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Cox
바르셀로나가 루이스 수아레즈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 4점차 라 리가 선두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의 선택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몸상태는 벤치에 앉을 정도로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따라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투입되었고 제레미 마티유가 센터백 중에서 왼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예상된 라인업이 구성되었다. 두 팀의 1차전 대결에서는 놀랍게도 이반 라키티치를 대신하여 챠비 에르난데스가 선발 출전했었는데 이번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엘 클라시코에서 경기를 지배해온 부스케츠와 챠비의 결장으로 우리는 다소 생소한 엘 클라시코를 볼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
레알 마드리드는 예상했던대로 라인업을 구성했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여전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였다. 대신 루카 모드리치가 풀타임을 소화할 몸상태로 올라왔고 이스코와 함께 미드필더진을 구축했다. 지난 주 시즌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던 토니 크로스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요약
두 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두 팀은 각자가 경기를 지배했던 시간이 있었고 경기의 승패는 특정 지역에서의 승부만으로 결정되지도 않았다. 두 팀은 상대보다 우위에 있을 때 모든 부분에서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전체적인 경기 패턴
우리가 평소 지켜보던 엘 클라시코 대결과는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바르셀로나는 경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피치 전방에서부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압박을 시도하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진영에서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데 더욱 집중했다. 따라서 이번 엘 클라시코의 전체적인 경기 속도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떨어져 보였다. 바르셀로나의 압박이 이전의 엘 클라시코보다 약해졌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는 조금더 패스를 빠르게 돌릴 수 있었고 침착하게 빌드업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별다른 기여를 해주지 못했다.
미드필드 싸움
경기 초반 토니 크로스는 마스체라노 압박을 위해 전진했지만 크로스의 압박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해 마스체라노는 충분히 여유있는 공간에서 공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공이 없는 상황에서 루이스 수아레즈의 움직임은 레알 마드리드가 토니 크로스를 어디다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빠른 패싱력만큼에서는 크로스가 마스체라노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의 측면 미드필더들은 넓게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이니에스타가 원-투 패스로 전진한 몇번의 기회를 제외하고는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이 전방에 위치한 3명의 선수보다 더 앞선에 위치하는 것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스코와 마르셀로는 리오넬 메시를 막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고 수아레즈의 움직임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은 전진하는게 껄끄러웠다. 따라서 이반 라키티치에게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는데 부스케츠와 챠비의 결장 때문인지 바르셀로나는 자유로운 상태의 라키티치를 활용하지 못했다. 더욱이 두 선수의 결장 때문인지 전방 1/3지점에서 결정적인 패스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스코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열심히 뛰어다녔다. 아마 같은 측면에 위치한 호날두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기여한 바가 적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체적인 경기 설계자 역할을 담당한 선수는 루카 모드리치였고 크로스, 이스코보다 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들과 더 많은 연계 플레이 장면을 만들어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않은 모드리치는 지쳤는지 점점 위력이 떨어졌다. 모드리치가 잠잠해지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공수가 분리된 팀이 되버렸다.
측면 대결
지금까지 엘 클라시코는 측면에서 많은 재미를 만들어냈다 : 레알 마드리드에는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2명의 선수가 측면 플레이어로 위치해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팀내 최고 스타 플레이어 2명이 측면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번 경기에서 각 팀의 풀백들이 수비 상황에서 상당히 잘 대처했다.
다니 카르바할은 네이마르를 밀착 방어했고 가레스 베일을 마크하는 호르디 알바도 마찬가지였다. 카르바할과 알바는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상대 선수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칭찬을 받아야 한다. 베일이 중앙으로 커트-인 움직임을 가져가면 알바 역시 베일을 따라 움직였다. 이렇게 철저한 대인 방어가 이루어진 것에는 상대 풀백이 전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막판에는 카르바할보다는 알바가 조금 더 공격적인 경기를 진행했다.
메시 vs 호날두
베일과 네이마르가 있던 측면보다 더 재밌는 대결은 그 반대편에서 벌어진 대결이다. 아마도 이번 대결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같은 측면에서 경기를 펼친 첫번째 엘 클라시코일 것이다. 메시는 여지껏 가짜 9번으로 뛰어왔고 호날두는 엘 클라시코 경기마다 여러 위치를 이동하면서 뛰었다. 이번 경기는 두 선수가 특별히 잘한 경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역할은 동료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호날두는 피치 전방에 위치하면서 수비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호날두가 수비를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알베스가 전진한 것은 아니다. 알베스 역시 호날두라는 존재의 위험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경기를 진행했다. 라키티치는 호날두가 중앙으로 침투할 공간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때때로 라키티치는 호날두보다 느려서 의도하는 플레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실제로 전반전에 호날두는 자신이 선호하는 위치에서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위협하는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호날두는 전반전에 피치를 넓게 활용했고 베일이 뛰어야할 위치에서도 뛰었다. (물론 그렇다고 베일이 스위칭을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최전방에서 뛰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렇게 재미를 보진 못했다.
라키티치가 호날두를 막으려했던 것처럼 이스코 역시 메시를 방어하려했다. 메시가 마법같은 볼터치를 몇차례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전반전 경기 영향력은 우리가 메시에게 기대하는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전반전에 메시는 프리킥 상황에서 제레미 마티유의 득점을 만들어냈다) 메시의 영향력은 오히려 후반전에 더 돋보엿다. 메시는 과거 자신이 뛰었던 가짜 9번과 비슷하게 후반전 경기를 소화했고 이 말은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의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이 평소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보다 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두드러진 사항은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수비 상황에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바르셀로나가 압박할 때 메시가 담당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이전보다 보수적인 수비 전략을 선택했고 메시는 마르셀로를 방어하지 않았다. 따라서 마르셀로는 이 경기의 키플레이어가 되었다. 계속해서 전진 드리블을 시도했고 오버래핑을 중앙을 향해 시도했다. 호날두가 벤제마의 크로스를 받아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장면 역시 마르셀로에게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후반전에서도 마르셀로의 오버래핑은 계속되었고 벤제마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마르셀로가 전진하다 공을 뺏기는 장면에서 바르셀로나가 종종 역습을 시도했지만 전체적으로 메시와 마르셀로 대결에서는 마르셀로가 우위를 가져갔고 두 선수의 대결 양상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다소 놀랍다.
