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시작은 좋지 못했으나 디에고 시메오네의 하프타임 변화는 통했다.


지네딘 지단은 예상되었던 베스트11을 선택했는데 사실 그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것도 아니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몸상태에 대한 의구심들이 있었으나 그는 100% 정상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선발 자리를 보장받은 상황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우리는 호날두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경기를 뛰고 있다는걸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메오네는 호세 히메네스 대신 스테판 사비치를 선택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사비치의 출전 시간은 히메네스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으나 사비치는 히메네스보다 경기를 리딩하는 능력과 침착함, 실수를 덜 저지르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에 충분히 합당한 선택이었다. 


레알은 모두의 예상대로 뛰었다. 그러나 아틀레티코는 경기 초반에 굉장히 엉성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의 촘촘함 상실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구조적 촘촘함이다. 공격수들은 굉장히 깊숙히 내려오고 때로는 11명의 선수가 모두 공보다 뒤쪽에 위치하여 조밀한 대형을 형성해 후방 1/3지점에서 공을 가로챌 준비를 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는 팀들은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상대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고 그 결과 상대 팀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마땅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전반전 아틀레티코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공간을 열어두고 있었따. 공격수들이 후퇴하는 것도 아니었고 수비수들은 애초 예상되는 라인보다 훨씬 더 뒤로 물러나있었다. 그 결과 4명의 미드필더들이 커버해야하는 공간은 평소보다 더 넓어졌다. 레알이 점유율을 지배하기 시작했는데 아틀레티코는 레알이 후방에서도 전방에서도 편하게 공을 다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했다.


미드필더 형태


아틀레티코에게 가장 문제였던 것은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가 압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후방과 측면에서 공을 받았다는 것이다. 카세미루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마치 3번째 센터백인 것처럼 움직였는데 레알이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크로스와 모드리치보다 앞에서 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는 공격수들이 카세미루를 컨트롤 해줄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카세미루가 전진하면서 아틀레티코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카세미루는 공을 굉장히 간결하게 연결했고 특히 측면으로 공을 보내는데 집중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3명의 공격수가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뛰어다닌 것 역시 아틀레티코를 어렵게 만들었다. 카림 벤제마가 크로스나 모드리치로부터 공을 직접 받기위해 내려오는 경우가 있었고 그와 동시에 측면에 위치한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아틀레티코의 풀백들은 베일과 호날두를 근접마크했다. 센터백 앞에서 그렇게 타이트한 방어를 펼치는 것은 익숙치 않은 광경이나 어쨌든 아틀레티코는 자신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베일과 호날두를 측면으로 몰아내려고 했다.


전반전 초반 아틀레티코의 조직력 부재는 혼란스러움을 야기했고 그 결과 아틀레티코는 후방 1/3지점에서 연달아 프리킥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전 레알 마드리드가 맞이했던 2번의 찬스 역시 프리킥에서 만들어진 찬스였고 카세미루는 베일의 강력한 프리킥을 득점으로 연결시킬 뻔했다. 두번째 프리킥에서는 가까운쪽 포스트에서 베일이 머리로 공의 방향을 바꾼 것이 라모스의 앞으로 이어졌고 그대로 얀 오블락을 거쳐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세트피스는 오히려 아틀레티코의 무기로 여겨졌지만, 박스 경합 상황에서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 곳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레알이 이 경기에서 가장 잘 가져갔던 전략은 공을 점유하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바꾼 것이었다. 아틀레티코가 수직적인 촘촘함을 잃었을지라도 아직 아틀레티코는 수평적 촘촘함은 유지하고 있었다. 측면에 위치한 사울과 코케는 레알의 패스를 혼잡하게 만들기 위해 터치라인까지 다가가 압박을 시도했으나 레알은 아주 후방에서부터 공을 좌우로 돌리면서 아틀레티코의 전략을 우회했다. 후방에서 마르셀루가 다니 카르바할을 향해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넘기는 플레이는 두드러졌다. 풀백은 피치 위에서 자신의 앞에 공간이 허용된 포지션이다. 레알은 전반전에 좌우로 계속 방향을 전환한 것이 주요했다.





아틀레티코의 반격


아틀레티코가 가장 잘하는 것, 후방에서 공을 뺏어내고 역습을 시도하는 것은 경기를 쫓아가야하는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였다. 아틀레티코는 5분간 공 점유율을 완전히 지배한 상황도 만들었고 점차 레알 마드리드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어 경기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갔다.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득점할 루트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구조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은 계속해서 위치를 바꿨기 때문에 재빠르게 수비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야했으나 사울과 코케는 이미 중앙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3명은 두 선수가 패스를 보낼 곳을 차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을 활용하기 위해 코케와 사울이 아닌 풀백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필리페 루이스를 적극 활용했다. 필리페의 크로스가 크게 유효하지는 않았으나 앙트완 그리즈만을 향해 후방에서 넘겨주는 공은 위협적이었다. 아틀레티코가 필리페 루이스쪽을 활용하면서 모드리치는 측면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그리즈만이 내려와 라인 사이의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거기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한 아틀레티코


