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1년 9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나치오날레는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의 전술은 현재 인테르 스쿼드에 맞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3경기에서 3패이다.


3경기를 치렀고 3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미 저 멀리서부터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향한 위험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그는 인터나치오날레 감독직에 결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스페리니 이전에 인테르가 고심했던 마르셀로 비엘사가 인테르에 부적합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스페리니가 비엘사처럼 굉장한 이상주의자이진 않으나 그는 자신이 선호하는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팀, 성공으로 인한 자부심이 충만한 팀에 새로운 색깔을 집어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그러한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할지라도 인테르 정도의 클럽 규모를 고려해 빠른 시점부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하는 요구가 곁들여진다면 새로운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적어도 비엘사는 가스페리니와 달리 이러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엘사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감독이며 인테르 감독직을 수락했을 때 '자신의 철학을 어느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팀에 녹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인테르와 리버 플라테 감독직을 걸렀다. 결국 그는 아슬레틱 빌바오를 선택했는데 아슬레틱은 그처럼 독특한 팀이었다. 비엘사의 아슬레틱은 2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그치고 있지만 가스페리니의 3경기 3패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 보여진다. (추가로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아슬레틱은 트라브존스포르와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페네르바체가 승부조작으로 인해 유럽 대항전 출전이 불가능해져 트라브존스포르가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하게 되엇고 아슬레틱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역동적인 3-4-3 포메이션으로 재밌는 축구를 구사했고 가스페리니는 이러한 축구 철학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다. 그가 잘할 줄 아는 전술이 바로 그것이었며 그가 하는 것도 그게 전부였다. 이러한 감독을 임명해서 다른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길 바라는 것은 나이얼 퀸을 영입해서 타깃맨으로 뛰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다. 인테르 스쿼드에겐 3-4-3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필자는 가스페리니가 임명되었을 때 베슬리 스네이더가 4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지금까지 가스페리니가 스네이더를 기용하고 있는 전방 3명에서의 왼쪽에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사실 스네이더는 참 기용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왜나하면 그는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조세 무리뉴의 지휘하에 마지막 한 달간 그는4-2-3-1의 꼭짓점에 위치했는데  굉장한 기동력을 갖췄었고 현대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언제든지 필요로한다면 기꺼이 후방으로 내려올 준비가 되어있었던 창조자였다. 그 이후 월드컵에서 5골을 기록했는데 이 때는 클래식한 No.10 유형의 선수였다. 그는 무리뉴 아래에서 4-3-1-2 포메이션도 소화했는데 지난 09/10시즌의 대다수 경기를 4-3-1-2 포메이션으로 소화했다.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포메이션이었다. 그가 활용폭이 굉장히 좁은 선수라는 것은 샬케04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도 아주 잘 드러났다.


지난 일요일 인테르는 팔레르모에게 3:4로 패배했는데 이 날 가스페리니는 스네이더를 벤치에 대기시켰다. 마우로 자라테를 대신해 스네이더가 전반전 중반에 투입되었지만 이러한 기용은 가스페리니 본인이 스네이더가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에 맞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스네이더에 비해서 덜 언급되었을 뿐이지 디에고 포를란도 3-4-3 포메이션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가 가스페리니 부임 이후에 인테르와 계약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네이더의 투입 이후 포를란이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다. 스네이더는 약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왼쪽에서 위아래로 대충 뛰는데 그쳤다. 그러다 그는 중앙에서 자신이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중앙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인저리 타임에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아오는 상황에 두 선수 모두 박스 안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사실 두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분명하다. 스네이더가 포를란을 향해 패스를 건네주고 그 패스가 코너킥으로 이어졌으며 코너킥 상황에서 인테르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2:1로 앞서가는 골을 기록했다.  또한 인테르의 3번째 득점은 스네이더의 패스를 받은 포를란의 득점이었다. 이처럼 지능적인 두 선수는 상호 배치가 앞뒤로 되어있을 때 확실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인테르에서 3-4-3 포메이션에 적합한 선수는 마이콩과 유토 나가토모밖에 없다. 인테르의 3-4-3 포메이션은 수페르 코파에서 AC밀란에게 패배하기 이전부터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지난달 말 인테르의 구단주인 마시모 모라티는 결국엔 가스페리니가 백4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는 잘못된 것이었다. 새로운 감독은 현재 남아있는 스쿼드에 알맞는 전술을 선택해야하고 점진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자신의 지도를 통해서든 선수 영입을 통해서든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만 보고 나아가 선수들을 억지로 끼워넣는다? 그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는 바이지만 몇몇 감독들은 특히 파비오 카펠로같은 극도의 실용주의적인 감독은 선수단 구성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전술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가스페리니는 리그 1라운드가 끝나고 3-4-3에 대한 고집을 꺾었고 인테르의 원래 전술로 돌아왔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인테르는 포메이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였고 가스페리니는 2명의 포워드를 배치시키는 팀을 상대로는 3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며 3명의 공격수가 있다면 4명의 수비수를 배치시키는 것이 옳은 것이라 말했다. (사실 공격수는 1명이지만 상대팀의 윙어 2명을 추가하면 3명이 된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은 말그래도 정석적인 대답이었다. 리누스 미헐스는 상대팀 공격수보다 1명 더 많은 수비수를 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난 비야레알과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백3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논리를 따른 것이었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이 다소 곤혹스러운 것은 그가 2006년 제노아에 부임한 이후로 전체 경기의 20.4%에서만 백4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09/10시즌의 팔레르모는 4-4-2가 아닌 4-2-3-1이었는데 제노아는 백4로 팔레르모를 상대했다. 이는 가스페리니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탈리아에서는 4-3-1-2가 보편적인 전술이지만 5팀 중 1팀은 최전방에 1명의 스트라이커를 두고 있다. 그래서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가스페리니가 백4를 활용한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Gazzetto dello Sport)가 말하길 전술의 변화가 인테르에게 좌절을 선사했다고 하고 어찌되었건 가스페리니는 인테르에서 실패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일요일의 인테르는 엉망진창이었고 무기력했으며 3:4로 패배했다. 오늘밤 인테르는 수동적이며 움직이지 않았고 창의성도 부족한 모습으로 0:1로 패배했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떠한 패배를 선택할 것인가? 이건 복통과 두통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같다."


팀 플레이가 정돈되지 못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불안한 출발로 인해 인테르는 기동력도 떨어졌고 창의성도 결여되어버렸다. 팔레르모는 결코 인테르를 3:4로 이길만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줄리우 세자르는 확실히 2~3년전보다 기량이 하락한 모습이었고 3,4번째 실점은 거의 세자르의 실책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3번째 실점같은 경우는 세자르가 더 멀리있는 팔로 막으려는 이상한 버릇을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예를들면 낮게 오는 공을 막으려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하는데 왼손으로 공을 막으려는 시도)


루시우는 이전처럼 빠르지 않으며 되려 더 느려졌다.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고 브라질이 파라과이와 2:2로 비겼던 경기에서 전진한 다니 알베스의 자리를 커버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론적으로는 백3 시스템이 루시우의 느려진 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루시우는 맨마킹에 집중하면서 공중볼을 따내고 수비진의 추가 인원이 커버를 해주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가스페리니가 바라보는 3-4-3 시스템은 네덜란드식 3-4-3이다. 네덜란드식 백3의 중앙 수비수들은 결코 리베로와 2명의 스토퍼가 아니다. 3명의 수비수들은 피치에 간격을 넓혀서 위치해있고 윙백들은 공격적인 수비수가 아닌 사실상 미드필더나 다름없다. 루시우는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아주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에선 머뭇거리다가 온드레이 셀루츠카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비단 루시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야를 인테르 수비진 전체로 넓히면 다른 선수들도 루시우와 마찬가지로 노쇠화하여 속도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가스페리니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재고해야할 것이다. 백3든 백4든 현재로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건 위험하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강한 압박과 높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가 인테르의 감독이며 현재의 인테르 수비진은 발이 느리고 그들 뒤로 넘어가는 공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인테르의 선수진 구성을 고려했을 때 도대체 왜 가스페리니가 인테르의 감독으로 임명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가스페리니가 추구하는 3-4-3 전술과 그가 추구하는 빠른 템포의 경기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술은 결코 혼자서만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전술은 선수와 상대팀 그리고 주변 환경과 같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포메이션은 없다. 전술은 언제나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스타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지고있는 이론과 현실적인 조건 사이의 적절한 타협이 있어야만 한다.


스네이더를 3-4-1-2의 플레이메이커로 사용하는 것이 임시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를란 역시 측면보다 더욱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서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다 할지라도 이번 인테르의 감독 선임은 완전한 실패이다. 가스페리니의 성향이 대다수 선수들의 성향과 정반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모라티가 그에게 굉장히 오랫동안 시간을 줄 수 있다면 가스페리니 선임이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 다다르기 이전에 여론은 그의 전술적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결국 그는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멸할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1/sep/15/gian-piero-gasperini-internazionale-inter



by Jonathan Wilson

 

축구는 언제나 진화를 거듭한다.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거나 반복이 이루어지거나 새롭게 정의가 내려진다. 축구에서 진보는 단순한 순환의 형태나 일직선의 형태가 아니다. 잊혀진 것 같았던 전술적 특징, 오래된 플레이 방식이 다시 등장하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어 재탄생하는 것이다. 역할을 구분하고 거기서 더욱 세분화시키는 것은 때때로 전술을 만드는데 있어서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변하지 않고있는) 몇가지 플레이 스타일은 향후 몇년 간은 계속해서 변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급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술의 진화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변화를 맞이한 대상은 바로 홀딩 미드필더이다.

 

우선 3선(4-4-2)에서 4선(4-2-3-1)으로의 발전부터 이야기하자. 이 때부터 미드필더들은 역할을 보다 확실하게 분담하게 되었다. 80년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나 모든 걸 다할 줄 알았던 선수들은 당시 미드필더가 파괴자 또는 창조자로 나뉘어있던 시기였기에 두 가지 임무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들에게도 제한조건이 생기기 시작했고 파괴자, 창조자 역할은 더욱 더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4-2-3-1에서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들은 각각 2가지 유형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다. 한 명은 파괴자였고 한 명은 창조자였다. 단적인 예는 리버풀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사비 알론소다. 마스체라노는 태클을 시도하고 카드를 수집한 반면 (마스체라노의 역할은 다시 공을 되찾아오고 최대한 간결하게 공을 배분하는 것) 사비 알론소는 (물론 태클도 할 줄 알지만) 공의 순환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때로는 측면을 향한 롱패스를 시도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바꿔주는 일종의 레지스타였다.

 

두 가지 유형의 선수는 언제나 존재했었다. 노비 스타일스, 허버트 짐머, 마르코 타르델리는 마스체라노 타입의 선수이고 시간을 그렇게 멀리까지 되돌리지않아도 되는 것이 클로드 마켈레레라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를 '마켈레레 타입'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게르송, 글렌 호들, 선데이 올리세 같은 선수들은 알론소 타입의 시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4선 시스템이 미드필더 개념까지 완전히 흔드는 단계까지 발전한 시점에 홀딩 미드필더라는 개념은 점점 더 의미를 확장해가고 있다. 올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는 파괴자 유형인 가레스 배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하비 가르시아도 뛸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그는 야야 투레와 함께 페르난지뉴를 활용하고 있다.

 

투레와 페르난지뉴 모두 기꺼이 태클을 시도할 의사가 있는 선수들이고 공을 소유할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두 선수들 모두 지난 시즌에는 파괴자 옆에서 창조자의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페르난지뉴는 롱패스를 강점으로하는 선수지만 알론소나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레지스타는 아니다. 대신 그는 투레처럼 앞으로 전진하는 성향이 있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유형의 두 선수가 같이 뛰는 것이 공격의 다양성을 주면서 시티에게 플러스가 되는지 수비진 앞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마이너스가 되는지는 아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분명한건 두 선수간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나 두 선수 모두 파괴자도 아니고 레지스타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번째 유형의 선수로 전적으로 파괴자도 아니고 창조자도 아니지만 후방에서 공격적 재능을 발산하는 선수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공을 다루면서 전진할 수 있는 선수들이 이런 분류인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아주 딱 들어맞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미 케디라는 파괴자이면서 공을 가지고 달릴 생각을 가진 선수이고 루카 모드리치는 레지스타이면서 공을 가지고 달릴 생각을 하는 선수이다.


