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60분동안 경기를 지배했고 그 이후로는 경기 종료까지 버티기에 돌입해 승리를 쟁취해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선발 라인업에서 부진하고 있는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빼고 대니 웰백을 포함시켰다. 조니 에반스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자 퍼거슨 감독은 리오 퍼디난드의 짝으로 네마냐 비디치를 선택했다.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다니엘 스터리지를 벤치에 앉혔고 스튜어트 다우닝과 라힘 스털링을 기용했다. 리버풀은 후반전부터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주도권을 잡는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전반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진

 

카가와 신지, 에슐리 영, 웰백은 중앙 및 좌우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마 라인업을 보고 사람들은 평소처럼 영이 왼쪽 윙어 역할을, 카가와는 도르트문트 시절에 맡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발렌시아 대신 투입된 웰백이 발렌시아가 뛰었던 오른쪽 윙어 역할을 맡을 것이라 예상했을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퍼거슨 감독은 영과 카가와를 각각 오른쪽, 왼쪽 윙어로 기용했고 웰백을 전방에 배치시켰다. 웰백의 빠른 속도 덕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압박을 강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카가와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가져갔고 이에따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앙에 또 다른 패스길을 얻을 수 있었다. 부상까지 당했던 에슐리 영은 활약상이 적었다.

 

 

리버풀의 압박?

 

이번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팀의 서로 다른 방식의 압박 플레이였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는데 있어서 리그 최고 수준을 달리는 선수지만 이번 경기에서 수아레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센터백을 압박하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존조 쉘비를 기용하지 않고 밑으로 내려앉은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한 로저스 감독은 수아레즈 혼자서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하는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리버풀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선수들을 압박하기보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진 패스를 차단시키려했다. 리버풀의 윙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풀백을 방어했고 초반 10분간은 조 앨런이 마이클 캐릭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방어했다. 캐릭이 신체적 접촉을 이용한 압박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걸 노린 전략이었겠으나 앨런은 이 역할에 적합하지 못한 선수였다. 존조 쉘비 혹은 조단 헨더슨이 앨런보다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이기 때문에 캐릭을 대인 방어하는 것에는 앨런보다 두 선수가 더 적합하다. 둘째로 앨런은 캐릭을 방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야해서 이전보다 패스를 쉽게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톰 클레버리를 맡은 스티븐 제라드는 클레버리를 효과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





유나이티드의 압박

 

리버풀과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주목할 부분은 리버풀이 후방부터 공을 마음대로 뿌리지 못하도록 전략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올시즌 첼시, 맨체스터 시티 원정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측면을 이용한 빠른 역습을 구사해 승리를 얻어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올드 트래포드여서 그랬던 것일까? 지난시즌 퍼거슨 감독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로저스가 이끄는 스완지 시티를 상대로 압박 축구를 시도해 승리를 따냈다. 유나이티드의 압박 때문에 앙헬 랑헬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뺏기는 실수를 저질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상황에서 유일한 이 경기의 득점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경기에서 다니엘 아거가 반 페르시를 마크했다. 루카스 근처에 위치한 대니 웰백은 미드필더 위치와 공격수 위치를 오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방 압박에 리버풀은 전반전에만 위험 지역에서 3차례 공을 뺏겼다. 페페 레이나는 에슐리 영에게 패스를 해버렸고 스티븐 제라드가 최종 수비수로서 태클을 시도해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도 있었다. 조 앨런은 캐릭의 압박에 실수로 대니 웰백에게 패스를 연결시키고 말았다. 아마 리버풀이 원했던 그림은 앨런이 캐릭을 압박해 캐릭이 실수하는 것이었을텐데 말이다.

 

 

공격진에서 움직임

 

압박의 차이는 공격 움직임의 차이를 불러왔다. 다우닝과 스털링은 측면을 뚫기보다는 중앙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에서 전방을 향한 패스 루트를 더 많이 만드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지만 리버풀 선수들끼리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보다 쉽게 상대 선수를 향해 이동할 수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발렌시아가 투입되었음에도 양팀의 윙어들은 측면에서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어낸 것은 양 팀의 수비수들이었다. 글렌 존슨과 안드레 위즈덤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었고 파트리스 에브라는 측면에서 반 페르시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캐릭의 패스를 받은 하파엘도 전반 종료 직전에 반 페르시의 두번째 골을 만들어낼뻔 했다.

 

수아레즈는 전반전에 동료들의 도움을 좀처럼 받질 못했다. 점차 수아레즈는 유나이티드의 센터백들과 거리를 두고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발이 빠르지 못한 네마냐 비디치는 자신의 위치를 지켰고 리오 퍼디난드가 수아레즈를 따라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곤 했다. 반면 로빈 반 페르시는 공을 잡고 영리한 움직임으로 리버풀 수비수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루카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반 페르시에게 가는 공을 차단하는 것일텐데 루카스는 이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라인 사이를 침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곤 했다.





포메이션을 변경한 리버풀

 

로저스 감독은 후반전에 과감하게 루카스를 빼고 스터리지를 투입했다. 중앙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시켰고 4-4-2 보다는 4-2-3-1과 유사한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스털링은 보리니와 교체되었고 윙어들이 보다 전진 배치되었다. 수아레즈는 최전방에서 벗어나 아래로 내려와 10번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 때부터 경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두 팀 모두 2명의 공격수를 기용해 미드필드 지역은 이제 덜 혼잡해졌다. 수아레즈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캐릭과 클레버리는 수비 라인을 조밀하게 만들기위해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제라드와 앨런도 이전보다 압박을 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이제 보다 공을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전반전에 보이지 않았던 제라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유나이티드에게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후방에서 웰백을 향해 길게 공을 넘기면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리버풀이 포메이션을 바꾼 이후로는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았던 것은 사실이다. 교체 투입된 스터리지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수아레즈가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리버풀이 살아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이에 오랫동안 대응하지 않았던건 놀라운 부분이다.

 

리버풀은 동점을 만들어야했고 공격수를 더 많이 투입시키면서 그 의지를 드러냈다. 유나이티드에게 필요했던건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결국 77분에서야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 신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필 존스를 투입시켰다.

 

 

결론

 

두 팀 모두 경기를 지배했던 시간이 있었다. 유나이티드는 전방 압박으로 리버풀이 실수를 하도록 유발했고 전반전에 리버풀을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 리버풀은 스터리지를 투입한 이후 후반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래를 통해 리버풀의 전,후반 슈팅 차이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퍼거슨 감독은 이전의 빅매치들과 다른 전략을 꺼내들었고 이는 필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후반전에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은 시점에 변화를 빠르게 주지 않았던 점은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로저스 감독은 처음에 전략을 잘못 짰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로저스 감독은 에버튼,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술을 수정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냈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로저스 감독의 용병술이 어느정도 성공을 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3/01/14/manchester-united-2-1-liverpool-united-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