시메오네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줬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 경기에서처럼 홀딩 미드필더인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가 빠지고 야닉 페레이라-카라스코가 투입되었다. 바이언 원정에서는 4-3-3 포메이션이었으나 이번에는 4-2-3-1이었다. 사울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코케가 10번 역할을, 그리즈만이 오른쪽 측면 카라스코가 왼쪽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카라스코 투입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틀레티코는 좌우를 더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고 아틀레티코는 자연스레 레알의 측면 포워드 뒷공간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시작했따. 지속적으로 레알을 압박한 것은 물론이고. 아틀레티코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페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토레스에게 주어진 가장 첫번째 임무는 마치 파울을 얻어내는 것처럼 느껴진 하루였다. 토레스는 전반전에 단 한 차례의 패스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틀레티코가 천금의 기회를 얻어냈으나 그리즈만이 여기서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1-1


아틀레티코의 기세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지단은 2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벤제마 대신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한 것은 보다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시키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러나 크로스 대신 이스코를 투입한 것은 다소 놀라운 변화였다. 그러나 가장 영향력있는 교체 멤버는 아틀레티코의 야닉 카라스코였다. 카라스코는 잔기술로 상대의 수비수들을 허물기 시작했고 특히 카르바할 대신 교체투입된 다닐루는 초조해 보였으며 2번의 클리어링 미스까지 기록했다. 다닐루는 카라스코를 어떻게 방어해야할지 감을 못잡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근접마크를 시도해 파울을 내주고 때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카라스코를 제어하지 못했다. 카라스코는 전반전 왼쪽 미드필더였던 코케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었다.



 


카라스코의 발에서 동점골이 나왔던 것은 어찌보면 매우 타당한 결과이기도 하다. 호날두가 체력적으로 버거워하기 시작하면서 수비적으로 기여도가 떨어졌고 아틀레티코의 동점골 과정은 오른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후안프란이 오버래핑을 시작하면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에서 1 vs 2 상황을 만들었고 여기서 호날두는 이스코에게 2 vs 2 상황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결과 오히려 가비가 프리해졌고 가비 때문에 2 vs 3 상황이 발생했다. 후안프란이 수비수 뒷쪽으로 움직였고 가비의 패스를 받은 후안프란은 카라스코가 굉장히 근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다. 카라스코의 득점은 측면에서 수비에 소홀했던 레알 +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틀레티코의 결과물이었다.







교착 상태


1-1 상황부터 경기는 역습이 주된 공격 루트가 되었다. 호날두의 기동력이 상당히 떨어졌고 레알은 역습 상황에서 베일에게 크게 의존했다. 바스케스는 베일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아틀레티코는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린 상태를 유지했고 그 결과 베일이 공을 잡고 턴을 할 수 있는 여유를 허용하게 되었다. 아틀레티코는 그 결과 골문과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서 슈팅을 블락해야했고 특히 사비치가 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을 막아낸 것에서부터 카라스코의 동점골이 시작되었다.


레알은 아틀레티코의 역습을 전략적 파울로 막아냈다. 정규시간 30초가 남은 상황에서 라모스가 아틀레티코의 3 vs 1 역습을 파울로 끊어낸 것은 가장 두드러진 전략적 파울이었다. 그것 말고도 다닐루가 카라스코를 잡아끌은 것, 페페가 가비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 굉장히 발을 높이 들어올려 태클을 시도한 것들 모두가 그런 전략적 파울이었다. 카르바할의 첫번째 경고 역시도 그리즈만의 역습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나왔다. 파울을 전략화하는 것은 아틀레티코가 굉장히 잘하는 분야인데 오히려 이번에는 그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적 요소였다. 


파울이 발생하는 포지션 역시 흥미롭다. 페페의 페널티킥 허용을 제외하고 레알은 후방 1/3 지점에서 단 한 차례도 파울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틀레티코의 역습은 전부 전방에서 파울로 끊어냈다. 한편 아틀레티코는 후방 1/3지점에서 4차례의 프리킥을 허용했고 거기서 1차례는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지쳤기 때문에 아틀레티코는 우세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베일의 역습을 너무 신경쓴 나머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시메오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체카드 2장이 있었지만 연장 후반전에 부상을 당한 필리페 루이스와 코케를 바꿔주는 것에 그걸 써야만 했다. 결국 아틀레티코는 상대를 어렵게 만들 교체는 시도하지 못했고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아틀레티코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승부차기를 먼저 차는 팀이 60%의 승률을 기록한다. 그런데 가비는 여기서 나중에 차는 것을 선택했다. 9명의 선수 중 8명이 성공했다. 두 팀 골키퍼는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고 특히 오블락은 굉장히 무기력했다. 후안프란의 실축으로 호날두가 경기를 마무리할 기회를 잡았다. 호날두가 부진한 경기였으나 그는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면서 가까스로 영웅으로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6/05/30/real-madrid-1-1-atletico-madrid-real-victorious-on-penal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