉장히 하찮은 사항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사소한 사항이 아니죠."


물론 이적이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예브헨 코노플리얀카는 이적한지 약 1달 후에 생활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선수의 모든 사항에 대해서 알고싶지만 언제나 깜짝 놀랄만한 사항이 등장합니다. 그제고슈 크리호비악을 영입할 때, '폴란드 사람이 대체 여기서 뭘 좋아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크리호비악은 세비야 지역에 가장 잘 적응한 선수였습니다. 아루나 코네는 우리가 비싸게 주고 영입한 선수였지만 41경기에서 단 2골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우리보다 약팀인 레반테로 이적해서는 무려 17골을 넣었죠."





물론 몬치는 운이 어느정도 따랐음을 인정했다. 세비야행에 대한 라키티치의 의구심은 협상 첫날, 라키티치가 장래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는 순간 해결되었다. 또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서의 실수, 실패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매년 여름마다 10명 가량씩 바뀌는 선수단을 운영하기 위해 감독이 피해자가 되는 것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한 처음 단장직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심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몬치는 여전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몬치는 200명이 넘는 선수를 구매했지만 아직까지 영국 출신 선수를 단 1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정말 영국 선수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일까? 몬치는 웃으면서 "결코 아닙니다. 선수를 영입할 때는 굉장히 다양한 방면에서 설득을 해야 합니다. 축구, 일상, 금전적인 부분까지 말이죠. 잉글랜드 구단과 경제력으로 충돌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싸움이고 지금은 자금력으로 이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아고 아스파스나 스티븐 은존지 같은 선수들을 영입했죠. 경기장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단 11명 뿐인데 잉글랜드 구단은 언제나 많은 선수를 구매합니다. 그 결과 잉여자원이 발생하므로 잉글랜드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우리가 스터리지, 피르미누, 쿠티뉴같은 리버풀 선수들을 구매할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경기 출전을 하지 못하는 선수일 경우,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선수를 판매하는데 있어서 잉글랜드 시장은 아주 유용하다. 게리 메델, 알베르토 모레노, 헤수스 나바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알바로 네그레도 모두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했고 이들의 이적료는 총합 £65m을 뛰어넘는다. "잉글랜드는 좋은 고객이죠." 라고 몬치가 말한다. 그렇다면 잉글랜드는 판단력보다 돈으로 승부하는 어리석은 집단일까? 이에 몬치는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그리고 축구 내적인 부분에서도 잉글랜드가 우리보다 잘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잉글랜드는 그 장점들을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구단들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모든 지역에서 스카우팅을 합니다. 하지만 수집한 자료를 항상 응용하진 않습니다. 왜냐? 그들에게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 구단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 직접 렌스에 가서 케이타를 발견하지 않고 세비야가 케이타를 발견하게 한 후, 세비야에서 케이타를 사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선 케이타가 세비야를 가고 이후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축구 그 자체'가 우선이다. "우승은 세비야에 영광을 가져다주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부수적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몬치가 말했다. "우리는 선수들이 잇따라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유로파 리그 결승 진출이 확정되고서 드레싱룸을 찾아갔더니 릴, 발렌시아, AC밀란에서 뛰었던 아딜 라미가 저에게 '결승 진출이 구단에게 어느 정도 의미일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전까지 단 한번도 결승전에 나서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비야에서 1년만에 벌써 3번의 결승전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16/may/17/sevilla-monchi-liverpool-europa-league-final?CMP=share_btn_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