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명성있던 선수들의 포지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조제 웨아, 호나우두는 중앙 공격수였다. 지네딘 지단, 마누엘 루이 코스타는 중앙에 위치한 플레이메이커였고, 루이스 피구, 라이언 긱스, 마크 오베르마스는 윙어였다. 오늘날에도 축구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 포지션의 최강자가 누구냐?'라는 논쟁을 벌이곤한다. 보통, 사람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윙어로 구분하고 있지만 그는 종종 최전방에서 경기를 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리오넬 메시도 전형적인 10번, 플레이메이커와같은 역할로 축구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웨인 루니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 어디인가'라는 물음에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최전방 공격수, 수비가담을 갖춘 측면 윙어와 같은 대답들이 나온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페르난도 토레스는 두말할 필요없이 공격수로 구분된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톱클래스 선수들에게 '최적의 포지션'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된 원인으로 크게 5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유럽에서 대세였던 4-4-2 포메이션에서 현재 4-2-3-1/4-5-1/4-3-3 포메이션으로 흐름이 바뀌고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미드필더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이제 윙어들이 과거보다 더 전진배치되어서 뛰기 때문에 현대축구는 윙어들에게는 빠른 속도, 훌륭한 슈팅력을 요구한다. 더불어 최전방 공격수들에게도 빠른 발과 공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을 요구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의 성향이 비슷해졌다. (따라서 티에리 앙리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의 4-4-2 포메이션에서 윙어로 기용된다면 그다지 잘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4-2-3-1 포메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피치는 4부분으로 나뉘었다. 따라서 공격수들과 윙어들간의 간격이 좁아졌다. 반면 4-4-2는 피치를 3부분으로 나누게되며, 윙어와 공격수간의 거리가 4-2-3-1 포메이션보다 멀어진다.

 

둘째 스쿼드 운용때문이다. 현재 유럽 최고수준 클럽들의 스쿼드의 질적 수준과 두터움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제 스쿼드 로테이션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스리톱을 활용하고 4명의 선수가 그자리에 경합한다고 가정하자.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 굉장한 이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격진영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줄 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선수들이 필요해졌고, 그들의 가치는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셋째 현대축구에서 움직임의 중요성때문이다. 움직임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쓸 계획이지만, 지능적인 움직임은 단단한 상대의 수비벽을 뚫는데 굉장히 효과적이다. 상대수비를 뚫기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면 다음과 같아진다. a)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들은 본래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공격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b) 다른 포지션에서도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게되면 결국 선수는 그 역할에 익숙해지게 된다

 

넷째 공격수들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이제 현대축구의 전술 그 자체라는 주장이 있다. 거의 모든 유럽의 탑클래스 팀들은 4명의 수비라인과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시킨다. 이제는 거의 정형화되어 스리백을 구사하는 팀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공격수에게 색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해외의 유스 선수들이 더욱 현대적인 전술을 배우기 때문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는 4-3-3 과 4-2-3-1 포메이션에 익숙한 국가이다. 그리고 언급한 3개국에서 4-3-3과 4-2-3-1에 적합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지금까지 쭉 4-4-2에 맞춰서 선수들을 길러왔고, 잉글랜드는 4-4-2 밖에 모르는 바보다! 외국클럽들은 잉글랜드클럽보다 멀티플레이어를 잘 길러내고 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이렇게 말했던적이 있다.

 

"나는 잉글랜드가 어린 선수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갖추도록 가르치지 않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잉글랜드 축구는 어린 선수들에게 하나의 포지션만 가르치고 있다. 나의 견해지만, 스트라이커는 스트라이커의 역할만 수행하지 않는다. 그도 뛰어다녀야하는 선수이고 그가 크로스를 시도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4-4-2 와 3-5-2 포메이션을 소화해야할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굉장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공격진영의 선수들이 다재다능해진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보비 찰튼 경은 커리어 내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었다. 그러나 현재 다양한 포메이션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0년대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을 보기 힘들었었다. 폴 머슨(前 아스날), 엔리코 키에사(現 AC 시에나) 같은 멀티 능력을 지녔던 1990년대 선수들은 시대를 앞서 태어난 셈이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0/01/21/how-the-2000s-changed-tactics-9-versatile-attacking-pla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