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텔레스에게 주전보장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텔레스 역시 새로운 구단에서 벤치를 지키려고 이적한 것은 아닐 것이다. 2019/2020시즌 브랜든 윌리엄스와 경쟁했던 쇼에게 텔레스 영입은 명백한 위협이었다. 포르투에서 텔레스가 보여준 기량을 고려하여, 우리는 텔레스가 완-비사카에게 부족한 공격력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많은 이들은 텔레스 영입으로 인해 앞으로 루크 쇼를 보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쇼에게 자극제가 되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버렸다.

 

2015년 9월 심각한 다리 골절상을 당했던 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대 소년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못한 커리어를 이어왔다. 골절 부상과 이후의 재활 기간은 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커리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의 복귀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체중 관리를 비롯한 전체적인 몸상태 이슈 뿐만 아니라 조세 무리뉴 감독은 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2017년 4월 에버튼과의 1-1 무승부 이후, 무리뉴 감독은 언론에 "쇼는 경기를 읽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라고 비판하며 "축구 지능(football brain)이 부족하다" 라고 평가했다. 이후 2018년 무리뉴 감독은 쇼를 에버튼으로 이적시키려고 했으나 쇼는 이를 거절하였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의 쇼는 완전히 달라졌다. 쇼는 올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꾸준하게 선보이는 선수이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보다 경기력이 더 일관성 있다. 

 

 

루크 쇼는 지금 커리어 최고의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5/2016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가장 생산적이었던 시즌 기록은 1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69분의 시간이 걸렸던 2016/2017시즌이다. 그러나 올시즌 루크 쇼는 36분마다 1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8개월 동안 자신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했던 어시스트의 38%를 기록 중이다. 4차례 명백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으며, 이 역시 다른 시즌의 2배 이상인 기록이다.

 

오픈 플레이 시퀀스 데이터는 슈팅으로 마무리 된 오픈 플레이 상황에 선수가 관여한 횟수를 집계한 통계량이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앤드류 로버트슨, 리즈의 스튜어트 댈러스, 주앙 칸셀루에 이어 쇼는 풀백 중 5번째로 높은 오픈 플레이 관여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아래 그래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쇼가 과거보다 더 높은 지역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걸 의미한다.

 

 

90분 기준으로 슈팅 기회창출 부문에서, 쇼보다 더 뛰어난 기록을 보유한 팀동료는 오직 브루노 페르난데스 뿐이다. 쇼는 과거보다 더 많은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고 이제는 팀의 코너킥 전담키커까지 되었다. 올시즌 루크 쇼보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연결시킨 코너킥 횟수가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선수이며, 데드볼 상황(프리킥, 코너킥, 스로인 포함)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슈팅이 많은 구단은 단 2개 구단 뿐이다.

 

쇼의 공격관련 스탯 증가는 쇼가 마커스 래시포드와의 연계 플레이 측면에서도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주로 4-2-3-1 포메이션에서 좌측 윙포워드로 출전하는 래시포드의 존재는 쇼에게 2가지 선택지를 준다.

 

래시포드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 래시포드가 중앙을 향해 치고 들어간다면, 쇼는 오버래핑을 통해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다. 반대로 래시포드가 사이드에서 공을 잡는다면 쇼는 언더래핑으로 상대 공간을 침투한다. 상대 풀백에게는 엄청난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쇼는 단순히 크로스를 위한 풀백이 아니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알렉산더-아놀드와 로버트슨의 크로스 횟수는 각 168회, 149회지만 쇼는 80회에 그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표적인 공격 움직임 중 하나가 쇼가 언더래핑을 시도한 이후 박스 바깥으로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에딘손 카바니가 결장한 상황에서 박스 바깥에 위치한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공을 돌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특징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쇼의 공격적 스탯이 향상되었는데 그렇다고 수비가 뚜렷하게 약해진건 결코 아니다. 상대에게 드리블을 허용한 횟수가 지금까지 단 13차례에 불과한데 이는 쇼의 시즌 베스트 기록이며, 완-비사카보다 단 1차례 많을 뿐이다.

 

 

쇼는 태클형 풀백이 아니다. 아론 완-비사카는 지금까지 85차례 태클을 시도했으나 쇼의 태클 횟수는 단지 40회에 불과하다. 쇼는 공격 상황에서 윙포워드나 윙어처럼 경기를 펼치기보다는 중앙쪽에서 공간을 지배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대가 측면 공략을 노리고 있다면, 얼리 크로스를 시도한다. 이는 의도적인 전략으로 분명한 효과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시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단 18골만을 내주었고 올시즌은 세트피스 수비가 더 큰 수비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커리어 변곡점을 만들어낸 쇼의 마지막 스텝은 국가대표팀의 첫번째 옵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21세 이전까지 잉글랜드 대표로 6경기를 출전했는데 이후 6년간 대니 로즈, 벤 칠웰, 애슐리 영, 파비앙 델프, 라이언 버틀란드, 아론 크레스웰, 심지어 라이언 세세뇽에게까지 밀려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쇼는 완벽한 시기에 부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의 라이트백 풍년 상황에서 쇼의 올시즌 활약은 모든 풀백 포지션을 통틀어 잉글랜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유로2020 예선에서 단 1분도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나, 정작 본선에서 쇼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의 첫번째 레프트백 옵션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출처 : theanalyst.com/eu/2021/05/luke-shaw-a-career-reb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