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5분간의 대혼전 상황에서 승부가 결정난 아주 훌륭한 경기였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메수트 외질, 루카 모드리치를 대신하여 마이클 에시앙을 선발로 내세우는 놀라운 선택을 시도했다. 세르히오 라모스가 벤치에 앉았고 그 자리에는 라파엘 바란이 투입되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졸레온 레스콧 대신 마티야 나스타시치를 투입시키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야야 투레는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들 중에서 가장 전진된 위치에서 경기를 뛰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두번이나 시티에게 리드를 내줬지만, 경기를 지배했다. 시티는 두골을 넣으면서 달아나는 듯 했지만 후반 막바지에 조잡한 수비력으로 경기에서 패배했다.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한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는 처음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고 조 하트는 최전방에 있는 카를로스 테베즈를 향해 서두르게 공을 연결시키는 경우를 자주 연출했다. 그러나 페페와 바란보다 키가 작은 테베즈가 공중볼을 따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레알의 압박에 시티는 공을 후방에서 전방을 향해 연결시키는 루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점유율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다비드 실바와 사미르 나스리가 중앙 지향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가 중앙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운 부분이다. 테베즈는 공중볼이 아닌 발밑으로 오는 공을 받고 싶어했지만 그에게 패스는 연결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에는 창조성이 부족했다. 중앙에는 단지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었고 누구도 전방을 향한 영리한 패스를 시도하지 못했다. 사미 케디라는 레알의 플레이에 핵심적인 부분인 압박을 지휘한 선수였고 아주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시티는 중앙에서 창조성이 부족했다.
측면
핵심은 측면이었다. 시티의 윙어들이 중앙 지향적인 성향이 (레알 마드리드의 윙어들도 중앙으로 이동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쉽게 전진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특히 마르셀로는 초반부터 전진을 시도했다. 가장 핵심적인 대결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마이콘의 대결이었다. 마이콘도 전진하려는 모습을 많이 연출했지만 때로는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여 호날두가 직접적으로 빈센트 콤파니와 조 하트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찬스를 내줬다.
만치니 감독은 세비야의 시시뉴가 지난 주말에 호날두를 방어했던 방식을 접목시킨 전술을 꺼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콘은 조금 더 공격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마이콘이 전진하여 생긴 빈 자리는 하비 가르시아가 커버하기 시작했고 시티도 이전보다 위험한 상황을 덜 노출시켰다.
콜라로프의 투입
경기는 사미르 나스리가 부상으로 빠지고 알렉산더 콜라로프가 투입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측면을 타고 움직이는 콜라로프는 알바로 아르벨로아와 대결을 펼쳤다.
전진 배치된 야야 투레는 후방에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패스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자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티가 전반전에 만들어낸 유일한 득점 기회에서 야야 투레는 무시무시한 돌파를 시도했다. 투레는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앞을 향해 질주했다.
후반전
후반전에 만치니 감독은 전반전 전술을 약간 손보아 3-5-1-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마이콘과 콜라로프는 측면을 타고 움직였고 가엘 클리쉬는 레프트백보다는 왼쪽에 위치한 센터백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 초기에는 측면에 위치한 실바는 점차 중앙으로 이동하여 사실상 중앙에 위치한 플레이메이커가 되었다.
후반전 변화에 따른 연쇄적인 변화가 있었다. 실바가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야야 투레가 전반전 보다는 더욱 후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시티의 경기 전개에 야야 투레가 더 많이 개입하게 되었고 이 방면에서는 시티에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났다.
마르셀로 & 호날두
맨체스터 시티의 변화가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마르셀로가 측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르셀로는 계속해서 빈공간에서 공을 받았고 위협적인 크로스와 슈팅을 시도했다.
반대쪽 측면에는 공격력이 떨어지는 아르벨로아가 위치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쪽에는 콜라로프와 클리쉬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에는 마이콘을 도와줄 선수가 없었다. 콤파니가 마이콘이 놓친 선수를 방어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산발적인 것일 뿐이지 지속적으로 마이콘을 도와줄 선수는 없었다.
제코
만치니 감독은 실바를 빼고 에딘 제코를 투입했고, 이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테베즈가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이전까지 수적인 우위에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은 제코의 투입으로 수적인 우세를 누릴 수 없었다.
제코와 테베즈의 투톱이 이루어지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를 담당하는 페페와 바란은 조금 더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테베즈 원톱이었던 경우처럼 뛰었다. 테베즈를 따라 페페가 전진한 사이에 야야 투레가 페페를 제치고 공을 몰고 나갔다. 이전에는 테베즈 원톱이었기 때문에 바란이 투레를 막았겠지만 제코의 존재 때문에 바란은 2명을 방어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무리뉴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케디라를 빼고 모드리치를 투입했고 이과인 대신 카림 벤제마를 투입했다. 모드리치는 공을 조금 더 영리하게 다룰 줄 아는 선수이고 벤제마는 깊게 내려앉은 수비 라인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벤제마는 아주 멋진 골을 넣기도 했다.
사발레타
마이콘이 부상을 당했고 교체를 해줘야했다. 사발레타는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체는 만치니가 잘못한 선택으로 남을 것이다. 피치에 투입된 사발레타는 동료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숫자 '3'을 표시해 보여줬다. 이는 이전까지의 맨체스터 시티의 포메이션이 유동적이었음을 알려준다.
마이콘이 지친 상태였고 사발레타 역시 상대의 측면 공격을 잠재우고 센터백들과 호흡을 유지하는 선수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를 지켜낼 카드로 낙점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발레타는 잘못된 윙백 역할을 수행했다. 시티가 앞서있는 상황에서도 사발레타는 불필요한 전진을 시도했다. 때로는 측면을 비워두고 상대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기까지 했다.
시티의 오른쪽 측면은 아주 취약한 지점이 되어버렸다. 콤파니도 때로는 너무 중앙에 위치하여 사발레타가 마르셀로와 호날두를 동시에 막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또한 중앙에 나스타시치와 클리쉬만 남기고 측면까지 무리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호날두와 마르셀로는 15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물론 매 경기마다 호날두는 많은 슈팅을 시도한다. 그러나 공간을 많이 내줬기 때문에 마르셀로 마저도 많은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첫번째 득점과 세번째 득점은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에서 만들어졌다. 시티는 상대 선수를 막을 수 있을만큼의 선수의 수가 부족했고 이번 패배로 만치니의 서투른 수비전술과 사발레타의 잘못된 위치선정 역시 질타를 받을 것이다.
결론
마지막 15분은 경기가 시작된 이후 15분간의 대결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아주 미칠듯이 절정이었던 상태였다. 조 하트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맨체스터 시티는 더 큰 점수차로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20분간 시티는 오른쪽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간단하게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선수의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a)만치니의 포메이션 변화, b)선수들에게 해준 잘못된 지시 c)사발레타의 잘못된 위치선정이 오른쪽 측면의 약점을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시티는 약점을 드러냈고 레알 마드리드는 시티가 드러낸 약점을 완전하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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