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an Shearer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압승을 거둔 아스날의 모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이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 아스날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런 경기력을 얼마나 자주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아스날의 시오 월콧은 경기 이후 이 날의 승리가 리그 우승을 향한 진정한 시작이라는 메세지를 던진 것이라 말하며 자평했다. 동시에 월콧은 화요일 올림피아코스에게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 패배를 경험한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월콧의 인터뷰는 아스날의 문제를 아주 잘 보여준다.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아스날이 (비관적인 여론에) 응수하는 것을 목격했으나 일요일에 아스날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5일 전부터 나왔어야 했다. 나는 디나모 자그레브 원정에서 패배한 아스날이 홈에서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이 정도 모습(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퍼포먼스)은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아스날이 자그레브 원정에서도 이기지 못한 것이 놀랍긴 했다. 그런데 아스날은 홈에서 그리스팀을 상대로도 무기력했고 선수들이 홈에서 챔피언스 리그 경기 패배를 목격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올림피아코스전에서 그런 결과를 내서는 안 되는거였다.



이전의 패배는 도약을 위한 발판?


아스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처럼 선수들 사이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빠른 공격 침투를 보여준다면, 아스날은 정말 즐거운 축구를 구사할 수 있을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퍼포먼스와 결과는 아스날에게 반드시 반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아스날이 계속해서 그러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사실 그건 전적으로 아스날이 하기에 달려있다. MOTD2에서 이미 말했듯이, 벵거는 반드시 자신이 꺼낼 수 있는 최선의 팀을 선별해서 경기에 내보내야만 한다. 그 말은 즉슨, 팀 내 최고 골키퍼를 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은 체흐를 선발 출전시켰고 체흐가 전반전에 막아낸 슈팅은 불과 단 1개에 불과했으나 그건 정말 귀중한 세이브였다. 앙토니 마샬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체흐는 아스날이 자칫 3:1로 하프타임을 맞이할 수 있던 것을 3:0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만약 3:1로 전반전이 종료되었다면 후반전에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통하지 않았던 유나이티드의 프레싱 게임


이번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팀의 총체적인 문제라기보단 모든게 뜻대로 풀리지 않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스날이 정말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것처럼 유나이티드는 정말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참을성을 요구하는 유나이티드의 경기 접근법은 7라운드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에미레이츠에서 경기 초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여준 모습을 고려한다면 과연 이것이 이번 라운드 아스날이 그랬던 것처럼 재규어같이 돌진하는 팀을 상대로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다.


아스날은 단 7분만에 2:0을 만들었고 7분동안 유나이티드는 상대 진영에서 킥오프를 제외하고 단 3번의 볼터치만 기록했다. 이는 아스날이 상당히 지배적인 흐름을 유지했고 유나이티드가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시도하는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경기 접근법을 그렇게 가져간 것이 놀라웠고 일단 그렇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마음 먹은 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당히 자신감 있게 경기를 준비를 한 것이라고 여긴다. 


아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이 올림피아코스전으로 인해 타격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테고 주저 앉아서 경기를 소극적으로 펼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으리라고 본다. 만약 정말로 내 추측이 경기 플랜이었다면 그건 더더욱 놀랄만한 사항이다. 얼마나 안일한 경기 준비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팀 단위의 압박이 아닌 선수 1~2명이 개별적으로 시도하는 압박으로 상대에게서 공을 뺏어내려고 했다. 그리고 아스날은 유나이티드의 허술한 압박을 아주 쉽게 탈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아스날은 너무도 빠르고 너무나도 날카로운 팀이었다.



폭주하는 아스날의 공격 트리오


아스날은 마무리 뿐만 아니라 패싱, 움직임에서 모두 뛰어난 모습이었다. 경기 20분만에 아스날은 3:0을 만들었고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부터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나이티드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고 특히 나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포지션에 대해서 전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마이클 캐릭이 백4 앞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슈바인슈타이거는 때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중에서 가장 최전방에 위치했다가 어느새 또 사실상 최후방으로 수비수들, 심지어 골키퍼로부터 공을 연결받기까지 했다.






경기는 하프타임 스코어 3:0 그대로 종료되었고 이렇게 끝난 것에 대해서도 전혀 놀랄 것이 없는 흐름이었다. 유나이티드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봐도 하프타임 이후에도 여전히 경기를 따라잡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나이티드는 더 이상 실점하지 않으려는 모습, 5:0이나 6:0으로 경기를 끝내기 싫은게 더 우선인 것 같았다. 반면에 아스날은 이미 전반전에 사실상 경기를 끝내버렸기 때문에 하프타임 이후에 상당히 편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유나이티드는 형편없었고 정말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유나이티드가 그렇게 된 것에는 (본인들 스스로 못한 것도 있으나) 아스날이 공을 상당히 빠르게 패스했다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거기에 기본적인 빠른 속도, 유나이티드 수비진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까지 더해져 아스날의 알렉시스 산체스, 시오 월콧, 메수트 외질은 좀처럼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거너스는 이 날의 경기력이 어쩌다 가끔 나오는 특출난 경기력이 아닌 기본적인 수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면 유나이티드는 앞으로도 이렇게 프레싱 게임을 시도할 것이라면 사전에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와야할 것이다.




출처 : http://www.bbc.com/sport/0/football/34445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