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an Ingle (원문은 2016년 4월 10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멘텀(momentum)을 지나치게 신격화 하는데 연구 결과 모멘텀의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승리를 만드는 것은 팀의 근원적인 힘이다.


0-1, 1-0, 0-1. 1-0. 레스터 시티에게 2진법이 지금처럼 아름다웠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3월부터 레스터 시티는 경기마다 단 1골로 4연승을 만들었고 어제는 선덜랜드를 2-0으로 이겼다. 선덜랜드전 승리로 레스터는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레스터의 캡틴 웨스 모건은 레스터의 이 경이로운 질주를 '모멘텀(momentum)'이라 표현했다.


모멘텀이란 용어는 올시즌 레스터의 돌풍을 설명할 때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제이미 바디의 뛰어난 활약을 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신감 효과'가 레스터 선수들에게 작용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1997/1998시즌 아스날 소속으로 리그 10연승을 기록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리 딕슨은 이를 더욱 현실감 있게 설명해줄 수 있을텐데 그는 그 때의 기세를 유체 이탈 체험(out-of-body-experience)라 표현했다. "드레싱 룸에서 우리는 말그대로 경기를 즐기는 것 빼고는 어떠한 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딕슨이 묘사한 현상이 일반적으로 모멘텀이라 여겨진다.


사실 모멘텀은 축구계에서 가장 진부한 표현 중 하나다. 팀이나 선수가 갑자기 '핫(hot)'해진 것을 운과 재능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설명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몇년 전, 경제학자 스테판 돕슨(Stephen Dobson)과 존 고더드(John Goddard)는 1970년부터 2009년 사이의 잉글랜드의 모든 리그 경기 81,258경기를 관찰했고 장기간의 연승행진 혹은 무패행진, 연패가 확률적 기대값보다 자주 발생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연승행진과 무승행진이 확률적 기대값보다 더 빠르게 종료된다는 놀라운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멘텀이 사실 음의 값을 가진다는 것이다.


고더드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한다 : 승리하는 흐름을 타는 팀은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유지하게 되고 그렇게 고착화된 방식은 팀의 퍼포먼스를 끝내 저해시킨다. 한편 연달아 패배하는 팀은 그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서 분투하고 확률적 기대값보다 빠르게 연패를 끊어낸다. 미래에도 승리하는 근원적인 힘은 팀의 강점에서 나오는 것이지 이기는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가장 결정적이다.


모멘텀이 선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농구와 야구에서도 '핫 핸드(hot hand)'라고 짧은 시기동안 자신의 평균보다 더 좋은 실력을 선보이는 것에 관련된 단어가 있다. 농구와 야구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차례 연구가 진행되었고 대다수 결론은 단순한 통계적 노이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축구에선 그런 연구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모멘텀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스트라이커들은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후 더 잘 들어간다고 말하고 수차례 선방을 해내는 골키퍼는 자신이 철벽이라 느끼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런 선수들의 느낌을 어떤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수화할 수 있는가이다.


이런 예시를 들어보자. 평균 2경기당 1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가 있다. 그런데 그가 4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그가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약팀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단지 운이 좀 따랐고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이것은 단순한 변동에 불과하다. 동전을 던지는 베르누이 시행을 4번했고 여기서 동전의 앞면이 잇따라 4차례 등장한 것일 뿐이다.


데이터 부족으로 축구는 모멘텀을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고 있다. FA의 발행물에도 모멘텀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는 힘 : 항상 득점에 반영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잠재된 힘이라 할 수 있다." 라고 서술되어 있다. 