페예그리니 감독이 센터백이 부족해서 내린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시티의 하비 가르시아가 중앙 수비수로도 기용된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가르시아는 센터백에서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최근 파괴자 유형의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 활용되는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마스체라노가 그러하고 칠레의 게리 메델이 그러하다. 홀딩 미드필더를 수비수로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 최근에는 '비엘시스타'라는 말이 탄생했다. 비엘사 감독은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도 아슬레틱 빌바오에서도 파괴자 유형의 선수를 수비수로 활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각각의 포지션은 점점 더 전문화되었고 우리는 홀딩 미드필더를 파괴자, 레지스타, 공을 운반하는 자로 구분하게 되었다. 따라서 포메이션의 중요성은 감소하기 시작해 이제 4-4-2나 4-2-3-1 같은 용어는 대략적인 것을 안내해주기 위해 쓰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더 높은 레벨의 팀 사이에서 더 많은 팀들이 여러 특징을 지닌 선수들을 복합적으로 담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선수의 포지션 전문화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가 포지션이라는 개념 자체에 구애받기보다는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게 만들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브라이언 클러프가 이끌었던 더비 카운티에서 뛰었던 콜린 토드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모두 겸하는 선수였다. 8~90년대 부터 스쿼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성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했다. 더불어 교체 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는 선수의 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의 중요도는 더욱 떨어졌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헤이라 감독이 미래에는 4명의 수비수와 6명의 창조적인 선수로 팀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언을 한지 20년이 지났다. 2013년은 센터 포워드가 다시 부활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해였다. 9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레반도프스키, 팔카오, 이과인, 지루, 기얀)과 9번은 물론이고 10번 역할 나아가 측면에서까지 뛸 수 있는 선수(이브라히모비치, 카바니, 수아레즈, 반 페르시, 만주키치, 아게로, 코스타)들 모두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선수들의 포지션 전문화에서 선수들의 포지션 다양성 흡수가 중요한 시기로 트렌드가 옮겨지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이 측면 미드필더의 역할도 겸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파헤이라 감독이 제시했던 4-6의 가능성은 3-7(3명의 센터백 혹은 2명의 센터백과 그들 앞에 있는 파괴자)로 변해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홀딩 역할'이라는 것이 단순히 선수의 포지션을 지칭하는 것과 선수 본인이 '홀딩 역할'이라는 것을 어떤 특정 의미로 받아들이는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3/dec/18/question-holding-midfielders-changing-role

역습 vs 역습을 대비

The Question 2016. 5. 26. 11:28 Posted by Seolskjaer

 

 

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4년 10월 1일에 작성되었습니다.


로마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장면 중 로마의 득점 장면에서 한 번 정지해보자. AS로마의 라자 나잉골란에게 공이 도달하는 순간, 시티의 문제점은 너무나 분명했다. 백4라인이 마치 전형적인 커피 접시처럼 풀백은 센터백들보다 살짝 앞선에 있었고 한 명의 센터백이 있어야할 곳에는 수비수가 없었으며 그곳을 향해 프란체스코 토티가 달려들어가고 있었다. 빈센트 콤파니는 마르틴 데미첼리스보다 약 10야드 정도 앞서있었는데 나잉골란에게 다가가서 수비하려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공을 원터치로 처리한 나잉골란에게 결코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실점 장면에서 콤파니의 필요 이상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다. 종종 콤파니는 공을 따낼 수 없을만한 상황임에도 과도하게 전진해서 방어하려는 습성으로 팀을 위기에 몰아넣곤 한다. 그러나 앞으로 뛰쳐나간 콤파니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잉골란이 원터치로 바로 토티에게 패스를 했기에 득점이 나왔던 것 뿐이지, 만약 나잉골란이 최소 1번의 터치를 기록했다면 콤파니가 나잉골란에게 다가가 압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분명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압박을 받게 되는 나잉골란은 로마 진영으로 패스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할 의문점은 다른 곳에 있다. 왜 콤파니는 나잉골란을 막기 위해서 전진할 수 밖에 없었고 나잉골란은 오트마르 히츠벨트 감독이 '위험 지역'(페널티 박스 바깥에서부터 10~30야드 떨어진 지점이며 수많은 골의 시발점이 되는 구역)이라 불렀던 곳에서 어찌 이렇게 자유롭게 위치해있던 것일까? 콤파니가 전진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시티의 2명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페르난지뉴와 야야 투레가 적어도 나잉골란보다 최소 10야드 정도 더 로마 진영에 있었기 때문이다.


역습이 위력적인 공격 전술이라는 것은 이제 전혀 새삼스럽지 않게 여겨진다. UEFA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2014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총 61골이 역습을 통해 나왔고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득점의 23%에 해당한다. 레알 마드리드 득점의 약 1/3에 해당하는 13골 정도가 역습으로 나왔다.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역습 루트는 상대 지역에서 공을 뺏어낸 이후 F1 차량처럼 달려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에게 공을 빠르게 건네주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7골이 이처럼 공을 뺏어내고 단 한 번의 패스 그리고 선수 개인의 질주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마드리드가 준결승에서 바이언을 어떻게 압도했는지를 기억해보자. 그리고 2013-2014시즌 결승전에서 나온 가레스 베일의 득점 장면을 다시 기억해보자.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뤄내는데 역습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제 역습은 더욱 짜임새있고 면밀하게 시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공격수를 향해 롱볼을 건네는 것이 역습이 아닙니다. 역습 전술은 보다 정교하게 구상되어져야만 하고 공을 들인 역습 전술은 보다 더 많은 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카를로 안첼로티가 말한다.


안첼로티의 주장과 달리 UEFA 기술보고서는 2013-2014시즌 역습에 의한 득점 수(61골)이 2012-2013시즌의 79골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2012-2013시즌에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득점의 27%가 역습이라고한다. 2013-2014시즌은 23%이니까 득점에서 역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진 것이 맞다. 2005-2006시즌 역습에 의한 득점이 차지하는 비중인 40%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 역습은 하나의 공격 형태로서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


역습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나의 주장은 Opta가 지난 5시즌의 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Opta는 '빠른 역습(fast breaks)'라는 용어를 하나 정의하고 시작했다. 이 용어의 정의는 이러하다. -공격하는 팀이 자신의 진영에서 빠른 속도로 공격을 시작하며 동시에 상대의 수비 구조가 아직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이전의 상태이어야한다.- Opta에서 정의를 내린 빠른 역습의 비중도 시즌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0-2011시즌 8.5%에서 2011-2012시즌 7.8%로 2012-2013시즌 7.3%, 2013-2014시즌은 6.4%로 떨어졌다.


2004년 조세 무리뉴가 첼시 지휘봉을 처음 잡았을 때, 그는 4가지를 중점 사안으로 두고 훈련에 임한다고 말했다 : 공격 상황, 수비 상황,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황,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상황. 무리뉴가 이끌던 첼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가장 마지막 사항을 종종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때가 많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가 쉽사리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수비 구조가 형성되면 상대는 역습을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알아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짜 강팀들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능력을 점차 향상시키고 있다.


정말로 압박은 정말 역습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방법인 것일까? 현재 브뢴비의 수석코치이자 펩 과르디올라 전술 구상의 후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알버트 세팔라스(Albert Cepallas)는 사이먼 쿠퍼(The Blizzard 기자)와의 인터뷰를통해 바르셀로나가 점유율을 잃은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알려준다. 바르셀로나는 상대가 공을 태클이나 가로채기 동작을 통해 공을 뺏어내는 순간이 그 선수의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라 생각하며 그 때 공을 가장 뺏어내기 쉽다고 추론한다. 공을 뺏어낸 선수는 공을 뺏어내는데 집중하게 되고 실제로 공을 뺏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제 그 선수는 (공이 없이) 피치 전반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공을 가진 상황으로 전환된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는 그 선수의 머릿속에 분명한 패스길이 드러나지 않는다. 


2~3명의 선수가 불과 몇m 뒤에서 패스길목을 차단해주고 공을 빼앗긴 선수 본인이 바로 다시 공을 뺏어내는 것은 가장 이상적이다. 혹은 후방에 위치해준 선수들이 공을 가진 선수가 첫번째로 압박을 가하는 선수를 제치는 그 순간 바로 달려들면 된다. "극소수의 팀만 강한 압박 속에서 개인의 기량으로 압박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과르디올라는 그걸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르샤의 경기 스타일도 극도로 (타 클럽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기 위해선 전술적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감독의 지시사항을 수행할 수 있는 체력적 조건도 갖춰야 합니다." 2011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패배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당시 수석코치였던 르네 뮬레스틴(Rene Meulensteen)이 말한다. 


그렇다면 즉각적으로 공 소유권이 회복되지 못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5초 후면 바르샤는 이미 후퇴하여 조밀한 대형을 형성해낸다. 아리고 사키가 80년대 후반 밀란에서 새로운 지평을 남겼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전방부터 후방까지 상당히 폭이 좁아지고 상대팀은 그 사이로 공을 보낼 수 없게 된다.


바르셀로나만 유일하게 이러한 플레이를 구사한 것이 아니다. 과거 스코틀랜드의 하이버니안을 이끌었던 존 콜린스 감독처럼 선수들이 혼란스러운 경기장에서 어떻게 5초안에 그런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냐고 의문을 품었던 지도자들도 실제로 선수들이 그러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선수들은 언제 압박을 시도해야하는지, 언제 후퇴해야하는지,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죽여놓는지를 계산하고 있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현대에 이르러서 더욱 정교해진 것 뿐이다.


상대의 역습을 막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자신의 진영에 확실히 박아두고 두명의 센터백 앞에서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팀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이점을 보게 된다. 만약 시티가 3명의 중앙 미드필더들 -야야 투레, 페르난지뉴, 페르난두- 을 전부 기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한다면 그들은 나잉골란이 보여준 움직임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써야한다. 한 명이 후방에 남아있거나 아니면 전반적인 라인 사이의 간격을 좁히거나해야한다. 지난 2013-2014시즌 막바지에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Opta의 기록을 통해본 시티의 문제점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전체 득점의 6%, 프리미어 리그 전체 득점의 5%가 앞에서 정의했던 '빠른 역습'에 의해 나온 골이었다. 그러나 모든 대회를 통틀어 빠른 역습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내준 실점은 시즌 전체실점의 14%에 해당한다. 점점 더 많은 클럽들이 공 점유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실점도 역습으로 인한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티의 수치는 너무하다. 2014-2015시즌에도 벌써 7골을 내줬는데 2골이 빠른 역습으로 내준 실점이다.


공수 전환은 현대 축구의 경기 진행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빠른 공수 전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최고의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을 구분하는 것은 역습이 아니라 역습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상대가 역습하려는 것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 시티가 로마전에서 하지 못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sport/blog/2014/oct/01/the-question-counter-counter-important-counterattack  

 

골사냥꾼의 시대는 이제 끝났는가?

The Question 2016. 5. 26. 11:26 Posted by Seolskjaer

 

 

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09년 1월 22일에 작성되었습니다.)


마이클 오언은 멸종되어가는 유형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축구가 전술적으로 진화하면서 스트라이커들에게는 단순한 골 이상의 무언가가 요구되고 있다.


