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첫번째 메이져대회였던 유로 2000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개방적인 축구가 진행되었었다. 준결승에 올라간 4개국 모두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 전형적인 '넘버 10'을 기용했었다. 프랑스에는 지네딘 지단이 있었고, 이탈리아에는 프란체스코 토티, 포르투갈의 마누엘 루이 코스타, 네덜란드의 데니스 베르캄프. 이들과 같이 트레콰르디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팀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2010년 오늘날, 지난 2년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모두 측면에 위치하여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이다. 만약에 웨인 루니와 리오넬 메시가 시대를 앞서서 태어났더라면 그들은 트레콰르디스타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두 명의 스트라이커 바로 뒤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현재 측면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측면 자리를 담당하는 선수들에게는 일정수준 이상의 스피드를 요구하게된다. 그런 점에서 메시, 루니, 아르샤빈, 리베리가 문제될 것은 없었다. 플레이메이커들은 측면으로 빠지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었다. 호날두, 루니, 아르샤빈, 메시 그리고 프란체스코 토티는 펄스 9 (≒제로톱) 역할을 맡겼을 경우에 가장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5명의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최전방에서 뛰기에 애매하며, 그렇다고 측면에 배치시키기에는 발이 느린 선수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우리는 자신들의 잠재성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던 '뉴 마라도나'로 불렸던 선수들을 떠올릴 수 있다. 후안 로만 리켈메, 파블로 아이마르, 안드레 달레산드로, 하비에르 사비올라와 같은 선수들 말이다. 이들이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아이마르는 발렌시아에서 성공했고, 사비올라는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기대치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아마도 유럽과 남미의 전술적인 시각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엔간체' (남미에서 플레이메이커를 지칭하는 말) 를 활용하는 전술이 아직도 주된 전술로 남아있다. 그러나 점차 유럽에서는 플레이메이커를 두지않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넘어온 '뉴 마라도나'들이 유럽에서 계속해서 실패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그들과 반대로 유럽에서 성공한, 아마도 현재 모든것을 이뤄낸 아르헨티나인 리오넬 메시는 13세에 유럽으로 넘어와 유럽방식의 축구를 배웠다.

 

조나단 윌슨은 후안 로만 리켈메를 "구시대 플레이메이커로서 남은 마지막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리켈메를 많이 뛰며, 적응을 훨씬 잘하는 루카 모드리치와 비교했다. 윌슨은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한 팀은 그 선수에게 굉장히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한 선수들은 개인의 천재성으로 번뜩이는 장면들을 연출해내지만 그 선수들은 항상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줘야만하는 위치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선수들은 중앙 미드필더가 창조자-파괴자로 이루어진 4-4-2 포메이션끼리의 대결에서는 잘 할지도 모르나, 점차 4-3-3 포메이션으로 대세가 기울면서 플레이메이커들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들이 존재하면서 플레이메이커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지단, 루이 코스타, 토티가 선보였던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유럽의 톱클럽중에서 플레이메이커를 기용하는 팀이 얼마나 있는가? AC밀란의 카카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밀란은 카카 말고도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들이 존재했다. 따라서 카카의 경기력이 형편없을지라도 밀란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메시와 호날두에 비하여 카카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당시에 카카의 경기력은 메시와 호날두만큼 꾸준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밀란시절만큼의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유벤투스에 몸담았던 카카의 브라질 대표팀 동료 디에구도 또 다른 예시가 될 수 있다. 디에구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에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트레콰르디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프란체스코 토티는 현재 공격수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현재 웨슬리 스네이더는 플레이메이커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중이지만 그는 필요하다면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이다. 마치 파벨 네드베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와 같이 공격수 밑이 아니라 중원의 일부에 플레이메이커를 두는 팀도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명의 선수들은 리켈메같은 유형의 선수들보다 움직임이 많은 선수들이다. 현재 리켈메와 같은 구시대 유형의 플레이메이커로 요앙 구르퀴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그가 리게앙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월드 클래스 선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큰 리그에서의 활약 혹은 국제 토너먼트 대회에서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현재 10번을 달고있는 선수들은 존재하지만 그들이 뉴 루이 코스타, 뉴 데니스 베르캄프라는 평가를 받고있지 않다. 앞으로 우리는 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뉴 웨슬리 스네이더를 볼 가능성이 더 많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0/03/26/trequartista-engance-classic-no-10sstrug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