이렇게 서술된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페널티를 놓친 팀의 심리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루드 굴리트(Ruud Gullit)는 페널티를 놓치는 것이 남은 경기 퍼포먼스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페널티는 성공률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축구 데이터 전문가인 마크 테일러(Mark Taylor)는 2005/2006시즌 모든 프리미어 리그 경기들을 관찰했고 0~70분 사이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경기를 분류했다. 페널티를 내주는 반칙으로 인해 레드 카드가 나온 경우, 리바운드 볼을 골로 연결시킨 경우는 모두 제외하여 총 68경기란 샘플을 얻어냈다. 페널티킥 실축으로 인해 팀이 정신적으로 약해졌는가에 대해서 검증하기 위해서 테일러는 킥오프 이전에 각팀의 배당률과 페널티 선언 직전의 실시간 배당률을 참고하여 상대적 승리 가능성을 바탕을 둔 채 연구를 진행했다. 페널티 선언 직전 각 팀의 승점 기대값을 구하여 여러 차례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놀랍게도 테일러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동점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팀은 경기 전 배당률에 기반한 기대값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다. 페널티킥 실축이 심리적 동요를 불러온다는 루드 굴리트의 주장은 본인이 경험한 바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삼프도리아 시절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굴리트는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페널티를 실축했고 끝내 데이빗 플랫에게 2실점을 허용해 삼프도리아에게 2-1 역전패 당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도 있다.


테일러는 "모멘텀에 대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결과가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지만, 사람들은 인지적 편향에 의존해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라고 주장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개막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고 지난 2월 본머스와 레스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후 아런 램지와 아르센 벵거는 모멘텀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아스날은 그 이후 8경기에서 단 1경기만 승리했다. 두 팀의 모멘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팀의 사례를 지적하며 레스터의 모멘텀에 대해서 다시 주목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여전히 탐구되지 않은 영역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에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pr/10/leicester-title-momentum-sean-ingle?CMP=Share_iOSApp_Other



by Jonathan Wilson


디에고 시메오네가 2011년 12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고 그 말은 즉슨 시메오네가 이제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상당한 시간적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부임이 확정되었을 때 그의 아들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아빠는 이제 메시, 호날두랑 싸우는 거에요?" 아들도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거다.


시메오네는 마드리드에서 보낸 4년 반의 시간 동안 메시에게 딱 2번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2차례의 타이밍은 매우 절묘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또 다시 8강에서 좌초시켰다. 아틀레티코의 바르셀로나전 승리는 상대의 스타 선수를 무력화시키는 탁월한 예시로 설명될 수 있을만큼 훌륭했다. 지금껏 시메오네에게 메시는 골칫덩어리였으나 이번에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


아틀레티코는 호날두로 대표되는 레알 마드리드와 또 한차례의 대결을 펼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인을 물리쳐야만 한다. 1974년 유러피언 컵 결승전, 아틀레티코는 루이스 아라고네스의 프리킥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1:0 리드를 가져갔다.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아틀레티코는 스페인 클럽 2번째로 유러피언 컵을 차지하는 팀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게오르그 슈바르첸벡이 동점골을 넣어버렸다. 바이언은 재경기에서 아틀레티코에게 4:0 승리를 거두었고 아틀레티코는 그로부터 40년 후에야 다시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아틀레티코는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주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관점에서 바이언을 4강에서 꺾고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는 것이 유러피언 결승전 악몽을 씻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다가올 바이언과 아틀레티코의 대결은 1974년 결승전 이후 두 팀의 첫번째 대결이다. 시메오네는 과르디올라와 딱 1번 경기해봤고 당시 바르셀로나가 2:1 승리를 기록했다. 이번에 아틀레티코가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것은 바이언을 상대하기에 아주 좋은 훈련이 되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언에서 더 진화했고 더 이상 4-3-3에 얽매이지 않으며 이제는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하며 플레이 펼치고 롱볼 활용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둔 상태다. 어찌되었건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 심은 축구주의는 뮌헨에서도 똑같이 뿌리내렸다.