마이클 오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골사냥꾼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현대 축구에서 점점 이점을 잃어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듯하다. 오언은 2004년 발간된 자서전에서 케빈 키건이 잉글랜드 감독으로서 팀에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했던 움직임을 비난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서려는 행동을 하려했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7-2008시즌 막바지, 뉴캐슬을 이끌던 케빈 키건 아래에서 마이클 오언은 기꺼이 마크 비두카와 오바페미 마틴스의 후방에서 뛰라는 감독의 요구를 기꺼히 수락했다. 아마 최고 레벨에서 이러한 골잡이 유형의 선수는 오언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오언이 잘하거나 잘했던 것은 두가지가 있다 : 수비수 뒷쪽에 있다가 스루 패스 타이밍에 맞춰 뛰어 들어가기, 자신을 방어하고있는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면서 가까운쪽 포스트로 돌아가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시키기. 부상으로 인해 오언의 속도가 줄은 것은 첫번째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언은 두번째 장점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현대 축구에서 더 이상 게르트 뮬러는 없다


지난 40년간, 수많은 선수들이 부족한 기술력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게르트 뮬러, 게리 리네커, 호삼 하산, 필리포 인자기 같은 선수들이 수많은 골을 기록하면서 팀이 승리할 수 있게 도왔던 것 이상을 해주었는지는 주장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축구는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 현대 축구를 구사하는 클럽들 중 상위 클럽들만 모여있는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번 보자. 지난 2007-2008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 나섰던 각 팀의 메인 스트라이커는 다음과 같았다 : 미르코 부치니치, 웨인 루니, 케빈 쿠라니, 사무엘 에토,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페르난도 토레스, 마테야 케즈만, 디디에 드록바. 이들 중 오직 케즈만 정도가 과거 골사냥꾼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케즈만조차도 원톱으로 나와서 득점을 위해 공간 창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볼 부분은 케즈만이 8강에 진출했던 클럽들 중에서 가장 약체로 손꼽히는 페네르바체의 스트라이커였다는 것이다. 즉 최상위 클럽에는 과거 골사냥꾼 역할에 머물러있는 선수가 없다.)



발전된 수비 전술


왜 전문 골잡이들이 구식의 선수들이 되어버렸는가? 간단히 수비가 과거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상대의 수비를 꺾으려면 더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골스코어러들이 기록하는 대부분의 득점은 상대의 실수로부터 나왔습니다." 1970년대 초반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의 센터-포워드이자, 몬테네그로의 감독인 조란 필리포비치가 말한다. "수비수의 명백한 실수가 아니라면, 그것은 수비수들이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져 상대 포워드에게 공간을 내준 것일 뿐입니다. 오늘날의 수비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더 적게 나오죠. 선수들의 체력이 이전보다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지쳤을 때 실수를 범하는데 이제는 더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죠."


게다가 오프사이드 전술의 완화로 팀들이 수비 라인을 이전처럼 높게 형성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수비진은 뒷공간을 많이 남겨두지 않으며 이 때문에 스루 패스를 받아 뛰어들어가면서 상대 골키퍼와 1:1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전처럼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올 시즌(2008-2009시즌) 첼시가 홈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첼시의 주전 공격수인 니콜라스 아넬카는 상대 골키퍼와 마주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팀이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이전처럼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았을 때나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현재 2008-2009시즌 아넬카가 기록하고 있는 14골 중 오직 2골만이 경기 선제골이었다. (한 골조차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운좋게도 아넬카의 무릎을 맞고 공이 굴절되어 들어갔던 것이다.) 첼시가 승리한 12경기 중 1골로 승리한 것은 2경기 뿐이다. 다른 각도로 이 결과를 해석하자면, 첼시가 이른 시간에 득점을 기록하고 상대가 첼시를 추격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갈 때 아넬카가 이점을 얻는다는 것이다.



포지션을 지정해 놓는가? 유동성인가?


그러나 골사냥꾼들이 쇠퇴하는 것에는 보다 많은 이론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팀을 개념화하는데 있어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타깃맨, 홀딩 미드필더, 라이트백 같이 미리 정해진 자리에 선수를 맞춰 넣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방법은 팀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 특정 선수에게 분명한 임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분부분 선수들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다수의 감독들은 양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주어진 자원들을 가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향에 맞춰 팀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국 축구는 이 세상 어느 나라의 축구보다도 전자의 개념을 선호한다. 당대의 전술이 어찌되건 영국 선수들은 하나의 '포지션'으로 정해지는 것을 선호해왔다 : 30년대까지는 2-3-5였고 60년대까지는 W-M, 그 이후로 4-4-2


전문가들은 여전히 2톱을 기용하지 않는 팀들을 의심하고 당황스럽게 받아들인다. 4-4-2야말로 영국에 적합한 포메이션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비록 클럽 팀들은 다른 시스템에 대한 실험을 간간히 시도하고 있으나, 잉글랜드 국가대표 레벨에서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태어나서부터 익숙해져온 4-4-2 포메이션으로 계속해서 실험해야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유로 1996에서 테리 베너블스가 이끄는 잉글랜드가 기본적으로 4-4-2 시스템을 바탕으로 했지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를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면서 3-5-2로 변화하거나 스티브 맥마나만을 전진시켜 4-3-3으로 변화했던 상당히 유동적인 시스템을 가져갔던 것을 기억해보라. 1990년 바비 롭슨 지휘아래 월드컵에 참가했던 잉글랜드는 토너먼트 중반에 3-5-2로 시스템을 변형시켰다. (이러한 유동성은 축구의 아주 기본적인 진실을 말해준다 : 이는 파비오 카펠로가 포메이션에 대한 모든 개념들을 부정하면서 넌지시 우리에게 말했던 것과 같다. 4-4-2나 4-2-3-1같은 개념은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일종의 패턴을 가져가기 위한 것일 뿐이지 그 개념 이상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전체적인 포메이션이라는 우리가 알고있는 큰 틀 안에는 항상 미묘한 부분들이 있으며 감독이 매일 신경쓰는 것은 바로 이 미묘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1966년 알프 램지는 클럽 팀들이 W-M 포메이션이나 4-2-4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잉글랜드에 4-4-2 포메이션을 접목시켰다. 다시 말해, 잉글랜드가 국제 무대에서 준결승 혹은 그 이상 진출했던 대회에서 본인들이 본래 활용하고 있던 포메이션이 아닌 전술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것에 익숙해져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어떠한 것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레리 로바노브스키의 과학


발레리 로바노브스키가 축구계에서 최초로 전체론적인 사상을 전파한 사람은 아니지만, 로바노브스키는 자신의 개념화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컴퓨터의 도움을 받은 최초의 감독이다. 그리고 그는 최초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한 과학적 용어로 설명한 최초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축구가 22개의 요소(선수)로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이라 생각했으며 그가 주장하는 하나의 시스템은 각각 11개의 성분(선수)을 가진 2가지 하부 시스템이 합쳐진 것이었다. 이 요소들은 피치라는 한정된 지역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축구 규칙과 같은 제한 조건을 따르게 된다. 만약 두가지 하부 시스템이 동등하다면 결과는 무승부일 것이다. 한쪽이 더 우세하다면 그쪽의 승리로 결과가 산출될 것이다.


그러나 로바노브스키가 진정 매료된 것은 하나의 팀이 만들어내는 효율성이 선수 개개인의 효율성의 합보다 항상 크다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지은 축구는 개인이 아닌 단체에 대한 것이고 개인의 결합에 대한 것이었다.



다재다능함인가? 골사냥꾼과 파트너의 조합인가?


로바노브스키는 축구에서 '다재다능'함의 중요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 선수가 2~3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에 적응만 해낸다면 피치 위에서 위치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게될 것이고 이 팀은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팀이 되버린다. 따라서 상대팀은 이 팀을 막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러한 철학 아내서 단순히 '스나이퍼' 역할만 할 수 있는 -아리고 사키가 주장하는 '수동적인'- 선수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득점 기회를 받아먹기만 하는 공격수 혹은 상대의 실책을 통해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로바노브스키에게 안드리 셰브첸코는 이상향에 가장 근접한 선수였다. 셰브첸코의 디나모 키예프 커리어 초반에는 동료 공격수인 세르히 레브로프가 셰브첸코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선수였다. 셰브첸코가 득점에 눈을 뜬 것은 더 나중의 일이었다. 밀란에서는 인자기를 위한 창조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었다. 셰브첸코는 현대적 포워드의 표준이었던 것이다.


골사냥꾼들은 파트너가 있을 때 최고의 기능을 발휘한다. 그들에게는 공을 떨궈줄 수 있는 타깃맨이 필요하거나 (나이얼 퀸과 케빈 필립스 조합, 마크 헤이틀리와 앨리 맥코이스트 조합) 자신에게 공을 건네줄 수 있는 다소 처진 위치에 있는 창조자가 필요하다. (케니 달글리쉬와 이안 러시 조합, 데니스 베르캄프와 니콜라스 아넬카 조합)  결국 스트라이커 파트너쉽을 형성하기 위해서 한 명의 미드필더를 희생시켜야하고 이 때문에 팀의 유연성이 감소되고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도 떨어지게 된다.



무리뉴가 말하는 현대적 포워드


최고의 현대적 포워드는 다재다능한 선수이다. 디디에 드록바나 엠마뉴엘 아데바요르처럼 타깃맨이면서 뒷공간을 침투할 줄 아는 선수이고 덩치가 크면서 골스코어러의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바로 현대적 포워드이다. 현대적 포워드는 투톱 파트너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있는 선수이어야한다.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비야는 창조자이면서 골스코어러이고 후방에서도 뛸 수 있으며 측면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 득점 기회를 만들면서 자신들에게 오는 기회를 족족 골로 연결시킨다. 창조자와 골스코어러라는 양 극단 사이에 사무엘 에토도 존재하고 페르난도 토레스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잉글랜드 축구는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조세 무리뉴도 이것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잉글랜드가 어린 선수들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잉글랜드에서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은 그저 하나의 포지션에 대해서만 알고 있으며 하나의 포지션에서만 뛰고 있다. 그들에게 스트라이커는 스트라이커일 뿐이고 그것이 전부이다. 내가 생각하는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는 단순히 스트라이커로 끝나지 않는다. 스트라이커도 결국 움직여야하는 하나의 선수이고 크로스를 올릴 줄도 알아야하며 4-4-2에서도 4-3-3에서도 3-5-2에서도 이렇게 뛰어야한다."



창조자의 과잉


다양한 능력을 동시에 갖춘 스트라이커를 원톱으로 배치하면서 감독들은 3~4명의 창조자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유동성과 전술적 유연성이 발생되었고 이 덕분에 로바노브스키가 요구했던 공간의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사고방식들이 점점 발전하면서 아카데미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과잉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다양한 능력이 결합된 스트라이커(hybrid striker)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라리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를 치르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4-6-0을 주장한 사람은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헤이라 감독이었고 지난 2007-2008시즌 AS로마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4-6-0을 직접 활용하기까지했다. 최근에는 에버튼까지 4-6-0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에 창조자들에게 공이 연결될 수 있게 공을 지켜내줄 수 있는 평범한 타깃맨에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에밀 헤스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메 자케 감독이 1998년 프랑스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스테판 기바르쉬의 공헌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다시 주목해볼만 하다.



마이클 오언은 이대로 끝나는가?


그렇다면 이제 축구계에 골사냥꾼들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오언에게 불행한 소식은 만약 그런 자리가 있다할지언정 뉴캐슬같은 클럽에서나 그런 자리가 발생할 것이라는거다. 로바노브스키가 이끈 소련이 숨막힐듯한 압박 전술로 유로 1988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2:0으로 잡은 것을 본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시스템화된 압박을 칭송했다. 로바노브스키와 더불어 리누스 미헐스, 아리고 사키가 주장해온 하나의 시스템화된 압박은 공간을 지배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이러한 축구에서는 다양성을 갖춘 선수를 원하지 단순히 골만 넣을줄 아는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바노브스키, 사키, 미헐스가 바라는 축구는 완성하기 어려운 축구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팀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아할 것이다. 혹은 좋은 경기를 펼칠 능력이 있는 팀도 경기가 안풀리는 날이 있기 마련이며 필사적으로 골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공간의 지배'라는 개념은 갖다버리고 공을 앞으로 질러서 데드볼 상황을 만들거나 기회를 만드는게 낫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막무가내로 공을 앞으로 보내면 리드를 유지하고 있는 팀도 당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벤치에 있는 골사냥꾼을 출전시켜 단 한 번이라도 찾아올 찬스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시도를 할 수 있고 이것이 때로는 유용할지도 모른다.


