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그리즈만은 누구인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윙어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리즈만은 2013/14시즌 라 리가에서 16골을 넣어 유럽 엘리트 구단들의 구애를 받기 시작했다. AT 마드리드는 약 €30m으로 알려진 그의 바이아웃을 지불했고 그리즈만은 시메오네 아래서 중앙 지향적인 선수로 변했다.

 

키는 작지만 디에고 시메오네가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그리즈만만큼 큰 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없다. AT 마드리드에서 5시즌동안 그리즈만은 평균적으로 라 리가에서 19골씩,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는 시즌 27골 정도를 꾸준히 기록했다. 전통적인 센터 포워드 옆에서 뛰는 세컨 스트라이커로 이러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시메오네의 4-4-2 에서 영감을 얻은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은 그리즈만을 비슷한 롤로 대표팀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로2016에서 올리비에 지루의 짝으로 그리즈만을 기용했고 대회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그리즈만의 역할은 마찬가지였다. 대회 4골을 기록한 그리즈만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는 득점왕을 차지했던 해리 케인 뿐이었다.

 

유로 2016,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그리즈만은 프랑스 핵심 선수였지만, 어쩌면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리즈만은 더더욱 중요한 선수가 되었다. 31세 그리즈만은 모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Man of the Match에 선정될만한 경기력을 보였고 이제 아르헨티나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2-0 승리로 끝난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그리즈만이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선제골에서 그리즈만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페널티 박스를 혼란스러운 상태로 만든 패스가 그리즈만의 발끝에서 나왔고 클리어링이 말끔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오 에르난데스가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그리즈만은 4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그 다음으로 기회창출 횟수가 많은 킬리안 음바페의  2회보다 2배 높은 수치였다. 

 

과거 골잡이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그리즈만은 이제 국가대표팀에서 팀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가 부상으로 월드컵을 낙마하자 데샹은 그리즈만을 후방 포지션으로 내렸고 그리즈만은 새로운 포지션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을 조율하고 있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그리즈만은 프랑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회 창출 횟수(21회), 어시스트(3개), 기대어시스트(xA, 3.54개)로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Opta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1966년 월드컵 이후로 프랑스 선수 중 한 대회에서 그리즈만보다 기회창출 횟수가 많은 선수는 알렝 지레스(Alain Giresse) 뿐이다. 지레스는 1982년 대회, 1986년 대회에서 각각 24번의 기회 창출을 기록했다.

 

또한 기대어시스트(xA) 부분에서는 지금의 그리즈만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그리즈만은 여전히 1경기를 더 치를 수 있는데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의 기대어시스트 3.46개보다 이미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그리즈만은 월드컵 1개 대회에서 xA 수치 3 이상 기록한 4명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마라도나(3.46) 뿐만 아니라 요한 크루이프(3.23), 챠비 에르난데스(3.19)를 이미 모두 앞서고 있다.

 

지난주 그리즈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수비와 공격 사이를 이어줘야만 한다. 내 앞에는 3명의 선수(지루, 음바페, 뎀벨레) 가 있어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에 나는 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리즈만이 공수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모로코 전에서 나왔다.

 

프랑스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태에서 그리즈만은 피치 위 특정 공간에 과부화 상태를 만든다. 오른쪽에 치우친 상태로 포지셔닝을 잡으면서 상대 레프트백이 뎀벨레를 향한 마크를 쉽게 걸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뎀벨레로 인해 모로코는 그리즈만에게도 타이트하게 붙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이 오렐리앵 추아메니에게 전해지자 그리즈만은 중앙으로 포지션을 옮긴다. 

 

그리즈만은 음바페를 향한 스루패스를 시도했지만, 불행하게도 음바페의 팀 동료인 아슈라프 하키미가 음바페의 득점 기회를 차단시켰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상황은 그리즈만이 프랑스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즈만은 이번 월드컵 내내 이렇게 플레이 해왔다.

 

 

오픈 플레이 상황이 슈팅으로 연결된 시퀀스 데이터를 보면, 그리즈만은 총 30번의 슈팅 시퀀스에 개입했는데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리오넬 메시(43회), 킬리안 음바페(45회) 뿐이다.

 

 

마찬가지로 오픈 플레이 기회 창출, 기점 패스 횟수에서도 그리즈만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음바페(23회)와 메시(19회) 뿐이다. 그리즈만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2명의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시즌 초부터 AT 마드리드에서 새롭게 부여받은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것인데 그는 정말 잘해내고 있다.

 

 

오픈 플레이 터치맵을 비교하면, 그리즈만의 역할 변화를 보다 더 분명하게 확인 가능하다. 그리즈만이 피치 왼쪽에서 공을 잡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는데 중앙, 수비지역에서의 볼터치 횟수는 더 증가했다.

 

데샹은 잉글랜드와의 8강전을 앞두고 이런 발언을 했었다. "나는 그리즈만에게 기존과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즈만이 이전만큼 골을 넣지는 못넣겠지만, 그는 태클과 볼 리커버리 역시 좋아하는 선수이다. 그는 왼발로 아름다운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고 세트피스도 담당할 수 있다. 시야, 운동량, 터치, 에너지, 지능 등 그리즈만은 후방에서 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갖춘 선수다."

 

BBC에서 평론가로 일하는 디디에 드록바는 이렇게 말했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날 놀라게 한다. 분명 그리즈만은 그럴만큼 영리하고 실력이 있는 선수다. 지금 그의 퍼포먼스를 보면 그리즈만보다는 캉테 같다."

 

마찬가지로 BBC의 평론가인 앨런 시어러는 준결승전에서의 그리즈만의 수비 활약상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즈만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다. 경기의 흐름을 굉장히 잘 읽는 아주 영리한 선수다. 프랑스가 부상으로 잃은 선수를 생각해보면, 그리즈만과 오렐리앵 추아메니는 수비에서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이번 대회 프랑스는 90분 평균 0.83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2018년 경기당 평균 0.66실점보다 더 높아진 수치지만, 포그바와 캉테의 부재를 그리즈만, 추아메니, 아드리앙 라비오 3명이서 잘 메꾸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로코전에서 그리즈만은 추아메니보다 더 많은 태클을 시도했고 라비오를 대체한 유수프 포파나와 똑같은 인터셉트 횟수를 기록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리즈만은 이미 프랑스 레전드이다. 데샹의 프랑스는 근래 4차례 토너먼트 중 3개 대회에서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그리즈만은 데샹의 팀에서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만약 프랑스가 또 다시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다면, 프랑스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로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대회 무득점인 그리즈만이 만약 결승에서 득점에 성공한다면,  바바(1958,1962), 펠레(1958,1970), 파울 브라이트너(1974,1982), 지네딘 지단(1998,2006)에 이어  2개 대회 결승에서 골을 기록한 5번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그리즈만은 명확한 롤이 없는 선수다. 그는 득점, 기회창출, 수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팀의 주연과 조연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이런 선수야말로 스쿼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감독들이 원하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는 그리즈만에게 큰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출처 : https://theanalyst.com/eu/2022/12/antoine-griezmann-is-redefining-his-role-at-the-perfect-time-for-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