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로테이션 시스템을 축구의 전술이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 유럽 톱클럽을 이끄는 감독들에게 스쿼드 로테이션은 필수사항이 되어버렸다. 로테이션은 감독이 선발명단을 구성하는데 고려하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1980/1981시즌 아스톤 빌라는 71년만에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아스톤 빌라 우승 당시에 주목받았던 것은 그들이 얻어낸 승점, 그들의 득점수가 아니었다. 바로 활용한 선수들의 수가 많은 이목을 끌었다. 당시 잉글랜드 1부리그는 시즌 전체 42경기가 있었고, 아스톤 빌라는 단 14명의 선수로 우승을 만들어냈다. 절반에 해당하는 7명의 선수는 42경기 모두 선발출전했다.

 

2008/2009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몇명의 선수를 활용했는지 알고 있는가? 정답은 글 맨 아래에 적어두겠다.

 

퍼거슨 감독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던 시즌에 퍼거슨 감독은 스쿼드 로테이션을 굉장히 잘 활용했다.1998/1999시즌 퍼거슨 감독에게는 드와이트 요크, 앤디 콜, 올레 군나르 솔샤르, 테디 셰링엄이 있었다. 요크와 콜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첫번째 옵션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솔샤르와 셰링엄 역시 좋은 선수들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충분히 첫번째 옵션인 선수에게 휴식의 기회를 줄 수 있었고, 플레이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빌라파크에서 펼쳐졌던 1999년 FA컵 4강전 재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과감하게 앤디 콜을 스쿼드에서 제외시켰으며 폴 스콜스, 드와이트 요크, (결승골을 기록한) 라이언 긱스를 모두 벤치에 앉혔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은 약 10년후에 다시 주목받았다.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이뤄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같은 라인업으로 연속 2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따라서 정해진 베스트11 역시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2개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비슷한 사례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올 시즌(2009/2010시즌) 지금까지(2010년 1월 28일) 과르디올라 감독은 같은 선발명단을 딱 2차례 활용하는데 그쳤다. 반면 라파 베니테즈 감독은 너무 심할 정도로 로테이션을 시킨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왔다. 그러나 잦은 로테이션이 문제가 아니라 선수층의 문제, 토레스와 제라드가 없을 경우 리버풀의 경기력의 문제라 봐야한다. 왜 로테이션이라는게 필수적이게 되었는가?


첫번째, 챔피언스리그의 규모가 커지면서 빅클럽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경기수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선수들은 지치게 된다. 따라서 매경기 같은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할 수가 없다. (아스톤 빌라가 14명의 선수로 리그우승을 거머쥔 1980/1981 시즌 후에 그들은 유러피언컵에 나가게 되었다. 유럽대회 참가로 빌라의 리그성적은 하락하게 되었다. 그들은 11위로 1981/1982시즌을 마감했다) 모든 대회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자한다면 한 시즌동안 60경기를 치를 각오를 해야만한다. 60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현대축구에서 속도와 격렬함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들에게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흔히 범하는 오류는 선수들이 단지 쉬기만한다면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며 90분을 뛸 수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피곤함은 그다지 적절한 단어 선택이 아닌 것 같다. 매경기 100%로 경기에 임할 수 없다는 것으로 표현하는게 더 맞겠다. 따라서 한 포지션에 한 선수만 주구장창 기용하여 매경기 전체 능력에 70%만 활용하는 것보다 한 포지션에 로테이션을 해줄 수 있는 2명의 선수를 보유하여 경기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뉴 감독이 신뢰하는 루이 파리아 체력담당코치의 말을 들어보자.

 

"로테이션을 실시하고자 한다면 2~3경기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합니다.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깨지않는 적정선은 3명이고 최대 4명까지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팀에 대해서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는지와 그 시점에서의 선수의 경기력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팀에 지속적인 변화를 주는 부분에서 또 다른 큰 요소는 선수들의 부상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클럽들이 부상에 대해서 민감해짐에 따라 최대한 선수들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자 하려고 한다. 믹 맥카시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경기에서 리저브 선수들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도 옳은 부분이 있다. 맥카시 감독은 비난 여론에 다음과 같이 말하며 대응했다.

 

"나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탈리아에 있을때 경기에서 부상이 일어날 확률은 10%라 말한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격렬한 경기가 3~4일 간격으로 연속해서 벌어진다면 부상 가능성은 30~40%로 부쩍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합니다.AC 밀란에서 구단 의료진에서 통계를 내린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의 말을 믿었습니다."

 

로테이션에 대해서 팬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유력 언론매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에서 밀린 선수들에 대한 이적기사를 쓰는게 불가능해지니까라고 추정됩니다) 클럽이 이미 체계가 잘 잡혀져있는 포지션에 빅네임을 영입하는 경우에 '영입된 빅네임 선수를 어떻게 팀에 녹아들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항상 제기된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와 같이 정해진 베스트 11이 없는 팀은 그런 걱정이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중계를 들으면 이와같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발 라인업에는 4명의 변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발 명단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 발표될 때 이미 지난 경기에 뛰었던 선수가 바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 뛰었던 선수가 빠지는) 뻔한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스쿼드 로테이션은 현대 최고수준의 클럽들이 기본적으로 활용해야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문제의 대답은 33명이다. (아스톤 빌라가 우승을 기록했을 당시의 2배 이상의 인원을 활용했다)

 

안데르손, 베르바토프, 브라운, 켐벨, 캐릭, 하파엘 다 실바, 드 라엣, 에커슬리, 에반스, 에브라, 퍼디난드, 플레쳐, 포스터, 깁슨, 긱스, 하그리브스, 박지성, 쿠쉬착, 마케다, 마누초, 마틴, 나니, 네빌, 오셰이, 포제봉, 호날두, 루니, 스콜스, 테베즈, 토시치, 반 데 사르, 비디치, 웰백

 

아스톤 빌라의 14명의 선수 중 7명의 선수가 42경기 전부 선발출전했지만 유나이티드의 리그 경기수는 38경기였고 오직 비디치, 호날두만 30경기 이상 출전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0/01/28/how-the-2000s-changed-tactics-7-squad-ro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