물론 좋은 팀이라면 상대의 기회를 줄이고 공간을 지배하여 득점 기회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낫다. 골을 넣어서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이김으로써 골을 기록하는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09/jan/22/the-question-jonathan-wilson-goalpoachers

 



by Jonathan Wilson


점유율 축구를 상대로 엄격한 수비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승리를 거둔 것은 축구 전술의 또 다른 진보를 암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짢아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처럼 계속해서 공을 지켜내면서 점유율을 유지해 끝내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팀, 첼시처럼 수비를 깊숙히 내려 의도적으로 상대팀이 공을 소유하게 만들고 그걸 끊어내 역습만 시도하는 팀을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이 열린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바이에른 뮌헨처럼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는 축구, 첼시처럼 수동적인 축구 모두에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도적인 축구, 수동적인 축구 모두 다 재미없다는 말은 문자 의미 그대로는 모순적이라 할 수 있지만, 문자 그 자체의 의미를 벗어나면 실제로 그러하진 않다. 우리는 극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티키-타카 축구를 시작했을 때, 그들은 전례없는 수준의 점유율을 보여줬었다. 아리고 사키가 이끈 밀란 이후,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이 등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사키의 밀란과 펩의 바르샤는 다른 철학을 지니고 있다. 포지션을 살짝 뒤트는 것, 1명의 센터포워드를 조금 더 후방으로 내리는 것, 풀백을 조금 더 전진시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두 축구는 완전히 다른 축구이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은 사키의 그것과는 다른 완전한 새로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가 더 이전세대의 극단적 축구였던 토탈 풋볼에서 자신의 철학의 기본적인 색채를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바르샤의 특정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인 라 마시아를 거쳐 1군 무대에 데뷔하기 때문이고, 과르디올라가 다소 공상가적인 감독인 부분도 있으며, 작지만 보다 기술적인 선수들이 풍부해진 상황, 오프사이드 규정의 완화로 인해 효율적인 플레이 범위가 보다 증대되었다는 것들은 과르디올라가 토탈 풋볼에서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탈 풋볼(totaalvoetbal)이라는 단어는 7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70년대 totaal 이라는 가치관은 네덜란드의 문화관 특히 건축쪽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건축 분야의 전문가인 JB 바케마가 주장하길, 당시 네덜란드의 건물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지녔지만, 전체적인 주변 환경을 고려해 주변과 조화되는 건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케마의 주장은 축구에도 적용이된다 : 선수들은 팀의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인지하고 있다. 플레이하면서 위치가 변경되지만 선수들은 계속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인지하며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토탈 풋볼은 네덜란드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어느 선수이건 모든 것을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세계에 던졌다 : 수비수도 공격을 할 수 있고 공격수도 수비를 할 수 있다.


티키-타카는 높은 수비라인, 지속적인 포지션 변화,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 (토탈 풋볼의 특징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모든 것은 패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철학을 토탈 풋볼과 공유하고 있다. 센터 포워드는 팀 움직임의 유동성 증가와 공이 움직일 수 있는 추가적인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펄스 나인(false nine)으로 변형되었고, 풀백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으며, 미드필더들은 후방에서부터의 패스가 중요시되면서 수비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골키퍼는 후방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볼터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우리는 티키-타카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몰랐다. 첼시가 2009년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바르샤를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갔기에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뛰어난 신체조건이 티키-타카를 막게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렇지만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 다음시즌 조세 무리뉴가 이끈 인터나치오날레가 바르셀로나를 잡았다. 이 승리는 티키-타가를 대응하는데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승리였다. 인테르가 어느정도 운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경기 도중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사이드로 향하는 패스를 줄이면서 수직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물론 바르샤가 평소에는 넣었을만한 기회를 이 경기에서는 넣지 못했고 특히 보얀 크르키치의 슈팅은 득점으로 연결되었어야했지만, 이 경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실은 분명하다 : 극도의 점유율 축구는 극도로 점유율을 포기한 축구에 패배할 수 있다. 


이제는 과르디올라와의 정반대 축구로 대조되는 조세 무리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조세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할 때 다음과 같은 매뉴얼을 활용했다고 한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 말이다.



1) 경기는 실수를 적게하는 팀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2) 축구는 상대팀에게서 더 많은 실수를 이끌어내도록 해야한다.

3) 원정 경기에서 우리는 상대보다 우수한 경기를 펼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들이 실수하도록 만들어야한다.

4) 어떤 선수가 공을 가지고있던간에 그 선수는 실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

5) 점유율을 포기하는 선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6)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두려울게 없어서 더욱 강해진다



무리뉴는 첼시를 이끌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위의 철학을 그대로 실행했다. 다소 다른 형태지만 다른 팀들도 무리뉴와 비슷한 철학을 공유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홈과 원정 구분할 것 없이 바이언을 상대로 기꺼이 수비 라인을 내렸고 카운터를 다시 카운터로 때리지 않는 바이언의 속성을 그대로 이용했다. (UEFA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시즌 전체의 득점의 40%가 역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역습의 비중은 지난시즌 27%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공격에서 수비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격하게 전환되었다는 소리다) 더불어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팀의 취약부분 중 하나인 세트 피스에서의 부주의도 레알의 승리를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선수를 마크하고 공중전을 이기는 선수보다 패스 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우선 기용하는 과르디올라의 성향이 세트 피스 상황에서 그의 팀의 결점으로 드러나곤 한다.


첼시에 다시 부임한 이후 이전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무리뉴 감독은 시즌 도중에 다시 수비적인 경기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팀은 수비 라인을 더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서 경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많은 역습을 시도해야하는건 제가 원하던 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만약 1:0으로 경기를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저는 제가 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승리를 만드는 것은 축구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입니다. 선수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억제하면 되기에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무리뉴는 선더랜드와의 캐피탈 원컵 8강전을 끝내고 나서 이렇게 말했었다.


선더랜드와의 경기가 끝나고 9일 뒤 펼쳐진 아스날과의 경기에선 0:0으로 경기가 끝났고  그 때부터 첼시엔 새로운 색깔이 입혀졌다. 상대팀은 공격적인 첼시에 대해 준비했으나 첼시는 그러하지 않았고 첼시의 시즌 도중 변화는 아주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무리뉴는 리버풀과의 경기를 수비적인 마인드로 준비했고 선수들은 무리뉴가 준 미션을 완전히 수행했다. 경기 후 무리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미디어들이 정의하는 수비적인 플레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수비적인 자세로 나서서 정말 잘 막아낸다면 당신들은 그걸 수비적인 플레이라 말하겠죠. 그렇지만 (수비적인 자세로 나와도) 좋은 수비를 보이지 못해서 2~3골을 실점한다면 수비적인 플레이라 말하지 않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AT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은 첼시의 수비가 문제점을 노출한 날이었다. 에당 아자르는 후안프란을 내러벼뒀고 결국 후안프란의 오버래핑은 AT의 동점골로 이어졌고 첼시는 다시 쫓기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무리뉴는 골을 넣기 위해 사무엘 에투를 두번째 스트라이커로 투입했는데 에투가 페널티킥을 내줬다는 사실을 떠나서 에투는 기꺼이 미드필더가 되려하지 않았다. "(에투의 투입은) 우리 팀이 5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공간이 생겼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투가 투입된 후 12분만에 아드리안 로페즈를 빼고 라울 가르시아를 투입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말했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이 녹아든 팀과 무리뉴의 철학이 녹아든 팀이 만나면, 한 팀은 공을 계속해서 점유할 것이고 다른 한 팀은 공을 잡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한 팀이 75~80%의 점유율을 기록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실질적으로 경기를 지배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체계와 새로운 체계가 맞붙는 것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하나의 특징(극도의 점유율)이 등장하고 그에 반대되는 특징(극도의 점유율 포기)이 등장해 대결을 펼친다. 그러다 어느 선에서 두가지 특징이 통합될 것이고 다수의 클럽은 그렇게 통합된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게 될 것이다. 두가지 양극단의 축구는 현재 그다지 사람들 입맛에 맞지않는 것 같다. 극도의 점유율, 극단적 점유율 포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은 앞으로 전술적 발전에 영향을 줄 요소를 암시하고 있다 : 물론 다수의 팬들은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지만, 축구가 세계화되면서 해외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현지인들보다 덜 충직한 팬들이다. 이들과 광고주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위해서는 미학적인 축구가 더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필자는 바이언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나 티키-타카가 죽었다는 식의 반응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과르디올라가 지난 5시즌간 감독으로서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슈퍼 클럽들이 유럽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과르디올라의 업적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지난 시즌의 바르샤가 바이언에게 패배했고 올 시즌의 바이언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했다고 티키-타카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전술에는 절대적 옳고 그름이 없으며 완벽한 공식이란 있을 수 없다. 전술 이론가들은 과거의 연금술사처럼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 한가지 요소인 에테르(고대,중세 철학에서의 제 5원소)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다. 전술적 사고에는 진화와 한 단계의 발전이 있을 뿐이고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전술이란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케마씨도 서로에게 연관되어있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기술적 우수성, 상대팀이 여전히 오프사이드 규칙 변화에 적응하고 있었다는 점,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높은 집중력이 모두 어우러져 티키-타카가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적으로 구사되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정점으로부터 내려온 것에는 집중력 저하가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WhoScored.com의 통계를 참고하면, 리오넬 메시가 태클이나 가로채기로 공을 다시 탈취하는 횟수는 2010/2011시즌 경기당 2.1회에서 올 시즌 0.6회로 줄어들었다. 바이언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경기에서 집중력과 열의가 레알만큼은 아니었다. 아니면 지난 2시즌간의 성공적인 행보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다거나, 리그 우승을 너무나 빠르게 확정지으면서 최고조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물론 과르디올라가 전술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 2012/2013시즌 바이언이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티키-타카를 붕괴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와 똑같이 올 시즌 티키-타카의 색채를 입은 바이언에 그와같은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아주 큰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2/2013시즌의 바이언은 바르셀로나처럼 굉장히 주도적인 축구, 점유율을 기반으로하는 축구, 바르셀로나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 우위에 있었던 팀이다. 지난 시즌 바이언보다 자국리그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클럽은 유럽 톱5리그 클럽들 중에선 바르셀로나가 유일하다.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만의 점유율을 놓고 보았을 때도 바이언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팀은 바르셀로나가 유일했다. 유프 헤인케스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자신들보다 공 점유에 더 능숙한 팀인 것을 인정했던 것이고 바르셀로나를 상대하기 위해 수동적인 전술을 선택해 큰 성공을 거둔 것 뿐이었다.


그 어떠한 것도 티키-타카가 하나의 전술로서 생명을 다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떠한 사실도 더 이상 여러 클럽들이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걸 포기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0년 인테르의 축구, 2012년 바이언과 바르샤를 상대한 첼시의 축구는 수동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팀이 티키-타카를 상대로 극단적인 전술을 꺼낼 수 있다는걸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2009년, 2011년에는 아무도 바르셀로나의 탁월함을 막지 못했지만, 2010년의 인테르와 2012년의 첼시는 그들을 막았다. 1973년 유러피언 컵 결승전 이후 아약스 세대가 해체된 이후, 바르셀로나처럼 높은 수비 라인과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준 팀은 없었다. 토탈 풋볼도 그러하고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도 그러하듯이, 특정 부류의 선수들과 환경 그리고 시대가 어우러져 특정한 방식의 플레이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토탈 풋볼이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듯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로 축구계에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같은 스타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트렌드를 지배할 것이냐는 질문은 또 다른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진화의 바퀴는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거꾸로 가는 일은 없다시피하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4/may/01/the-question-is-this-the-end-for-tiki-taka-football





by Jonathan Wilson

 

플레이메이커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언제나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곤한다. 요즘 시대에 맞는 표현으로 바꾸자면 창조적인 선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 주중에 있었던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경기들은 플레이메이커라는 포지션에 대한 해석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바이에른 뮌헨은 완벽한 경기를 바탕으로 유벤투스를 2:0으로 꺾었다. 뮌헨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단 2가지였을 것이다. 첫째는 단지 2골밖에 넣지 못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근육을 다친 토니 크로스가 약 6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토니 크로스가 현대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모범이라 말하고 싶다. 토요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하더라도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고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유벤투스와의 2차전에 대한 부담이 덜한 뮌헨이지만 토니 크로스 없이 챔피언스 리그 4강전 경기를 치르는 것은 뮌헨에게 크나큰 손해일 것이다.

