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이례적인 수준의 붕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올시즌 프리미어 리그 타이틀은 첼시의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토니오 콩테는 9월 24일 에미레이츠에서 하프타임 스코어 3:0으로 아스날에게 지고있을 때, 백4 시스템 대신 백3 시스템을 쓰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 하프타임으로 인해 16/17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결정되었다 말할 수도 있겠다. (비록 첼시의 패배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으나) 첼시는 후반전에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13연승을 달렸다.


물론 첼시가 유럽대항전 불참이라는 이점을 누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포메이션을 주입시킨 콩테의 결단력과 능력을 칭송하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와 유벤투스에서 그가 남긴 자취를 봤을 때 (백3시스템 도입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잉글랜드 축구사에 있어서 콩테의 시도는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첼시가 리그 타이틀을 획득할 경우, 잉글랜드에서 약 50년만에 백3 시스템을 사용하는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1962/1963시즌 해리 캐터릭(Harry Catterick)이 이끄는 에버턴을 마지막으로 백3 시스템을 사용하는 팀이 리그에서 우승한 경우는 없다. 당시 브라이언 라본(Brian Labone)이 딥-라잉 센터-하프(deep-lying centre-half)였고 풀백 자리에는 믹 메건(Mick Meagan)과 알렉스 파커(Alex Parker) 혹은 조지 톰슨(George Thomson)이 있었다. 당시 에버턴은 잉글랜드에서 W-M 포메이션이 마지막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빌 샹클리와 돈 레비를 포함해 조심스럽게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고자 했던 감독들이 미드필더 한명을 센터백 사이로 내렸다. 이들은 보다 규율잡힌 축구를 의도했지만 1965년 리버풀과 리즈 유나이티드의 FA컵 결승처럼 소극적인 경기 양상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백4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 축구의 핵심과도 같았다. 캐터릭 역시도 백4로 변화를 시도했고 1966/1967시즌 보수적인 맷 버스비조차 빌 포크스 옆에 노비 스타일스를 배치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4-2-4 포메이션을 안착시켰다. 압박은 현대 축구의 풍조를 만들었고 풀백 역할의 급진적인 변화까지 만들어냈다.


1994년 월드컵 이후 잭 찰튼(Jack Charlton)은 전술적인 관점에서 풀백이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주장했다. 당시 찰튼의 주장은 일반적인 직관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지난 50년간의 전술 역사는 점점 50년간 풀백이 걸어온 길과 비슷해져가고 있다. 게리 바인(Gerry Byrne)부터 대니 로즈, 폴 리니(Paul Reaney)부터 빅터 모제스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측면 그 자체


1870년대 말부터 1925년까지 거의 모든 팀이 2-3-5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이후 오프사이드 규정이 바뀌면서 상대를 온사이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비수 3명이 아닌 2명만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수비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고 결국 센터-하프 한 명을 밑으로 내리게 되었다. 한명이 사라지니 2명의 미드필더가 상당히 거센 압박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포워드라인에 있는 인사이드-포워드(inside-forward) 2명이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아스날의 허버트 채프먼(Herbert Chapman)은 30년대를 주름잡던 포메이션 3-2-2-3 (혹은 W-M) 을 가장 성공적으로 사용한 감독이다. 이후 잉글랜드에서는 30년간 W-M 포메이션이 대세를 이루었다.


반유태주의를 피해 브라질행을 택한 헝가리 출신의 도리 커슈너(Dori Kurschner)는 1937년 플라멩고의 감독이 된다. 커슈너의 전임 감독인 플라비오 코스타(Flavio Costa)는 커슈너의 수석코치로 플라멩고 구단에 남았다. 하지만 포르투갈어에 서투른 커슈너는 1년만에 다시 코스타에게 감독 자리를 내주게 된다. 다시 플라멩고 감독 자리에 복직한 코스타는 W-M을 주입시키려는 커슈너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다시 2-3-5로 회귀할 것 같았지만 그는 W-M 포메이션 속에서 새로운 전술에 대한 잠재성을 발견했다. 그는 W-M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 '대각선(diagonal)"이라 불리는 대형을 창조했다. 인사이드-레프트(inside-left)가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라이트-하프(right-half)는 보다 후방에서 뛰는 형태로 변했다.