최전방
패배한 팀의 득점을 하지 못한 스트라이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 경기 최고의 선수는 바로 카림 벤제마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향해 침투하는 타이밍은 완벽했고 측면 공격수, 후방 미드필더 가릴 것 없이 연계 플레이 역시 돋보였다. 또한 호날두에게 확실한 2번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첫번째 기회는 크로스바를 맞았고 2번째 기회는 호날두의 동점골로 연결되었다) 벤제마의 백힐 패스는 가히 예술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득점 상황은 바르셀로나가 세트-피스 상황 직후 수비 조직을 형성하기 이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르셀로나가 상대에게 상당히 쉽게 공간을 허용하는 것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반면에 수아레즈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벤제마는 계속해서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수아레즈는 상대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와의 신체적 접촉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수아레즈의 움직임과 에너지는 좋았지만 벤제마에 비해서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다. 대신 수아레즈는 알베스의 롱볼 패스를 받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멋진 마무리를 보여줬다.
역할의 변화?
바르셀로나의 2골이 세트-피스와 롱볼로 만들어졌고 레알 마드리드의 골은 선수들간의 콤비 플레이에서 만들어진 것을 주목해야한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롱볼 축구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두 클럽이 만들어낸 득점 방식을 고려한다면 이제 두 클럽의 맞대결에서 각자가 가지고있었던 개성이 흐려졌음을 인지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후방에서 공을 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고 최전방 공격수는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에 능했다. 최근의 엘 클라시코는 점유율과 역습의 대결이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두 클럽 모두 공을 점유했을 때 편안한 경기를 펼쳤고 역습 상황에서 두 클럽 모두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번 경기의 양상이 이렇게 흘러간 것은 두 클럽이 최근 걸어온 행보를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거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조세 무리뉴 감독이라는 두명의 전술가가 클럽을 특정 비전으로 이끌고 갔다면, 루이스 엔리케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맞이한 현재의 상황은 그 때와는 다르다. 과거보다 두 클럽은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축구보다 슈퍼스타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예전이었다면 이번과는 다른 라인업이 나왔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미드필더에 파괴자(destroyer) 역할을 담당할 선수를 포함시켰을 것이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1명의 미드필더를 더 투입시키기 위해서 이니에스타를 공격수 라인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이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비교적 비슷한 색깔을 지닌 팀이 되어버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은 바르셀로나처럼 플레이할 수 있고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은 레알 마드리드처럼 플레이할 수 있다.
경기를 마무리지은 바르셀로나
수아레즈의 결승골이 나오기 이전까지 두 클럽은 대등하게 싸웠다. 두 클럽은 73분까지 어떠한 교체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것은 두 클럽이 선수 개인에게 더욱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독들이 핵심 공격자원을 과감하게 빼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체 효과는 바르셀로나쪽이 더 효과적이었다.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를 대신해 부스케츠와 챠비가 투입되었고 부스케츠, 챠비, 마스체라노가 이제 중원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챠비는 경기의 템포를 늦추면서 마지막 20분간 공의 소유권을 늘리는데 열중했다.
안첼로티 감독이 시행한 교체 중에서 의미가 있던 것은 이스코를 빼고 헤세를 투입한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4-2-4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이 교체 투입의 결과로 바르셀로나가 중원을 장악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지쳐갔고 점점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의 거리는 멀어져갔다.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간격이 벌어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전반전처럼 연계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했고 하나의 집단으로 압박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결론
안첼로티 감독은 이렇게 인터뷰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가 2번째 골을 기록하기 이전까지인 60분간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 우리에게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 우리는 탄탄한 수비를 펼쳤지만 그걸 이어가질 못했다. 60분간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30분은 그렇게 플레이하지 못했다. 마지막 30분간 바르셀로나의 역습은 우리에겐 끔찍할 정도였다."
"두 팀 모두 위대한 클럽이고 바르셀로나가 승리한 것이다. 두 클럽 모두 중요한 결과를 챙겨갈 자격이 있다는걸 보여줬다. 우리는 평소처럼 플레이했고 항상 그러는 것은 아지미나 4명으로 구성되는 두줄 수비를 유지하려고 했다. 알바가 전진했기 때문에 베일은 보다 후방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우리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체력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영리하지 못했던 것 뿐이다. 우리는 경기 시작부터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마지막 30분은 우리가 원하는 전반전 모습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굉장히 열심히 뛰었고 그래서 지친 것 같다. 두 선수의 팀 공헌은 굉장히 중요했다. 두 선수는 정말 잘해줬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지친 기색을 보인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엔리케 감독의 인터뷰 역시 흥미롭다. "전반전에 우리는 마드리드를 압박하질 못했고 결국 그들이 경기를 지배하게 되었다. 후반전에 우리는 마드리드 선수들이 (체력 저하로) 전진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간파했고 수아레즈의 골은 편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점유를 기반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똑같이 나선다면 우리는 그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같이 수준 높은 팀이라면, 상대팀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쉽게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압도당하는 흐름이 있었고 더 안정적인 수비 전환을 모색해야할 흐름도 있었다.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안정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3/25/barcelona-2-1-real-madrid-both-sides-threaten-but-barca-superior-at-finis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