 

23살 크로스는 베슬리 스네이더보다 고작 5살 어릴 뿐이다. 그렇지만 스네이더와 크로스의 차이는 상당하다. 한때 스네이더도 미래형 플레이메이커처럼 여겨졌지만 전성기에 다다른 시점의 스네이더는 클래식형 플레이메이커였다. 수요일 경기에서도 스네이더는 과거에나 먹힐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역할만 수행하고 말았다. 사비 알론소는 스네이더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지난 몇주간 갈라타사라이의 테림 감독이 '10번(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위해 포메이션까지 바꿨는데 스네이더의 영향력은 미비했다.

 

스네이더와 달리 크로스는 동적이고 근면하다. 크로스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후방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측면도 소화할 수 있고 심지어 4-4-2 포메이션에서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도 수행할 수 있을 능력을 지닌 선수다. 시킨다면 크로스는 성공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소화할 것이다. 번뜩이는 모습은 덜하지만 창조적이다. 신체적으로 강해보이지도 않으나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는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공을 점유할 줄 안다. 크로스는 극도로 효율적인 선수이고 그 엄청난 효율성 때문에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그다지 잘 알아보지 못한다.

 

크로스는 분데스리가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에서 89.7%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고 whoscored.com의 기록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에서 4번째로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크로스보다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단테, 로엘 브라우버르스, 루이스 구스타보뿐이다. 이들은 중앙 수비수 및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들은 포지션 특성상 크로스보다 더 짧은 패스 및 안전한 패스를 시도한다. 따라서 이들의 패스 성공률은 기본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또한 크로스는 경기당 0.5회 비율로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주는데 이는 볼프스부르크의 디에고에 이어 분데스리가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크로스가 플레이메이커의 미래고 스네이더가 과거라면 현재를 대표하는 선수는 아마 24살 메수트 외질이라 말하고 싶다. 외질은 크로스만큼의 수비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스네이더보다는 열심히 수비에 임한다. 외질은 라 리가 경기당 평균 0.5회의 가로채기 및 1회의 태클을 기록한다. 이건 레알 마드리드가 대다수 리그 경기에서 상대를 지배하는 경기를 펼치는걸 감안하고 봐야할 기록이다. 외질의 공격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적어도 전반전만큼은 펠리페 멜루가 시원찮게 방어한 것도 있지만 외질은 갈라타사라이와의 경기에서 아주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페인에서도 외질의 득점기회 창출 능력은 돋보인다. 현재까지 외질은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크로스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패스 성공률이다. 외질은 83.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고 라 리가에서 40번째로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토니 크로스보다 공격적인 외질은 경기당 0.6회의 정확한 스루패스를 기록하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이 뛰고있는 팀의 시스템에 영향을 받게된다. 크로스는 바이에른의 축구에 완벽히 들어맞는 것이고 외질은 자신을 보다 더 자유롭게 풀어주는 레알의 시스템에 완벽히 들어맞고 있다. 레알이 외질에게 준 임무는 항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어디있는지 신경쓰고 있으라는 것이다. 반면 갈라타사라이는 스네이더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인테르가 스네이더에게 알맞는 자리를 만들어주기위해 고생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스네이더와 같은 플레이메이커의 시대는 지나간 듯 하다. 현재는 외질의 시대이고 크로스의 시대가 오기 시작할 것이다. 플레이메이커는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출처 : http://www.guardian.co.uk/football/blog/2013/apr/04/playmaker-toni-kroos-mesut-ozil




by Jonathan Wilson (본문은 2009년 3월 2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잭 찰튼(Jack Charlton)은 처음으로 풀백이 11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팀의 공격을 이끌어가는 선수중 가장 핵심적인 선수가 풀백이라는 찰튼의 주장은 당시에 굉장히 이상한 소리로 받아들여졌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우리는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굉장히 공격적인 풀백을 보유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 1994년 브라질에는 조르지뉴(Jorginho)와 브랑코(Branco)가 있었고 1998년 프랑스에는 릴리앙 튀랑과 비센테 리자라쥐가 있었다. 2002년에는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카푸가 있었고 2006년에는 지안루카 잠브로타와 파비오 그로소가 있었다.


월드컵 우승 국가에 공격적인 풀백이 좌우로 있었다는건 어쩌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겠지만, 전술 싸움에서 풀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유로 2008에서 스페인이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를 기억해보자. 지금 이 경기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3:0 스코어와 안드리 아르샤빈의 부진'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러나 이 경기의 시작은 생각보다 팽팽했다.


러시아의 에이스였던 아르샤빈은 스페인의 마르코스 세냐의 압박으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의 판을 뒤흔들었던 결정적인 순간은 34분에 있었던 다비드 비야의 부상이었다. 비야의 부상으로 비야가 빠지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투입되었으며, 스페인은 4-1-3-2 포메이션에서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러시아의 유리 지르코프와 알렉산더 아뉴코프는 유로 2008 대회에서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던 선수들이었는데 이제 이 선수들이 다비드 실바와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를 더욱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어버렸다. 이니에스타와 실바를 직접 마주하게된 아뉴코프와 지르코프는 자연스럽게 공격 가담 횟수를 줄였고 이에 러시아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사그라들었다. 스페인이 미드필드 구역을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후반전에만 3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유로 2008 득점왕인 다비드 비야가 없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스페인은 최고로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인터나치오날레 밀라노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을 떠올려보자. 전반전에 마이콘의 공격 가담을 제지하기 위해서 퍼거슨 경은 박지성을 선택했고 박지성은 마이콘의 전진을 막아냈다. 인테르의 미드필더들이 폭을 좁게 유지하여 위치해있었기에 파트리스 에브라에게는 앞으로 전진할 공간이 많았다. 11vs11의 싸움이었지만 경기장에는 유나이티드 선수가 1명 더 많은 느낌이었다.


하프-타임에 조세 무리뉴 감독은 형편없는 경기를 펼친 넬슨 리바스를 빼고 이반 코르도바를 투입했다. 수비가 조금 더 안정을 찾게되자 에스테반 캄비아소가 전반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펼치게 되었고 -전반전에 캄비아소는 사실상 센터백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하비에르 자네티가 에브라의 전진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전에 비해서 후반전에는 양팀이 더욱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브라질에서의 근원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풀백 개념은 50년대 브라질에서 발전했다. 4-2-4 포메이션의 시초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은 굉장히 복잡한 논쟁거리들 중 하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1958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국가도 4-2-4 포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흔히 우리에게 브라질의 이미지는 '공격적 색채'가 강하다. 그런데 그런 브라질이 3명의 수비수를 활용하는 W-M 포메이션이 아닌 4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4-2-4를 채택했다는 것은 지금으로썬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3명의 수비수를 둔다고 공격적이고 4명의 수비수를 둔다고 수비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포메이션 그 자체는 항상 중립적인 것이고 그 포메이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공격적인 운영, 수비적인 운영- 에 팀의 색깔이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5-1 포메이션은 그 자체만으로 결코 수비적이지 않다)


여기서 용어에 대한 정리를 확실하게 해두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잉글랜드에서 '풀백(full-back)'은 2-3-5 포메이션의 유물이다. 기존의 2명의 수비수들은 W-M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센터 하프(centre-half)가 후방으로 내려왔기에 측면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미드필더(left-half)가 밑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기존의 수비수 2명은 보다 더 측면으로 빠지게 되었고 이렇게 잉글랜드는 백4 라인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잉글랜드의 백4 라인 넘버가 오른쪽부터 2-5-6-3인 이유이다)


반면 브라질에선(스페인어권 국가에서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풀백(full-back)은 '측면(lateral)'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풀백의 정의에는 선수들이 배치되는 폭의 넓이만 설정되어있지 이 선수들이 위치하는 깊이(전방 혹은 후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 브라질에서 '풀백'이란 단어는 그 선수가 측면에 위치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지 반드시 수비적인 임무를 가진 선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포한다. 브라질 축구 특유의 공격 지향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1949년 아스날은 브라질 투어를 시도했고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투어를 펼쳤으나 브라질에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기를 맞이했다. 당시 아스날의 풀백이었던 로리 스콧(Laurie Scott)은 이렇게 아스날의 1949년 브라질 투어 경기였던 플루미넨세전을 회상한다. "갑자기 어떤 선수가 측면에서 나타나서 공을 잡고 슈팅을 시도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둘러보면서 누가 맨마킹에 실패했는지 서로를 탓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었고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상대의 풀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전혀 거리낌없이 시도했다."


그러나 풀백의 과도한 전진은 브라질 축구에 크게 도움되지 않은게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고작 2회 우승에 그쳤었고 1950년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2골 모두 레프트백인 비고데(Bigode)가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있었기 때문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4-2-4 포메이션이 브라질의 공격적 성향이 한껏 발휘될 수 있도록 촉진한 구조임에는 틀림 없다.


풀백 앞의 공간을 향해 풀백들이 전진하면 동시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임무가 수행되어야한다. 맨투맨(man-to-man)방어를 포기하면, 풀백은 수비에 부담감을 덜 느끼면서 전진할 수 있다. 한명이 전진하면 다른 3명의 선수들이 4명이 차지하고있는 공간을 커버해주면 되고 W-M 시스템에서 3명으로 수비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유동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1958년, 1962년 브라질이 월드컵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좌우 풀백을 담당했던 닐톤 산토스(Nilton Santos)와 자우마 산토스(Djalma Santos)의 기여도는 종종 간과되고 있지만 이들은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었다.



자연스런 진화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가린샤(Garrincha)는 계속해서 전방에 위치했지만, 반대편에 위치한 마리우 자갈루(Mario Zagallo)는 피치 위아래를 왕복(수비 가담)하면서 정통 윙어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1966년 잉글랜드는 오늘날 4-1-3-2로 묘사되는 윙어없는 전술을 사용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풀백이었던 조지 코헨(George Cohen)과 레이 윌슨(Ray Wilson)은 브라질 선수들만큼 공격력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들의 오버래핑은 잉글랜드가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아주 핵심적인 요소였다. 풀백의 오버래핑 시도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진화다 :  막아야할 상대팀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동시에 만약 우리팀에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팀 공격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공격을 시도해야한다. 


1970년 브라질은 단 한명의 공격적인 풀백을 활용했다. 오른쪽 풀백인 카를로스 알베르토(Carlos Alberto)가 전진하고 왼쪽에는 에베랄두(Everaldo)가 수비 진영에 남아 밸런스를 맞추었다. 공격 가담을 좌우를 언밸런스하게 지시하는 것은 처음에 특이한 전술로 받아들였지만, 이것은 하나의 트렌드였다. 리베로(libero)를 배치한 다수의 유럽 팀들은 한쪽 측면에는 공격적인 풀백을 배치하면서 다른쪽에는 대인방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정도로 수비적인 선수를 배치했다 : 지아친토 파케티(Giacinto Facchetti)와 타르치시오 부르니크(Tarcisio Burgnich)는 엘레니오 에레라(Helenio Herrera)의 인테르의 좌우 풀백이었고 파울 브라이트너(Paul Breitner)와 베르티 포그츠(berti Vogts)는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서독의 풀백이었다. 1982년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의 풀백은 안토니오 카브리니(Antonio Cabrini)와 클라우디오 젠틸레(Claudio Gentile)였다.