브라질의 포메이션 변화는 지역 방어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전까지 수비수들은 정해진 선수만 마크했다. 레프트백은 오른쪽 윙어를 막고 라이트-하프(right-half)는 인사이드-레프트(inside left)를 막았다. 하지만 지역 방어가 도입된 이후 이제 선수들은 선수가 아닌 지역을 마크하기 시작했고 그 지역으로 들어오는 선수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고 막았다. 제제 모레이라(Zeze Moreira) 감독은 선수들이 지정해준 위치를 벗어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했고 대신 다른 동료가 후퇴하여 빈 공간을 커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1958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지역방어를 사용하는 4-2-4 포메이션을 썼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언론의 헤드라인은 17세 소년 펠레를 다뤘지만, 브라질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축구를 구사한 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2명의 중앙 수비수가 공간을 커버하고 풀백들은 과감하게 전진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공격을 시도했고 그 결과 브라질 공격 루트의 깊이가 더해졌다. 오늘날 1958년 브라질의 레프트백인 니우통 산토스(Nilton Santos)는 최초의 공격형 풀백이라 언급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풀백(full-'back')이 아닌 측면 그 자체, 사이드 플레이어(side player)였던 것이다. 



백4 시스템의 결과


1958년 월드컵은 잉글랜드 축구사에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잉글랜드와 가까운 스웨덴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어 그 어느때보다 많은 감독과 저널리스트들이 대회를 관전하기위해 스웨덴으로 이동했다. 또한 1953년, 1954년 잉글랜드가 헝가리에게 대패를 당한 이후였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잉글랜드 외부의 축구를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백4시스템이 널리 활용되었고 그로인해 공격에 대한 잉글랜드식 생각은 변화했다. 채프먼의 아스날과 같은 극히 드문 사례를 제외하고서 잉글랜드 축구는 언제나 윙어를 숭배했다. 11월부터 3월 사이 잉글랜드 구장의 피치는 굉장히 엉망이 된다. 질척거리는 피치 중앙과 달리 터치라인 근처는 피치가 탄탄해 이 위치에서는 발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


W-M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W-M을 상대하는 팀은 중심축을 놓은 상태로 경기를 펼친다. 왼쪽 공격을 시도하면 상대팀 라이트백이 후퇴한다. 센터백은 센터-포워드를 마크할 것이고 레프트백은 커버할 공간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온다. 수비팀 입장에서 왼쪽, 즉 공격하는 팀 입장에서 오른쪽 윙어가 있는 공간이 빈다. 공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환시킨다면 상대는 수비 포진을 변경해야 한다. 오른쪽 윙어에게는 속도를 올릴 충분한 여유가 생기고 이미 속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상대 레프트백을 만난다. 이미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상대를 제치기가 더 쉬웠다. 하지만 (백4 라인이 형성되면서) 중앙 수비수 1명이 더 추가되었고 풀백은 애써 중앙을 커버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백4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 풀백은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여 상대팀 윙어가 속도를 올릴 공간을 내주지 않게 되었다.


이후 스탠리 매튜스(Stanley Matthews) 유형에서 벗어난 형태로 윙어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알프 램지(Alf Ramsey)는 입스위치에서 지미 레드베터(Jimmy Leadbetter)를 왼쪽 미드필더 역할로 변경시켜 큰 성공을 누렸다.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까지 지도한 알프 램지는 양쪽 윙어를 모두 후퇴시켜 훨씬 더 큰 업적(월드컵 우승)을 남겼다.


이로써 풀백의 역할 변화는 더욱 빨라졌다. 상대 윙어와의 거리가 더 멀어져 풀백에게 전진할 공간이 생겼다. 그 결과, 1960년대 공격적인 레프트백의 시대가 도래했다. 니우통 산토스(Nilton Santos)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실비오 마르솔리니(Silvio Marzolini), 이탈리아의 지아친토 파케티(Giacinto Facchetti)가 있었다. 잉글랜드에는 레이 윌슨(Ray Wilson)이 있었고 그는 누구보다 전진성이 뛰어난 선수였다.



