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백3의 부활과 실패. 그러나 다시 부활한 백3
2014년, 백3에 대한 축구계의 반응은 전술에 대한 개념과 수용이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 2014년에는 월드컵이 있었고 이 월드컵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가는 백3 시스템을 채택했던 네덜란드와 칠레였다. 물론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도 색다르고 흥미로운 백3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백3 시스템을 재사용한 것이 아니라, 국제 무대 레벨에서 구식의 전술로 여겨졌던 백3 시스템이 새롭게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칠레는 피치 전방에서부터 긴급하게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 미드필더 숫자를 1명 더 늘려야했고 그 때문에 백3 시스템을 선택하게 되었다. 수비수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나 상대 공격수를 상대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칠레가 구상한 이상적인 전술이 제대로 통한다면 수비수들에게 공이 가기 이전에 미드필드에서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내야한다. 반면에 코스타리카는 후방에 수비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백3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 코스타리카는 기꺼이 라인을 내렸고 아주 정교한 오프사이드 트랩 전술을 활용했으며 빠른 역습을 통해 상대를 위협했다.
이들과 달리 루이 반 할 감독은 케빈 스트로트만의 부상으로인해 백3를 꺼내들었다. 네덜란드의 백3는 믿을만한 수비형 미드필더 케빈 스트로트만의 십자인대 부상과 프랑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와의 1:1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제쳐지는 것을 직접 지켜본 반 할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는 당시 페예노르트를 이끌던 로날드 쾨만이 PSV를 상대로 어떻게 백3 시스템을 활용하는지 지켜보러갔고 실제로 월드컵에서 페예노르트가 시도했던 부분을 많이 끌어다가 사용했다. 더불어 페예노르트 선수들이 많이 기용되기도 하였다. 피치 전방부터 한 명의 미드필더가 더 생긴 네덜란드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칠레처럼 중원에서의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유벤투스가 백3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세리에A를 3년 연속 제패하고 있기에 이탈리아에서만큼은 백3가 '다시' 유행하고있다는 것은 다소간 놀랍게 여겨질 것이지만, 전세계적으로는 2014년을 기점으로 백3가 다시 유행을 타고 있다. 물론 백3가 다시 유행을 타고있는 것에는 출중한 윙어가 부족한 현세태가 반영되어있기도 하다.
2014-2015시즌 초기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3개의 팀이 백3 시스템을 사용했다. 헐 시티는 지난 2013-2014시즌에도 백3 시스템을 사용했었던 팀이고 이 팀은 수비적인 목적으로 백3 카드를 꺼내들었다. 퀸스 파크 레인저스도 3-5-2를 사용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로익 레미가 두명의 스트라이커가 갖춰진 상황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3-5-2를 사용하면 미드필드 중앙에서의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서 투스트라이커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백3를 사용했는데 유나이티드가 백3를 사용한 것은 반 할이 그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3팀 모두 시즌 초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고 다시금 백3는 조롱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레드냅 감독은 로익 레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백3를 선택했으나 레미가 첼시로 이적하게 되었고 스위퍼 역할을 해야하는 리오 퍼디난드는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더불어 리차드 던의 기동성 부족은 이들이 풀백까지 포함하여 4명이서 커버하던 공간을 3명의 수비수로 커버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결국 레드냅은 백4를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도중 백4로 전환했다가 백3로 다시 복귀했다. 반 할의 구상은 레드냅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로빈 반 페르시, 웨인 루니, 라다멜 팔카오, 후안 마타, 앙헬 디 마리아, 제임스 윌슨, 아드낭 야누자이가 있다. 반 할 감독에게는 걸출한 공격 재능들이 있고 이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중앙에서 너무나 많은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3-4-1-2만한 포메이션이 없다.
리버풀이 시도하는 3-4-2-1 혹은 3-4-3 포메이션은 조금 다르다. 리버풀은 후방에 위치한 미드필더의 수비력 부족을 시즌 내내 지적받아왔는데 리버풀의 백3 전술은 다른 팀의 백3 전술에 비해서 후방 미드필더의 수비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한 아담 랄라나와 필리페 쿠티뉴가 평소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대팀은 평소와 다른 곳에 위치한 두 선수를 방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양쪽 측면에 위치하는 윙백들이 탁월한 수비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리버풀은 새로운 전술로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고 지난 2013-2014시즌의 공격쪽에서의 다이나믹함을 어느정도 회복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상대팀이 리버풀의 새로운 전술에 대응하는 카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불안한 점은 아직 남아있다. 상대가 언제 대응전략을 만들어낼지 모르는 것이고 여전히 수비가 탄탄하지 못하다.