이 3가지 조합을 보았을 때, 우리는 왼쪽에 위치한 선수가 공격적인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왼쪽에는 공격적인 풀백을 두고 오른쪽에는 수비적인 선수를 배치하는 것은 하나의 정석과 같은 행동이었다. 지안루카 비알리(Gianluca Vialli)의 주장은 이러하다 : 라이트백은 팀에서 가장 최악인 선수가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평균 이상의 신장을 갖춘 선수가 수비력이 좋다면 그 선수는 중앙 수비수로 기용될 것이다. 만약 볼을 잘 다룰 수 있는 선수면 그 선수는 미드필더로 활용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수비적이지도 않고 기술력도 두드러지지 못한 선수가 라이트백 자리를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프트백은 특수한 케이스이다. 일단 왼발잡이 선수가 흔하지 않으며 왼발잡이들은 보통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물론 비알리의 주장은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힘을 잃어버렸다.


윙어가 없는 시대에서 윙백이 출현하게 되었고 그런 변화는 풀백을 다시금 자유롭게 만드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1명의 스트라이커를 두는 전략적 움직임이 생겼고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은 낭비적인 일이 되어 다시 백4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풀백에게 공격적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풀백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고 이 때문에 다니 알베스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측면에만 머물러있는 윙어를 배치하는 팀은 없다. 4-2-3-1 포메이션은 경기장에 다시 드리블러가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고 드리블러들은 중앙에서 수적 열세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측면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4-4-2 포메이션에서의 윙어들도 피치 높은 곳에만 위치해있지않고 후방으로 내려온다. 따라서 잭 찰튼의 주장처럼 피치 위에서 자신의 앞 공간이 허락되어진 선수는 풀백밖에 없다. 공간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where there is space there is oppertunity). : 직접적으로 상대해야하는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전진해서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 유나이티드가 인테르를 상대로 산 시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상대 풀백에 대응한다


문제는 풀백들에게 상당한 공격 의존도를 지닌 팀이라면, 유로 2008에서의 러시아처럼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에슐리 콜과 조세 보싱와에게 과도하게 전진을 요구했던 첼시의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상대팀들이 두 선수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자 첼시에서 처참한 실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풀백의 공격력이 중요시되면서 박지성과 딕 카윗처럼 피치 전방에 위치하면서 수비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부류인 선수의 등장은 지난 몇시즌간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엘레니오 에레라가 이끌던 인테르에는 오른쪽 윙어에 자이르(Jair)란 선수가 있었는데 이 선수는 '토르난티(tornante)'라고 불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토르난티는 영어로 표현하면 'returner'이며 토르난티의 역할은 클래식 카테나치오 전술에서 자신의 공격 가담을 억제하고 상대 풀백의 전진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박지성과 딕 카윗은 토르난티의 현대적 재림인 것이다.


공격적인 윙어와 공격적인 풀백이 대결을 펼치면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발생한다. 지난 2007-2008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바로 그 적절한 예시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에슐리 콜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에 알렉스 퍼거슨 경은 호날두를 왼쪽 측면으로 보내서 마이클 에시엔과 대결을 펼치게 만들었다.


약 30분간 호날두는 철저하게 에시엔을 파괴했다. 개인기로 에시엔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에시엔보다 더 높에 점프하면서 유나이티드에게 리드를 안겼다. 호날두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니 호날두를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해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첼시는 그 반대의 전략을 꺼내 오히려 에시엔이 공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첼시는 미드필드 진영에서 한 명이 더 있는 효과를 누렸고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호날두를 내버려두었지만 호날두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프랭크 램파드의 동점골도 사실 에시엔의 전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 흐름은 에시엔과 호날두의 대결로 표현할 수 있는 경기였다.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둔 것 역시 윙어와 풀백의 대결로 결정지어졌다. 유로 2008에서 다니엘 프라니치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오른발잡이인 이반 라키티치가 왼쪽에 위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시오 월콧을 만난 프라니치는 수비도 엉망이었고 공격 가담도 수월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프라니치의 공격 가담 감소로 크로아티아의 공격적 위력이 죽어버렸고 프라니치는 월콧을 상대로 자신의 수비적 결함만 노출했다. 이 날 월콧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010년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 프랭크 리베리, 웨인 루니, 페르난도 토레스, 사무엘 에토, 호비뉴-같은 포워드나 판타지스타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대결은 -세르히오 라모스, 필립 람, 알렉산더 아뉴코프, 파트리스 에브라, 다니 알베스, 에슐리 콜-이 위치한  풀백 자리에서 펼쳐질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09/mar/25/the-question-full-backs-football




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6년 1월 6일 글입니다)


루이 반 할은 공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득점을 위한 팀의 야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점유율, 유효 슈팅, 심지어 득점까지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12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득점 경기를 마친 이후, 루이 반 할 감독은 올드 트래포드 관중들이 팀에게 더 많이 공격하라고 주문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나는 팬들이 왜 '공격! 공격!'을 외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나면 우리는 정말 공격적인 팀이었고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처럼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루이 반 할은 우리에게 굉장히 기본적이면서 여전히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과연 공격축구란 무엇인가?


거기에 덧붙여서 반 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상대팀보다 경기를 지배한다. 우리가 공의 소유 시간을 늘릴수록 우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포제션을 늘리게 되고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면 득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반 할의 관점에서 공을 소유하는 것은 바로 공격이다. 그는 점유를 통해 골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내 관점으로 득점은 (팀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동시에 (득점이 나오기 위해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하다. 20개의 찬스를 만들며 정말 우세한 경기를 펼침에도 득점에 실패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스트라이커의 부진이 때로는 상대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갑자기 등장한 수비수의 걷어내기, 포스트를 맞춘 이후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들이 이런 케이스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그런 경우들을 우리는 목격해왔다. 단순히 득점만으로 그 팀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측정할 수는 없다. (물론 득점과 그 팀의 공격성은 상관 관계가 있지만 오로지 득점만으로 공격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경우 득점과 팀의 공격성은 더 두드러진 상관 관계를 보일 것이다)


유나이티드는 웨스트 햄을 상대로 21번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1골도 넣지 못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굉장히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고 주장은 할 수 있겠다. 그 21번의 기회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직 1번의 유효 슈팅만 기록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는 그들이 굉장히 비효율적인 축구를 펼쳤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자. 8번의 찬스가 박스 바깥에서 나왔고 또한 8번의 찬스가 세트 플레이에서 비롯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찬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정말 질높은 찬스를 만들기 어려운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때 이후로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5경기 사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1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5경기에서 고작 4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런데 찬스의 횟수, 찬스의 퀄리티만으로 그 팀의 공격성을 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런 기록은 공격의 결과이지 공격성의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공격이라 생각하는 요소들 (득점, 슈팅, 찬스, 크로스 기타 등등...) 을 만드는 접근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주도하는가 vs 상대에 대응하는가


가장 간단하게 구분할 때, 축구는 주도하는 방식(proactive)과 상대에 대응하는 방식(reactive)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며 점유율을 컨트롤하는 것과 공 없이 플레이하면서 상대에게 카운터를 날릴 준비를 하는 축구 두가지로 구분이 된다.물론 우리가 이런 접근법에 대해서 흔하게 가진 첫인상보다 훨씬 복잡한 사항들이 존재한다.


2010년 월드컵 당시 나는 독일이 상대에 대응하는 방식의 축구를 펼치며 굉장히 뛰어난 역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독일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한 논평가는 나를 축알못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주도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모욕적인 언사로 받아들여지고 역습을 펼친다고 말한 것이 그들을 경멸하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인식도 확실히 달라졌다. 위르겐 클롭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역습도 재밌을 수 있다는걸 널리 알렸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과도한 점유율 축구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도적인 것이 점유율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이 비(非)점유율과 항상 대응되는 것은 아닌거 같다. 반 할의 유나이티드는 웨스트 햄을 상대로 5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분명히 팬들은 자신의 팀이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대응하는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역습은 엉덩이를 뒤로 뺀 상태에서 상대의 공이 오길 기다리면서 펼칠 수 있지만, 피치 높은 구역에서부터 상대를 쫓아다니면서 역습을 펼칠 수도 있다. 역습도 주도적일 수 있고 수동적일 수 있다. 반 할의 팀은 공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에 대응하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리스크를 두는 것을 꺼리는 이들의 축구는 상대가 실수를 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볼 소유


2014년 월드컵을 얼마 앞두고 나는 한 방송에 패널로 출연을 했었다. 청중으로 있던 사람들 중 한 분이 "잉글랜드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아도 좋으니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 분에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건지 되물어 봤고 그는 팀에 보다 흥미를 유발하는 공격적인 선수를 선발했으면 좋겠다라는 대답을 해줬다. 충분히 합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이 공격을 펼치기 위해선 그들에게 공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여전히 깨닫지 못한 과제라고 해야할까나


공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는 다시 주도적이냐 주도적이지 못하냐의 이슈로 되돌아 온다. 만약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서 공을 소유하고 그걸 지켜낼 수 있다면 (반 할이 원하는 것처럼) 소모적인 패스 플레이는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완전히 라인을 내리고 수비수들의 기량과 수비적 형태에 의존하여 공의 소유권을 되찾고 역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는 상대팀이 공격을 하기 위해 밸런스를 깬 상태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또 점유를 위해 앞에서부터 공을 향한 사냥을 나갈 수 있다. 여기서는 빠르게 공격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대다수 팀들은 3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한다. 다만 그 비중의 차이가 다른 것일 뿐이다. 올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첫번째 방법보다 2,3번째 방법이 더 흔한 전술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들어 홈어드벤티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어쩌면 이런 전술적 경향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상대의 카운터를 카운터로 되받아치는 역습에 대한 가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사실 지난 10년간 역습으로 득점한 전체 득점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역습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것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점차 일반적인 공격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리스크 감수


40%의 점유율만 가지고도 숨막힐 듯한 재밌는 축구를 펼칠 수 있고 60%의 점유율을 가지고도 지루해 죽겠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또한 지루한 20번의 찬스를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짜릿한 5번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결과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상황의 분위기이다. 아래 소개할 인터뷰는 과거 아약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스야트 스바르트의 관점이다. 그는 90년대 아약스에서 활약했던 피니디 조지와 마크 오베르마스가 2명의 수비수와 마주했을 때 자신의 진영을 바라본 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인물이다. "나는 결코 우리 팀 수비수들을 향해 공을 뒤로 패스하지 않았다. (수비수 2명과 마주했다고 공을 뒤로 돌리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 할의 시스템이다. 수많은 경기에서 졸음이 쏟아진다. 텔레비전에서 '아약스가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그렇게 경기하는 것은 축구가 아니다. 창의성이라고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윙어가 수비수들을 향해 돌진하길 원했고 공을 잃어버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길 원했다. 유나이티드 팬들도 아주 전통적인 유나이티드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물론 유나이티드만의 스타일을 명확히 정의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느나 이들은 주로 측면에 기반을 두고 경기를 펼쳤고 박스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크로스 시도 역시도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클롭의 도르트문트가 최고로 재밌는 경기를 펼칠 시점에 그들은 항상 빠르게 공을 전방으로 보냈고 그렇게 경기를 펼치다가 공의 소유권을 내주더라도 그들은 계속해서 그런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공격축구 구사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드리블 시도는 개인주의 게임, 스코틀랜드에서 패스 플레이를 구사하기 이전까지 시도되었던 1860~1870년대 축구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수없이 많은 크로스 시도는 2014년 2월 데이빗 모예스의 유나이티드가 기록한 81회의 크로스, 그러나 무의미한 크로스 공격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빠르게 공을 전방으로 연결짓기만 하다가는 잉글랜드 축구를 오랫동안 망쳐온 철학없는 롱볼 축구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한히 같은 방법론을 반복하면 공격 과정의 집중도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점차 그 노력은 진부해져간다. 때로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경기를 펼쳐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안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숏패스로 공격축구를 할 수 있고 롱패스로도 공격축구를 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축구를 할 수 있고 공이 없을 때도 할 수 있다. 주도적이든 주도적이지 못하든, 드리블로 경기를 펼치든 경기 대다수를 패스로 풀어가든 모두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공격성'이란 말은 굉장히 모호한 어휘이며 경기적 상황에 따라 상당히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음란물에 대해서 "(음란물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다만 보면 알 수 있다. (You know it when you see it)" 라고 말했던 것처럼 '공격축구'도 마찬가지로 직접 봐야만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지 않을까.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jan/06/the-question-what-is-attacking-football-jonathan-wilson





by Jonathan Wilson (본문은 2009년 4월 22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현대 축구에서 브라이언 롭슨, 로이 킨, 로타르 마테우스가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 밝혀내보고자 한다.



