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아직 맨체스터 시티를 평가하기에 이른 시점이지만, 실바와 데 브라이너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4-1-4-1 겸 W-M 시스템이 팀의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맨체스터 시티에 대해 평가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할 것이고 또한 발전할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의 위대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변화무쌍'함 아니었던가. 과르디올라는 경기 접근법을 바꿀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이고 그 능력은 수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시험받을 것이다. 아직 과르디올라가 지휘한 공식 경기는 2경기 뿐이지만, 과르디올라만의 특정한 패턴이 벌써부터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윌리 카바예로가 조 하트를 제친 것이며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하트는 유로2016에서 손으로 2차례 실수를 저질렀으나 과르디올라가 그것보다 더 주요하게 체크한 것은 하트의 발기술이었다. 지난 2015/2016시즌 하트의 패스 성공률은 52.6%였고 이는 프리미어 리그 골키퍼 중에서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도했던 마누엘 노이어의 80.8% 성공률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과르디올라와 코칭 스태프는 하트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하트는 발을 바꿔서 공을 길게 연결시키라는 코치진의 지시를 받았지만, 강한 발 쪽으로 공을 옮기는 테크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패스의 질은 나름 괜찮았다고 하지만 반대 발로 공을 전환시키는 과정이 문제였던 것이다.


허나 해결책으로 제시된 카바예로 역시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했다.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8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첫번째 클리어링 상황에서 던컨 왓모어에게 소유권을 내주고 말았다. 슈테아우아와의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에서도 카바예로는 다시 한 번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는데, 새롭게 영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브라보는 지난 2015/2016시즌 84.3%의 성공률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골키퍼 중 최고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유로2016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하트가 카바예로보다 더 좋은 슛-스토퍼(shot-stopper)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에게는 그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골키퍼가 공의 움직임에 관여하고 점유율 유지와 빠른 역습 전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과르디올라는 골키퍼가 선방을 적게 기록하더라도 기꺼이 그 골키퍼를 기용할 것이다.


비슷한 논리는 다른 포지션에도 적용된다.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알렉산더 콜라로프는 엘리아큄 망갈라를 제치고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콜라로프의 패스 능력이 망갈라의 공중전 능력보다 우위였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시티가 공을 점유하는 순간, 페르난지뉴는 두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고 좌우 풀백인 바카리 사냐, 가엘 클리시가 딥-라잉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이는 과르디올라가 2014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처음 시행한 전술로 이 때, 케빈 데 브라이너와 다비드 실바는 "자유로운 8번(free No.8)"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1970년대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에서 4-3-3 포메이션이 유행했을 때 이들은 1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다른 2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했다. 2명의 미드필더 중 1명은 10번으로 피치 높은 지역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다. 다른 선수는 8번 유니폼을 입고 피치 위아래를 오가며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이 선수의 주된 역할은 여전히 공격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었다. 1978년 월드컵에서 오시 아르딜레스가 바로 이 8번 역할을 수행했다. 


데 브라이너가 10번, 실바가 8번 혹은 그 반대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선수 모두 그 중간 정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데 브라이너는 벨기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 같다. 경기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변화를 줘야했는데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자신만의 전술적 철학을 지니고 있고 나는 더 이상 10번 역할로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8번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시티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포지션을 다시 정비하면, 그 모양은 과거 W-M 형태처럼 보여진다. 짐작건대 그렇게 W-M과 유사한 형태로 변하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삼각형 형태를 만들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첫번째 상대였던 선덜랜드는 라인을 깊게 내리고 시티가 점유율을 가져가도록 내버려뒀고 시티는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슈테아우아 원정 경기에서는 활력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지만, 앞으로 슈테아우아 수준의 팀을 상대할 일은 많지 않다. 슈테아우아는 라인을 올려 싸우는 도박을 걸어봤고 시티는 슈테아우아가 그렇게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슈테아우아는 전반전에도 수차례 불안한 장면을 노출했고 시티는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약점을 더 파고들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현재의 전술적 요건이 사냐와 클리시에게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분명 제기될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풀백에게 미드필드 지역으로 전진하라고 요구했지만, 그걸 수행한 선수는 바로 다비드 알라바와 필립 람이었다. 두 선수 모두 사냐&클리시보다 공을 발로 다루는데 있어서 훨씬 좋은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상대팀은 역습 상황에서 시티의 중앙 블록을 우회하여 바로 측면으로 넘어갈 것이다. 


또한 일카이 귄도안이 부상에서 복귀하여 페르난지뉴와 동시에 경기에 나설 수 있는가 역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슈라 할 수 있다. 만약 두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 귄도안이 현재 페르난지뉴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4-1-4-1 혹은 W-M이 기본적인 시스템이라 했을 때, 페르난지뉴가 센터백으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다.


선덜랜드와 슈테아우아보다 더 우수한 상대를 만날 때, 그 때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팀의 기본적 전술 설정 뿐만 아니라 상대팀에게 창의적인 카운터링을 먹이는 것에서도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선덜랜드와 슈테아우아가 과르디올라에게 아주 순탄한 시작을 안겨주었고 첫번째 진정한 시험무대인 9월 10일 맨체스터 더비가 다가오고 있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ug/18/the-question-kevin-de-bruyne-silva-free-ro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