분명 두 팀의 대결에서 바이언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점유율을 지배할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2경기 합쳐서 72%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상대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시메오네에게 골칫거리가 되지 못한다.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공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에 상당히 숙련된 모습이며 그가 내세울 4명의 미드필더들은 언제든지 뒤로 물러서 수비 라인으로부터 10야드 미만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바이언의 공간을 죽일 것이며 동시에 적극적으로 앞에서부터 바이언을 압박하기도 할 것이다.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 경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틀레티코가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풀백 사이의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공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바르셀로나가 전형적으로 후방에서 볼을 뿌리는 방식을 방해한 것인데 이런 성향은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과 교집합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딥-라잉 미드필더인 사비 알론소 혹은 티아구 알칸타라가 부스케츠의 역할을 맡고 좌우에 위치한 공격적인 풀백(필립 람과 다비드 알라바)이 바이언이 바르셀로나와 똑같은 전개를 펼칠 수 있게 만든다. 시메오네는 이 공간을 반드시 노릴 것이다.


수비의 마스터 시메오네 vs 가장 강력한 파괴자, 티키-타카의 대부이자 현대 축구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전략을 보유 중인 과르디올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이 대진은 상당히 흥미롭다. 경기가 시작되기 이전까지 과르디올라가 주어진 선수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 과르디올라의 선택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걸 대비하고 직접 맞서 싸워야하는 시메오네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시메오네에게만 골칫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바이언은 후반기에 살짝 리듬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더글라스 코스타는 크리스마스 이전의 경기력이 아니고 유벤투스, 벤피카와의 경기에서는 지나치게 공을 점유하려는 모습도 있었다. 바이언이 겨울 휴식기 이후에 놓친 승점이 12경기에서 단 7점뿐이라는 사실은 바이언의 후반기 부진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수비력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마누엘 노이어는 유벤투스, 벤피카와의 2차전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바이언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유벤투스의 압박은 시메오네에게 분명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최근 3차례 모두 4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시즌에는 자신이 기반을 다져두고 떠난 바르셀로나의 뛰어남에 무릎을 꿇었지만, 그 이전의 2차례 패배는 모두 실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결정적인 역습 상황을 노리는 팀에게 당한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아틀레티코는 이 사실에도 주목할 것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5/2016 UEFA 챔피언스 리그는 시메오네 아들의 체크리스트를 따를 수 있을까. 메시를 이긴다? 그건 이번에 해냈다. 호날두를 이긴다? (최근 마드리드 더비 전적을 본다면) 아마 그럴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아틀레티코는 펩 과르디올라를 무찌르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pr/15/diego-simeone-pep-guardiola-atletico-madrid-bayern-munich-champions-league-semi-final




원문은 2016년 4월 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by Jonathan Wilson


게겐 프레싱은 단순히 상대를 쫓아다니는 것을 발전시킨 형태로, 잉글랜드가 진작에 밟았어야할 전술적 진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잉글랜드는 잉글랜드만의 특징에 대해서 신념을 잃지 않고 클롭이 보여주는 것들을 잘 배워야 한다. 