최근 1990년 월드컵에 대해서 조사를하던 중 나는 당시 잉글랜드의 감독이던 보비 롭슨(Bobby Robson)의 인터뷰를 발견했고 그 인터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잉글랜드의 주장은 브라이언 롭슨(Bryan Robson)이었고 네덜란드와의 0:0으로 끝난 경기에서 아킬레스를 다치면서 월드컵 출전에 비상이 걸렸었다. 당시 브라이언에 대해서 보비는 이렇게 말했다 : 브라이언은 잉글랜드가 여지껏 배출해낸 최고의 선수다.


여태껏 잉글랜드가 배출해낸 최고의 선수! 보비 롭슨의 발언의 맥락을 확대해서 해석해보면, 그의 인터뷰는 중요한 시기에 팀의 주장을 잃게된 것에 대한 상실감을 표편한 것일거다. 그래도 '그의 부상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다' 혹은 '지난 몇년간 브라이언은 우리의 핵심과 같은 선수였다'가 아닌 '여태껏 잉글랜드가 배출해낸 최고의 선수'라고 말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보비 롭슨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브라이언 롭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보비 롭슨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88경기를 치렀는데 브라이언은 그 중 62경기를 뛰었다. 브라이언이 뛴 경기 중 잉글랜드가 패한 경기는 10경기이고 그가 뛰지 않았떤 26경기에서 잉글랜드는 7번의 패배를 기록했다. 브라이언 롭슨은 그만큼 중요했던 선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 보비 롭슨의 주장처럼 브라이언 롭슨이 잉글랜드가 배출해낸 역대 최고의 선수라면, 현재의 잉글랜드에 브라이언 롭슨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만약 잉글랜드가 (각 포지션간의 경계가) 느슨한 형태의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브라이언 롭슨에게 알맞는 자리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선수를 우리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틀에 박아놓고 평가하려는 것은 무례한 행동일지 모르나, 나는 그가 공격적인 3명의 미드필더로 뛸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브라이언 롭슨의 득점력을 고려했을 때, 그를 홀딩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것도 재능의 낭비일 것이다. 어쨋든 커리어 막바지에 롭슨의 스피드가 줄어들기 이전까지 롭슨이 홀딩 미드필더로 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훈련을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전에서 프랭크 램파드가 그랬던 것처럼 가레스 배리같은 선수를 옆에 둔 자유로운 홀딩 미드필더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롭슨이 이 위치에서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강력한 스태미나와 투쟁심, 공수 완전성을 갖춘 롭슨을 이토록 제한적인 역할의 틀에 넣어두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가레스 배리같은 홀딩 미드필더 옆자리에는 공을 가지고 끊임없이 이동해줄 수 있는 선수보다는 사비 알론소나 마이클 캐릭처럼 지능적인 패서(intelligent passer)가 위치하는 것이 낫다.


그러자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득점을 할 수 있고 태클을 시도하며 팀을 이끌어가는 그런 완성형 미드필더들(complete midfielders)이 쇠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롭슨 이후로 로타르 마테우스(Lothar Matthaus),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이 등장했고 그 이후로는 로이 킨(Roy Keane)이 있었다. 그 다음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부류의 선수들이 사라졌는가?


 

첫번째 이유 : 4-4-2의 쇠퇴 그리고 홀딩 미드필더의 등장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더 이상의 완성형 미드필더가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완성형 미드필더로 뛰어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미하엘 발락, 세스크 파브레가스, 마이클 에시엔처럼 홀딩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도 특정한 임무를 부여받은 롤에서 경기를 소화하지 단순한 '미드필더'만으로는 경기를 뛰지 않는다.


이는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 이전 세대의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로 뛰었을 롭슨 스타일의 활동 범위를 가진 두 명의 미드필더가 같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조화를 이루며 뛸 수 있느냐는 논쟁에 대한 핵심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문제는 해답에 있다기보다는 질문 그 자체에 존재한다고 봐야한다. 질문에서 빠뜨린 것이 무엇이냐면, 우리는 이 선수들을 4-4-2 포메이션의 중앙에서 기용한다는 것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기 이전까지, 과연 우리 선수들은 정통 4-4-2를 제외하고 뛰는것을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이것이 잉글랜드의 골든 제너레이션이 그저 선수만을 모아놓은 효과만 보여준 가장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 잉글랜드는 재능있는 선수들을 배출시키는 축복받은 국가지만, 문제는 마이클 오언과 데이빗 베컴에게는 4-4-2 시스템이 필요하고 프랭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에게는 한 명의 홀딩 미드필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벤-고란 에릭손,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 모두 두가지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선수를 그 시스템에 맞춰서 선수를 추려낼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이는 잉글랜드가 전술적 교양이 부족하다는 것과 동시에 스타 선수들(celebrity player)를 향한 잉글랜드 축구계의 광신도적인 경의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은 정말로 비웃음거리가 될만한 일이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가 아닌 클럽에서 이러한 공존의 상황을 맞이한다면 매일 같이 훈련을 하기 때문에 결국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4-4-2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같이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2004년 9월에 있었던 오스트리아와의 월드컵 예선전 경기는 두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짝을 이루었을 때 어떠한 문제를 야기시키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램파드와 제라드의 골로 잉글랜드는 20분까지 아주 편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램파드가 내준 프리킥을 롤란드 쾰만(Roland Kollmann)이 골로 연결시켰고 안드레아스 이반슐츠(Andreas Ivanschitz)가 제라드와 데이빗 제임스를 제치면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의 득점은 모두 제라드와 램파드가 과도하게 전진하면서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에 광대한 공간이 발생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은 전통적으로 잉글랜드 축구가 상당한 약점을 보인 구역이다. 1932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오스트리아가 잉글랜드에게 3:4로 패배했을 때 마티아스 진델라르(Matthias Sindelar)에게 내준 공간이며, 첼시가 1945년 디나모 모스크바와 4:4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을 때도 프세볼로드 보브로프(Vsevolod Bobrov)가 휘젓고 다니던 공간이며, 1953년 그 유명한 잉글랜드가 헝가리에게 3:6으로 박살이 났을 때 난도르 히데쿠티(Nandor Hidegkuti)가 활약했던 그 공간이다. 심지어 1990년대에도 에릭 칸토나(Eric Cantona)와 지안프랑코 졸라(Gianfranco Zola)가 잉글랜드의 자연스러운 4-4-2 포메이션 배치에 따른 라인 사이의 공간에서 큰 이점을 누렸다.


전방에 한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것이 흔해지면서 이제 상대의 뒤로 쳐진 공격수(withdrawn forward)를 상대하기 위해서 각 팀들은 한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기용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어도 최상위권 레벨에서는 4-2-3-1로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일단 포메이션이 정해지니 미드필더들은 각자가 수비형인지 공격형인지 완성형인지 구분지어졌다. 완성형 선수들은 두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이전 세대의 유산으로 여겨졌다. 



두번째 이유 : 현대 축구는 스페셜리스트의 경기다


오늘날의 경기는 선수들에게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윙어일 수만 없고 플레이메이커만일 수 없으며 골 사냥꾼(goal-poacher)일 수는 없다. 풀백도 공격을 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성이 추구되는 시기에 다재다능한 만능형 미드필더들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발레리 로바노브스키(Valeriy Lobanovskyi)와 더불어 강력한 압박 축구를 선호했던 아리고 사키(Arrigo Sacchi)는 4-2-3-1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키는 오늘 날의 축구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축구는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다루는(Today's football is about managing the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s)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축구에 스페셜 리스트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개인이 집단을 이겼다. 그러나 이것은 팀이 약해졌다는 암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스페셜 리스트에게 의존하는 축구는 수동적인(reactive) 축구를 펼치는 것이다."


사키는 2004년 레알 마드리드 스포팅 디렉터(sporting director)로 일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바 있다 : "이건 절대 하나의 프로젝트일 수가 없다. 갈락티코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퀄리티 높은 선수들의 과잉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지단, 라울, 피구가 수비하려 내려오지않는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백4 앞에 수비해줄 수 있는 선수를 스타팅 라인업에 집어넣어야한다. 이러는건 수동적인 축구고 이 방식으로는 선수들의 퀄리티를 모아서 증폭시킬 수 없다. 전술을 통해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전술의 핵심 포인트이다. 내 축구에서 공을 가지고있는 선수는 플레이메이커인 레지스타(regista)가 되어야한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다 그럴 줄 알아야한다. 그러나 마켈레레는 레지스타가 될 수 없는 선수다. 마켈레레는 그럴 능력도, 그럴 생각도 없는 선수다. 물론 그는 공을 뺏어내는데 아주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스페셜리스트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키는 AC 밀란을 지휘하면서 1989년, 1990년 연속으로 유러피언 컵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특히 4-4-2의 신봉자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가 기용했던 미드필더 듀오인 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elotti)와 프랑크 레이카르트(Frank Rijkaard)는 롭슨과 마테우스처럼 득점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두 선수 모두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수비적인) 선수였으며 동시에 창조적인(공격적인) 선수였다. 사키에게 피지컬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제라드와 램파드가 있었다면, 그는 분명히 두 선수를 4-4-2에 맞춰 기용했을 것이다. 물론 두 선수가 사키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다. 특히 사키의 경우는 제라드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제라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풋볼 디렉터로 나는 유스에서부터 성장해오는 선수들을 평가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우리에게는 아주 우수한 축구 선수(very good footballers)들이 있었다. 기술력도 있고 열정, 활동량, 승리에 대한 굶주림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축구를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노하우가 없었다. (But they lacked what I call knowing-how-to-play-football) 판단력이 부족했고 위치 선정도 미숙했다. 한 선수가 집단 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how a player should move within the collective) 에 대한 축구에서의 그 미묘한 감수성이 없었던 것이다."


"당신들도 알다시피 열정, 기술, 체력, 활동량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항목들은 목표를 향한 수단에 불과할 뿐 목표 그 자체는 결코 아니다. 이런 능력들은 팀에 재능이 기여할 수 있도록 도우며 궁극적으로 팀과 선수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이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라드는 위대한 축구 선수지만, 아마 위대한 선수는 아닐 것이다.(he's a great footballer, but perhaps not a great player)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가장 사키스러운(Sacchian) 감독이던 라파 베니테즈 역시 제라드에 대한 비슷한 의구심을 품었던 것 같다. 베니테즈는 두차례나 리버풀의 캡틴을 첼시로 이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었고 (첼시에서는 마켈레레가 있었기 때문에 4-3-3 포메이션에서 램파드와 공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라드를 오른쪽 미드필더나 왼쪽 미드필더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베니테즈의 이러한 제라드 활용법은 제라드에게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책임을 부여하길 주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는 하만을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제라드의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책임감을 어느 정도 줄여줬으며 그 이후 베니테스는 4-2-3-1 포메이션을 접목시키면서 제라드가 2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같이 뛰어 조금 더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라드가 전진성을 갖춘 홀딩 미드필더가 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제라드는 이상한 태클을 시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화하면서 완성형 미드필더가 되어버렸다.


램파드는 제라드와 달리 딥-라잉(deep-lying) 역할을 소화하지만, 그럼에도 램파드는 홀딩 미드필더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더욱 편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가 카펠로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주문할 지금보다 수비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제라드와 램파드에게 더욱 수비적인 미드필더가 필요한 것이 '축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노하우'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는가와 축구 전술의 발전이 두 선수가 뛰는 포지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는가이다.