다이아몬드의 회귀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면서 중앙에는 3명의 선수를 유지하는 또다른 방법은 다이아몬드 대형을 만드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대형의 위험성은 2가지가 있다 : 공격은 전방에 위치한 두 선수에게 집중이 되고 이에 따라 이 팀은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루트로 공격을 펼치게 된다. 또한 미드필더들이 중앙에 밀집하게 되면서 측면에서 상대 풀백들이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게 된다. (2011년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샬케04의 한스 사르페이와 우치다 아스토가 인테르의 다이아몬드 대형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것을 기억해보자) 브랜단 로저스가 리버풀에 3-4-2-1 포메이션을 접목시켰다는 것으로 크게 칭찬을 받고있지 못하지만, 그가 다이아몬드 형태를 다시 활발하게 활용되게 만든 것은 상당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2013-2014시즌의 리버풀의 공격진을 이끌었던 다니엘 스터리지와 루이스 수아레즈처럼 빠르고 기동성을 갖춘 두 명의 현대형 공격수가 투톱으로 짝을 이루면 두 선수는 언제든지 측면으로 이동할 수 있게되고 이에 따라서 사르페이와 우치다처럼 측면에 위치한 풀백이 수비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은 또한 다이아몬드 꼭짓점에 위치한 라힘 스털링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상대팀 중앙 수비수는 굉장히 헷갈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상대 수비수가 '지금 내가 수아레즈를 막으러 측면으로 빠져야하는건지, 침투하는 스털링을 방어해야하는건지?'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다이아몬드 꼭짓점에 위치하는 선수는 가짜 9번(false nine)과 흡사한 성향을 가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전술은 2013-2014시즌 리버풀이 성공을 거두는데 아주 톡톡한 역할을 했다. 루이 반 할 감독도 유나이티드에 다이아몬드 형태를 접목시켰었고 잉글랜드 역시 루니와 대니 웰백 아래에 스털링을 배치하는 전술을 활용했다. 아마도 2014-2015시즌에 다이아몬드 형태를 이용한 공격 전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은 웨스트 햄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디아프라 사코와 에네르 발렌시아 밑에 스튜어트 다우닝이 배치된 형태였고 발렌시아보다는 움직임이 적은 앤디 캐롤이 나중에 추가되었지만, 앤디 캐롤의 가공할만한 공중전 능력으로 발렌시아의 기동성을 상쇄시키고 있다.
우리는 티키-타카(tiki-taka)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났나?
이제는 펩 과르디올라조차도 더 이상 티키-타카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나는 오로지 패스만을 위한 티키-타카를 혐오한다. 패스만을 위한 티키-타카는 아무 목적 의식이 없는 축구이고 쓰레기 같은 행동이다. 공을 패스하는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한다. 결국에는 상대 골문에 골을 넣고야말겠다는 목적이 있어야한다. 패스를 위한 축구는 결코 옳지 않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 믿지 말라! 바르샤는 결코 티키-타카를 하지 않았다. 바르샤가 티키-타카를 했다는 것은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 말을 믿지 말아달라. 모든 팀스포츠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비밀은 상대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를 한쪽으로 몰아놓으면 자연스럽게 반대편은 수비가 약해진다. 우리가 상대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면, 우리는 반대편을 활용하여 공격하고 골을 기록한다. 바르샤는 이러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을 돌린 것이다. 상대가 한쪽에 과부하가 걸리게 만들고 우리는 반대 공간을 불시에 공격했다. 우리가 원했던 경기는 이런 것이었지 우리가 티키-타카를 원하기 때문에 플레이를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니다."