5일 간격으로 펼친 2경기에서 리버풀은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vs 토트넘 vs BVB) 두 경기 모두 수준 높은 경기였으며 동시에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기였다. 위르겐 클롭 아래서 리버풀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할만한 여러 증거들이 있는데 클롭은 리버풀의 축구를 재밌게 변화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잉글랜드 축구, 잉글리쉬 스타일의 축구가 뛰어나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클롭이 안필드에 도착했을 무렵, 사람들은 클롭의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에 대해 흥미로운 논쟁을 펼쳤는데 클롭이 성공하지 못할거라 콧방귀를 뀌는 냉소가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게겐프레싱의 본질적인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게겐 프레싱이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 공을 뺏으려 노력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차이를 보이지만 꼭 다르다고만은 할 수 없다.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잉글랜드 클럽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를 쫓아가 압박을 해야한다는 의식을 보였고 그렇게 '에너지와 끈질김'은 잉글랜드식 게임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압박이란 개념은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에 잉글랜드, 네덜란드와 소련에서 탄생했다. 당시 유럽의 축구는 2가지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북쪽은 백4와 압박으로 대변되었고 남부는 리베로를 두면서 내려앉는 형국이었다. 많은 혁신이 그래왔듯이 발전에는 적합한 타이밍이라는게 있다. 백4 시스템은 1958년 월드컵 이후에 영양 공급의 발달과 스포츠 과학의 발전과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런 환경 속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잉글랜드 클럽의 성공은 압박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상대보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로 대표되는 잉글랜드만의 뚜렷한 특징은 다른 유럽 클럽들이 두려워하는 특징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헤이젤 참사 징계로 인해 잉글랜드 클럽들은 엘리트 클럽들과 맞대결을 펼치지 못하게 되었고 잉글랜드는 뒤쳐지기 시작했고 열등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유럽 무대는 잉글랜드 클럽에게는 (자국에서 경험하지 못할) 이색적인 무대이자 세련된 대결의 장소였고 그들은 잉글랜드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유럽에서의 모든 패배는 비슷한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94년 바르셀로나에게 0:4로 패배했을 때, 우리는 유럽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잉글랜드가 패배한다는게 잉글랜드가 트렌드에서 뒤쳐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요한 크루이프의 팀에게 완패당한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동시에 국가대표팀 레벨에서도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의 긍정적인 면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유로 1992에서는 형편없는 모습이었고 1994년 월드컵은 본선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잉글랜드가 롱볼 축구를 선호하는 것이 결국에 잉글랜드 축구에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더 편하게 공을 다루고 패스할 수 있도록 가르칠 지도자 육성이 잉글랜드에게 필요한 해결책이라 의견이 모였다. 여전히 그럴 지도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부끄러인 일로 여겨지지만, 진정한 문제는 잉글랜드가 '발전'에만 사로잡혀 정작 본인들이 잘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1994년 네덜란드가 잉글랜드의 월드컵 진출을 좌절시켰고 1995년 루이 반 할의 위대한 아약스가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자 네덜란드식은 잉글랜드의 롤모델이 되었다.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2000년에 유로에서 우승하자 클레르퐁텐을 따라하자는 것은 또 유행이 되었다. 그 이후 스페인이 급격하게 부상했고 3개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덜란드식과 카탈란식이 합쳐진 라 마시아 모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또 독일이 나아갈 방향이라 말하고 있다.


물론 잉글랜드 축구는 다른 축구문화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현재 잉글랜드의 위상은 90년대 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의 잉글랜드는 문제를 선수 구매로 해결하려는 기본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고 기존의 자원을 잘 살려보겠다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결국 무엇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의 해결책은 외부에 있다는 결론만 내리게 된다.


클롭은 잉글랜드가 무엇을 잘했었는지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클롭의 게겐 프레싱은 잉글랜드의 특징을 발전시킨 형태고 잉글랜드 클럽들은 그런 기질로 과거 유럽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잉글랜드는 자신들이 잘하던 것에 대한 신념을 잃지말고 장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토트넘과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경기는 80년대 축구의 더 빠르고 더 깔끔한 버전이었다. 다소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펩 과르디올라식 기교있는 축구, 각자 자기 턴에서 공격을 시행하는 농구 스타일의 리듬에 대해 싫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사이 리버풀이 보여준 압박 축구는 빠른 템포의 축구, 치열하게 치고받는 축구에서도 상당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걸 우리에게 상기시켜줬다.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보내는 것으로 상대의 압박을 우회할 수 있다면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리버풀이 그 2경기에서 이기진 못했지만, 리버풀 팬들에게는 충분히 고무적인 경기력이었다. 비록 이 경기가 2명의 독일 감독과 1명의 아르헨티나 감독이 펼친 대결이었으나 이 경기는 잉글랜드가 잘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경기였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pr/08/jurgen-klopp-liverpool-english-football-gegenpres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