공격의 맛을 알게되다


윙어가 미드필드 지역까지 후퇴하자 이제는 풀백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풀백이 상대해야할 상대팀 윙어가 한발짝 물러났기 때문에 "선수를 꼭 풀백 포지션에서 뛰게 할 필요가 있을까?" 란 질문을 하게 되었다. "풀백마저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려서 상대팀 윙어와 정면 맞대결을 펼치게 하여 상대팀 윙어를 상대팀 풀백 위치까지 밀어버리는게 이상적이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1980년대 초기에 윙백(wing-back)이 탄생했다. 치로 블라제비치(Ciro Blazevic), 셰프 피온텍(Sepp Piontek), 카를로스 빌라르도(Carlos Bilardo) 모두 윙백을 적극 활용한 감독들이다. 이들은 풀백을 미드필드 진영까지 전진시켜 측면 공격력을 강화했다. 한 선수(윙백)가 4-4-2 시스템에서 풀백이 하는 역할 및 윙어가 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면, 사실상 2명 여유가 생긴다. 또 그렇게 발생한 여유분 2명을 각각 수비와 미드필더에 추가하는 것이 대세였다. 이렇게 3-5-2가 만들어졌다. 3-5-2는 1986년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기반이었다.


1990년대 말, 단 1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시스템이 등장하여 백3는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자유를 만끽했던 풀백들은 이제 후퇴하지 않았다. 4-2-3-1 포메이션이 대세를 이루고 창조자들이 다시 피치 높은 곳까지 전진한 4-3-3 포메이션이 유행을 타도 풀백은 공격쪽에서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사이 반대발 윙어(inverted winger)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제 오른쪽에 왼발잡이 포워드가 뛰는 시대가 왔다. 만약 공격하는 팀 풀백이 반대발 윙어의 바깥쪽 방향으로 오버래핑할 경우, 수비팀 풀백은 어디를 막아야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반대발 윙어의 공격 효율성은 더욱 올라간다.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와 다니 알베스가 보여준 호흡은 완벽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리버풀에서 사디오 마네와 나다니엘 클라인의 공격 방식 역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형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언의 토니 퓰리스 감독은 풀백의 수비력을 상당히 신경쓰는 편이다. WBA의 경기를 보면, 백4라인이 전부 센터백으로 구성될 때가 많다. 지난시즌 레스터 시티의 크리스티안 푹스, 대니 심슨도 무리해서 오버래핑하지 않았다. 올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안필드 원정을 왔을 때,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데일리 블린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영을 벗어나지 않았다. 수비적인 사례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오늘날 경기에서 대다수 풀백이 공격을 한다.


유로2016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윙백이었던 마티아 데 실리오, 알레산드로 플로렌찌는 활발한 공격을 펼쳐 이탈리아의 포메이션은 3-5-2 보다 3-3-4에 더 가까웠다. 올시즌에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백3 시스템을 사용할 때, 윙백 포지션에 종종 라힘 스털링과 르로이 사네 혹은 놀리토가 기용된다. 과르디올라는 이런 방식으로 사실상 3-2-4-1 포메이션을 형성한다.


리버풀의 클라인과 제임스 밀너, 토트넘 핫스퍼의 대니 로즈와 카일 워커는 사실상 미드필더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올시즌은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경기당 득점이 가장 높은 시즌이다.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적인 변화가 득점 수가 상승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시즌 가장 효율적인 풀백은 첼시의 빅터 모제스와 마르코스 알론소다. 첼시의 중앙 수비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두 선수는 대담하게 공격을 감행한다. 그 결과 알론소는 올시즌 4골과 2개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두 선수의 적극적인 전진으로 인해 에당 아자르와 페드로는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아자르와 페드로에게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씩 모제스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지만, 콩테는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현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모제스와 알론소를 윙백이라 부르는 것이 보다 정확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back"이라는 접미사에 갇혀있는 것 같다. 오늘날 카일 워커와 마르코스 알론소의 플레이는 1960년대 에버턴에서 활약한 메건 혹은 파커의 플레이와 전혀 다르다. 이제 최상위 레벨에서 풀백은 측면을 전부 누비는 선수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7/feb/21/the-question-are-full-backs-full-blown-attacking-players-now-chelsea-antonio-co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