티키-타카라는 용어는 과거 아슬레틱 빌바오를 지휘했던 하비에르 클레멘테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는 자신이 지휘했던 아슬레틱 빌바오가 남자다운 용맹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플레이했던 것과 달리 바르셀로나가 쓸데없이 공을 너무 이쁘게 차려는 것을 비꼬기 위해서 티키-타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를 겨냥하고 만들어진 용어를 과르디올라가 부정하고 있다. 만약 과르디올라가 자신이 이끌었던 바르셀로나가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극단적 수준의 점유율과 압박으로 표현되는 그의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용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4월,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던 것. 2012-2013시즌에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의 역습 전술에 패배한 것 때문에 티키-타카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 때 있었고 그러한 주장들은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하자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하나의 철학이 이끌어오는 팀이 나이가 들면서 쇠퇴하기 시작하자 그 철학 마저도 한 세대와 함께 같이 저물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자신의 경기 스타일을 어떻게 부르길 원하든, 현재 바이언에서도 과르디올라는 비슷한 전술을 꺼내들고 있다. 그가 언제나 진화해왔듯이 바이언에서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은 다소 수정되었고 새롭게 바뀌기도 하였다. 그는 가능한 전술이라 생각하면 그것의 한계치까지 전술을 구사해내고 선수들이 그로인한 전술적 이점을 누릴 수 있게 포지션을 이동시키고 있다. 과르디올라의 혁신적 능력은 과르디올라를 굉장히 매혹적인 감독으로 만들고 있으며, 지난 5년간 4번의 리그 우승,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3번의 국내 대회 우승, 3번의 클럽 월드컵 우승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바이언이 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고 이들이 5월에 리그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티키-타카가 이제는 죽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걸 보면 굉장히 이상한 형태의 죽음인 것 같다.
역습과 역습에 대응하는 능력
지난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은 극단적인 점유율 축구가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축구'가 아님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었다. 2010년 인테르가 바르샤를 꺾은 것, 2012년 첼시가 바르샤와 바이언을 꺾은 것은 극단적으로 점유율을 포기하더라도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으면 상대를 꺾을 수 있음을 증명해보인 것이었고 이들의 승리로 '극단적인 점유율 포기'가 장려 되기도 하였다. 상대가 능동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을 수동적인 축구인 점유율 포기로 대응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조직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줘야만 한다. 2013-2014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의 레알 마드리드, 2012-2013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의 바이에른 뮌헨은 각각 앞서 언급했던 인테르와 첼시만큼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상대가 공을 가지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에서만큼은 같은 믿음을 공유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축구에서 역습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하겠지만, 통계는 역습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UEFA 기술 보고서에는 2013-2014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역습이 차지하는 득점 비중은 23%였다고 서술되어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2-2013시즌의 27%에서 더욱 하락한 것이며 2005-2006시즌의 40%에서는 더더욱 하락한 기록이다.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 역습에 대비하기 위한 압박 - 전술이 더 많은 클럽들에게 퍼지면서 역습은 이전만큼 위협적인 공격 전술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수행했을 당시의 코칭스태프 일원이면서 현재 브뢴비의 수석코치를 담당하고 있는 알버트 세팔라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공을 뺏긴 그 상황에서부터 즉각적으로 공을 다시 뺏어내고자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이러하다. 상대의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에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뿐만 아니라 상대가 공을 뺏어내 다시 공을 소유하게된 그 상황이 가장 다시 공을 뺏기기 쉬운 상태라고 주장한다 : 공을 뺏어낸 선수는 공을 뺏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상황에 상당히 집중하게 된다. 이제 그 선수는 공없이 피치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공을 가진 상황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짧은 찰나에는 패스할 길이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이러한 움직임마저 바이언에 접목시켰지만, 이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게겐프레싱의 선두주자로 분데스리가에 게겐프레싱을 널리 퍼트렸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가장 많은 게겐프레싱 전술을 사용한 팀일 것이고 덕분에 이러한전술 경향성을 독일어로 짓게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게겐프레싱은 선수의 포지셔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선수들은 하나의 유닛으로 압박을 구사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근접해 있어야한다. 그러나 공을 점유한 상태에서 공을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밀집되지 않게 위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선수들은 언제 강한 압박을 멈추고 후퇴하여 수동적인 수비 구조를 형성해야하는지도 파악할 줄 알아야한다.
새로운 갈락티코
하나의 이론(극단적인 점유율 확보)이 등장했고 그에 반대되는 전술(극단적인 점유율 포기)이 등장했으며 그 혼합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양 극단의 어느 지점에서 2014-2015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고의 공격수들로 공격진을 구성한 바르셀로나는 불가피하게 이전보다 정통파 스타일로 공격을 개시하게 되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휘하의 레알 마드리드는 큰 전술적 혁명을 보여주고있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뛰고 지능적으로 압박하는 선수들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방에서 강한 에너지와 체격을 활용하는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상대를 부셔버릴 수 있는 조금 더 다양한 루트를 가지게된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르디올라는 마치 퀘스트를 하는 것처럼 새로운 형태와 공식을 창조해내고 있고 실용주의적 성향을 가진 안첼로티는 위대한 선수들을 데리고 이기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4/dec/30/tactical-review-of-2014-tiki-taka-exile-counter-counterattack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4/dec/29/tactical-review-of-2014-three-at-the-back-back-in-fashion-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