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서 100명의 축구팬들에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피니셔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로비 파울러라고 대답할 것이다. 로비 파울러는 장신의 공격수가 아니었다. 또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강한 선수도 아니였고, 활동력이 좋은 선수도 아니였다. 그러나 공을 로비 파울러에게 전달시키면, 파울러는 놀라울 정도로 꾸준하게 득점을 기록했다.

 

오늘날의 프리미어리그를 돌아보면 로비 파울러와 같은 유형의 공격수들 중에서 로비 파울러에 버금가는 클래스를 지닌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도 훌륭한 골잡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파울러보다 속도 및 기술력에서 훨씬 낫다. 현대에 '엄청난 마무리 능력을 지닌 선수'라고 표현되는 선수들은 페르난도 토레스, 저메인 데포, 대런 벤트와 같은 빠른 속도를 갖추고 있다. 아니면 보비 자모라, 에밀 헤스키처럼 골을 넣는 능력 말고도 공을 지켜내서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유형의 공격수도 존재한다. 현대축구에서는 득점만 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되는 추세로 진행중이다.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에 기여할 줄 아는 공격수가 되어야한다.

 

로비 파울러가 데이비드 베컴과 동갑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아직 로비 파울러는 34세이다. 여전히 데이비드 베컴은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로비 파울러는 호주 A-리그에서도 벤치에 앉아있다. 로비 파울러가 신체적 장점이 없다는 것이 큰 요소가 되었겠으나,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속도, 움직임, 지능적 플레이의 부족도 파울러의 쇠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로비 파울러 커리어의 정점은 2003년 케빈 키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했을 때였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부상에 시달리고 속도가 느려져가는 마이클 오웬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인가? 오웬이 현재 전형적인 골잡이 스타일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오웬도 파울러처럼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로비 파울러가 굉장히 유명한 선수였지만, 현대 축구에서 '새로운 로비 파울러'라고 불리는 선수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아스날에서 깜짝 영입했던 에두아르도에게 '뉴 로비 파울러'라는 별명이 붙여졌지만 에두아르도는 파울러보다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에두아르도는 때로는 스리톱 중에서 왼쪽에 배치되기까지 했다. 로비 파울러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현재 그나마 포쳐(골 사냥꾼)이라 볼 수 있는 선수는 에버튼의 팀 케이힐뿐이다. 사실 팀 케이힐도 본래는 페널티박스로 침투하는 미드필더였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는 전형적인 골 사냥꾼이였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시간당 득점률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훌륭한 공격수였다. 그러나 결국 그도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은 반 니스텔루이를 과감하게 내쳤다. 반 니스텔루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19경기를 뛰었고 150골을 기록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가. 반 니스텔루이를 내쫓았던 것이 옳았음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성적을 통해서 증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반 니스텔루이가 팀에 합류하기 이전에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그리고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이후에도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가 팀에 머물렀던 5년 동안의 성적은 어떠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시즌동안 단 1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 루드 반 니스텔루이, 로비 파울러와 같은 공격수들에겐 현대 축구에 자리가 없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0/02/21/how-the-2000s-changed-tactics-6-the-death-of-the-poa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