2004년 오스트리아에서의 잉글랜드 대표팀과 사키의 팀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사키가 감독이었다면, 비엔나에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간격이 그토록 벌어지게 절대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간격이 벌어진 것은 일정 부분 데이빗 제임스의 탓도 있다. 계속해서 실수를 범하는 제임스 때문에 잉글랜드 수비진들은 박스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했다.)



세번째 이유 : 오프사이드 규정의 완화


사키의 주장에 따르면, 강한 압박 게임을 펼칠 수 있는 촘촘한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 수비와 공격 라인 사이의 거리는 25m 내로 유지되어야한다. 이렇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비라인이 요구되어지는데 오프사이드 규정이 완화된 지금 더 이상 수비라인을 높일 수 없게 되었다.


증명할 수는 없으나, 오늘날의 수백만 축구 선수들이 현대 축구의 오프사이드 규정에서 사키의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전보다 완화된 오프사이드 규정은 경기장 활용폭을 넓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4선 포메이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버린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완성형 미드필더를 필요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현상(4선에서 완성형 선수가 필요 없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축구 역사 내내 완성형 미드필더에 관한 개념이 잡혀있던 것은 아니다. 비슷한 개념은 1880년대 대세를 이루었던 2-3-5 포메이션의 센터-하프(centre-half)에서 등장했다. 센퍼-하프는 다양한 기술력을 갖춘 올라운더(all-rounder)였다. 수비수이자 공격수였고 리더이자 선동하는 선수였다. 골스코어러이자 상대의 골을 막아내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선수들도 1930년대 초반 W-M 시스템이 대세를 형성하자 사라져버렸다. (과거 센터-하프의 마지막 유형인 선수는 오스트리아의 에른스트 옥위크(Ernst Ocwirk)일 것이다. 1950년대 초반까지 이 선수는 센터-하프 역할을 소화했는데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진 선수로 여겨졌을 것이다)


공수 양면성을 지녔던 센터-하프는 스토퍼(stopper)와 인사이드-포워드(inside-forward)가 후방으로 내려와 전진된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라졌다. 3-2-2-3 포메이션은 미드필더를 수비적 책임을 가진 선수와 공격적 책임을 가진 선수로 구분지어버렸다.


60년대 중반 4선 시스템인 W-M은 3선 시스템인 4-2-4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4-3-3과 4-4-2가 등장하면서 경기장을 쥐어짜듯이 활용하고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 경기가 펼쳐지면서 다시 완성형 미드필더가 등장하게 되었다.


지금은 3선에서 4선의 시대로 옮겨졌고 다시 미드필더는 전문화되고 있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sport/blog/2009/apr/22/where-have-box-to-box-midfielders-gone




by Jonathan Wilson (본문은 2011년 4월 26일에 쓰여졌습니다.)


웨인 루니는 지난 09/10시즌보다 더 적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더욱 효율적인 선수로 진화했다.


지난 2009/2010시즌 웨인 루니는 정말 많은 골을 기록했고 사람들은 루니의 가공할 득점력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가 바이언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자, 잉글랜드의 월드컵 드림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쓸모없는 선수가 되어버렸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1차원적인 팀으로 변해 결국 칼링컵 우승에만 그치고 말았다. 유나이티드에겐 실패한 시즌이지만 루니는 분명히 많은 골을 넣었다. 44경기 34골. PFA 올해의 선수상,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 수상. 루니 개인에게는 09/10시즌이 아주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올 2010/2011시즌,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현재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 첫 5년간 보여줬던 플레이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면서 부활을 알리고 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밑에서 뛰면서 미드필더와 에르난데스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때로는 그 미드필더들보다 더 후방에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흔히 수비수들을 공격성을 절제하고 있는 공격수라고 표현하는데, 루니의 경우에는 특히 측면에서 뛸 때 루니가 공격성을 절제하는 풀백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완벽하게 경기력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루니의 2010/2011시즌을 최고라 뽑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공격 포인트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본다면, 루니는 09/10시즌보다 10/11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09/10시즌 루니는 2,723분을 소화하면서 26골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0/11시즌의 루니는 1,950분을 뛰었고 10골과 1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을 조금 틀어서 본다면, 09/10시즌의 루니는 93분 54초마다 1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만 10/11시즌의 루니는 92분 52초마다 1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루니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수비적 기여도이다. 루니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그가 어떠한 포지션에서 세계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들은 창조자 위치에 번뜩이는 발을 가진 이미지의 선수 리오넬 메시와 루카 모드리치를 선호하고, 연극의 주인공 역할을 즐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란체스코 토티를 이야기한다. 아티스트와 같은 지네딘 지단, 게오르게 하지를 언급하는데 과연 대머리에 가깝고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 루니가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루니의 활기차고 펄펄끓는 성격은 그러한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에르난데스와 전통적인 투스트라이커 조합을 선보이는 루니...


현재 루니가 팀에 기여하고 있는 바는 그렇게까지 낯설은 모습이 아니다. 여러 방면에서 루니와 에르난데스의 조합은 전형적인 투톱의 파트너쉽이라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창조자(루니)와 빠른 선수(에르난데스)의 조합은 과거부터 케니 달글리시와 이안 러시, 피터 비어슬리와 게리 리네커, 에릭 게이츠와 마르코 가비아디니, 데니스 베르캄프와 니콜라스 아넬카, 테디 셰링엄과 앤디 콜이 선보였다. 창조자는 공간을 찾아내고 빠른 선수가 수비수의 뒷공간으로 달려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공급한다. 이러한 방식의 공격은 방어하기 까다로운데 왜냐하면 만약 수비수들이 빠른 선수의 뒷공간 침투가 두려워 라인을 내린다면 창조자에게 미드필드와 수비라인 사이에 공간을 허용하게 된다. 반대로 수비수들이 창조자를 압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간다면 그에따라 발생하는 뒷공간을 빠른 선수가 침투하게 된다.


루니는 이러한 조합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마이클 오웬과 선보인 바가 있다. 사실 두 선수는 이러한 쉬운 조합을 그다지 잘 활용하지 못했지만 -두 선수가 같이 뛴 29경기에서 두 선수간에 있었던 어시스트는 단 1개에 불과했다-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잉글랜드는 유로 2004에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유로 204야말로 근래에 있었던 메이저 대회 중 잉글랜드가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였던 유일한 대회였다 말하고 싶다. 루니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기 이전까지 잉글랜드는 10골을 기록했다.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여타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전방에 위치한 두 선수가 수비수들을 제 위치에서 끌어내지 못했더라면, 그들이 골을 기록할 순 없었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 조니 에반스가 지적했듯이, 과거 아르헨티나의 저널리스트가 오웬을 묘사할 때 '툭...툭...골!'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낮게 평가했던 것처럼 에르난데스를 단순히 달려와 골을 넣는 선수로 평가절하하기 쉽다. 에반스는 에르난데스를 '굉장한 점프력을 지닌 강인한 선수이며 지치지않고 끊임없이 창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라고 묘사했다. 빠른 발을 지닌 선수들의 다수가 그러하듯이 에르난데스에 빠른 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창조자와의 파트너쉽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도가 있는데 에르난데스는 루니와의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번에 있었던 루니의 이적 파동 때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값싼 선수들만 영입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러한 불만이 에르난데스를 두고하는 것이라는 의심도 있지만 말이다.)


...지만 루니는 여전히 현대적인 선수이다.


그러나 루니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전통적인 창조자 그 이상의 것이다. 2시즌 전에 주목받았듯이 그와 박지성은 측면에서 상대의 풀백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제 루니는 그러한 역할을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수행하고 있다.


예를들어 비교해보자. 루니가 8강 원정에서 기록한 히트맵과 샬케04에서 뛰고있는 라울이 인터나치오날레 원정에서 기록한 히트맵을 보면 라울도 루니처럼 우리가 흔히 4-4-2의 세컨 스트라이커라 부르는 자리에서 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위치는 루니보다 한참 더 앞선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루니의 기록과 토트넘 원정을 떠났던 레알 마드리드의 메수트 외질의 히트맵을 비교해보자. 외질은 우리가 4-2-3-1 포메이션이라 부르는 것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루니가 수행하는 포워드의 역할과는 다르다. 그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주 측면으로 빠졌다는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지만, 여전히 외질도 루니보다 더 앞선 위치에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Opta의 기록에 따르면 루니는 올시즌 88%의 태클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외질의 성공률은 70%에 불과하다. 만일 루니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트레콰르티스타' 위치보다 더 후방에서 뛰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은 것일까?


전방에 위치한 다수의 센터 포워드들은 상대 수비수와 가까이서 경기를 펼치는 것에 익숙하다. 이안 러시는 이러한 부분의 플레이에서 단연코 최고의 선수였다. 그렇지만 센터 포워드가 전방에서 공을 뺏어내 자신보다 후방에 위치한 더욱 창조적인 선수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1982년 브라질 대표팀의 센터 포워드였던 세르지뉴가 아마 논란이 있을법하나 이러한 부류의 선수이며 1998년의 스테판 기바르쉬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밀란에서 안드레아 피를로가 '레지스타'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전방에 위치한 안드리 셰브첸코의 볼을 뺏어내는 능력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루니는 전방에서 공을 뺏어내는 센터 포워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오웬 하그리브스와 대런 플레쳐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유나이티드에게 절박해진 것이었다. 일반적인 4-4-2 포메이션은 미드필드를 열어줄 수 밖에 없다.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미드필드 공간을 열어주는 것은 항상 염두해두고 있어야한다. 더불어 원정골 우선 원칙을 고려해 유나이티드가 1997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1998년 모나코에게 재앙과 같은 패배를 겪었듯이 정통 4-4-2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홈과 원정 경기를 모두 치르는 유럽 대항전 경기에선 6번의 찬스를 만들고 단 한번의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 18번의 찬스를 만들고 3번의 기회를 내주는 것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세컨 스트라이커로 루니가 경기를 소화하면 이는 정통 4-4-2라 볼 수 없다. 유나이티드의 포메이션은 4-4-1-1에 가까운 포메이션이지만 처진 스트라이커가 너무나 뒤로 물러나 또 다른 미드필더처럼 보일 수도 있는 포메이션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조세 무리뉴 감독에게는 피치 전방부터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빠르게 공을 다시 뺏어내고 바르샤의 리듬을 깰 수 있는 그런 선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리뉴는 페페와 케디라를 전진시켜서 피치 높은 구역부터 바르샤를 압박했다. 이는 루니가 수행하는 역할과 아주 흡사한 것이다 : 하나는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지만 공을 뺏어내기 위해서 후방으로 내려오며 다른 하나는 2명이 후방에서 경기를 시작하지만 높은 지역부터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전진하는 것이다.


유나이티드에게 있어서 루니의 이러한 역할 수행은 사실상 추가적인 미드필더를 보유한다는걸 의미하게 된다. 3번째 중앙 미드필더는 정통 4-4-2가 노출할 수 있는 미드필더 사이 간격의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만든다. 상대를 쫓아가는 강인한 투쟁심을 가진 루니는 중앙 미드필더 지역에서 라이언 긱스와 마이클 캐릭을 만나게 된다. 두 선수 모두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에는 탁월하지만 공을 뺏어내 공을 뒤로 보내는 것에는 그렇게까지 특출난 선수들이 아니다. 따라서 루니의 가세는 큰 도움이 된다.


결국에 루니의 10/11시즌은 지난 시즌만큼의 득점수를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그는 전반기에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에 루니가 받았던 수많은 찬사와 여러 수상에도 불구하고, 루니가 이제 겨우 몇개월을 뛴 것에 불과했지만, 10/11시즌의 루니는 더욱 효율적인 선수로 변했다. 골이 전부는 아니다.



라울과 외질의 히트맵은 2011년 자료이다보니 현재 페이지가 열리질 않는군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1/apr/26/the-question-man-utd-goals-ro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