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와 첼시는 아주 조심스러운 4강 1차전 경기를 치렀다.


AT의 아르다 투란은 선발로 뛰기에는 무리였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디에고 코스타의 짝으로 다비드 비야가 아닌 디에고를 선택했다. 


조세 무리뉴는 수비적인 자세로 4-1-4-1 시스템을 채택했다.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가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자르 아츠필리쿠에타가 다시 오른쪽으로 복귀했고 에슐리 콜이 간만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첼시는 경기 시작부터 수비적으로 임했고 그 결과 AT는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흥미로운 장면도 얼마 없었고 전술적인 대결은 진전이 없었다.


역습 vs 역습


역습을 추구하는 두 팀이 만날 때 보통 재밌는 경기가 나오기 어렵다. 특히 두팀이 서로 자기들이 우위에 놓여있다고 단언하지 않는 한, 두 번의 경기에 수많은 것들이 달려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AT는 수비 라인을 내리고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따내 역습을 빠르게 시도하는 팀인데 무리뉴는 이를 상대하기 위한 아주 최적의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려버려서 홈팀이 선호하는 방식의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은만큼 손해를 본 부분도 있는데, 첼시가 수동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공을 제대로 점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첼시는 아스날을 완전히 박살내버린 경기에서 AT가 잘하는 것을 그들 또한 잘할 수 있다고 보여줬었다 : 미드필드에서 강하게 압박해 공을 뺏어내고 빠르게 상대의 후방을 붕괴시키는 것. 두 팀이 자신들만의 장점을 발휘하면서 경기했다면 중립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최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역습의 형태와는 너무나 달랐다. 첼시는 주저앉았고 AT는 첼시 진영에서 주로 경기를 펼쳤다.


두 팀 모두 피지컬적이며 격렬한 팀이지만 64분까지 단 하나의 경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의 경기가 첼시의 소극적 자세로 격렬하지 않았다는걸 증명해준다. 



내려앉은 첼시의 수비진이 코스타를 고전하게 만들다.


어쨌든 첼시는 주저앉았다. 아마 이유는 상대의 스트라이커가 수비수들 사이를 아주 굉장한 속도로 찢어내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첼시가 수비 라인을 내리고 풀백들이 중앙으로 집결하자 디에고 코스타는 경기장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코스타가 비교적 큰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첼시의 센터백과의 공중볼 경쟁에서도 그다지 위력이 되지 못했다.


오늘 코스타가 첼시의 수비진 사이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은 코스타의 국가대표 커리어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그가 브라질이 아닌 스페인을 택한 순간, 스페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최전방에서의 약점을 완벽하게 해소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스페인을 상대하는 다수의 팀은 수비 라인을 아주 깊숙히 내린다(park the bus). 국가대표 데뷔전에서도 그렇고 오늘 경기에서도 코스타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코스타는 역습 상황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렇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좋은' 선수일 뿐이다. 본선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가장 신뢰할 공격수는 디에고 코스타지만, 스타일 상의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AT의 경기 접근법


AT는 경기장 중앙을 통해 별다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투톱처럼 나섰던 디에고가 존 오비 미켈의 앞까지 내려가면서 공을 받았지만, 중앙에는 첼시 선수들이 너무나도 많이 모여있었다. 따라서 AT는 측면을 선택했는데 필리페 루이스는 하미레스로부터 맨마킹을 당하고 있었고 윌리안 역시 후안프란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AT는 가비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측면에서 3:2라는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고 경기 내내 크로스를 통한 공격을 시도했다.


 공중볼을 올리는 상황에서 가장 분명한 타깃은 라울 가르시아였다. 지난 바르샤전에서도 라울 가르시아는 AT의 중점 공중볼 루트라는 사실을 증명했었다. 에슐리 콜보다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4번 정도의 기회가 있었는데, 비단 에슐리 콜뿐만 아니라 세자르 아츠필리쿠에타도 라울 가르시아의 높이에 당하고 말았다.





AT는 단조로운 공격만 시도했고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따라서 첼시는 자신들의 포지셔닝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AT는 중앙 수비수인 테리와 케이힐을 끌어내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AT가 오랫동안 크로스 연습을 시도한 훈련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첼시의 경기 접근법


첼시는 다수의 공격을 세트 피스 상황에 의존했다. 왜 좋은 프리킥 위치에서도 다비드 루이즈가 계속해서 프리킥을 전담했는지는 모르겠다. 윌리안과 하미레스는 전반전 역습 상황에서 좋은 호흡을 보였다. 두 선수는 깊게 내려앉으면서도 앞으로 전진하는 역할까지 수행한 선수들이다. 전반전과는 달리 경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두 선수도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경기 내내 완전히 고립되었다. 토레스는 공을 잡으면 밀집된 위치를 향해 드리블을 해나갔는데,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노리던 이전과 다른 경기 접근 방식이었다. 아마 최근 토레스의 속도가 떨어진 것을 감안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후반전에는 전반보다 위협적이었지만, 득점을 기록할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결론


사실, 이번 경기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 수비적이고 조심스러운 경기는 전술적으로 흥미로운 경기가 될 수 있지만, (전술적으로 우수한)그런 경기는 두 팀 모두 자신들만의 철학이 충돌해 중요 접전지가 발생할 때나 발생한다. 이번 경기는 두 팀 모두 내내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질 못했다.


 지난 유러피언 대회 4강 1차전들을 회상 해보자.  이러한 경기들이 수두룩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밀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예외적으로 수비적이지만은 않은 경기를 펼쳤었다. 또 다른 4강전은 바로 4강전에서도 수비적이지만은 않았던 두 감독간의 대결이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4/04/23/atletico-madrid-0-0-chelsea-atletico-unable-to-successfully-adapt-against-defensive-opposition/



바이에른은 경기 초반부터 상당히 어렵게 경기를 펼쳤다. 그렇지만 후반전에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따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다니엘 반 바이텐 대신 제롬 보아텡을 선발 명단에 올렸다. 사실 이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있을만한 것이 없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도 모두가 예상했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도르트문트는 경기를 아주 멋지게 풀어나갔다. 바이에른을 열세로 몰아넣었고 바이에른이 슈팅을 단 1번 시도할 때까지 도르트문트는 6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고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도르트문트의 압박

 

최근에 클롭 감독은 바이에른을 상대할 때 4-3-3 포메이션을 활용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결승전에서는 기존의 4-2-3-1을 꺼내들었고 이에 따라 마르코 로이스가 왼쪽 측면이 아니라 로버트 레반도프스키 바로 밑에서 레반도프스키를 도와줄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 때문에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할 수 있었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가 상대의 센터백을 직접 압박할 수 있었고 이들은 바이에른의 홀딩 미드필더에게 가는 패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할 수 있었다.

 

거기에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야쿱 브와슈치코브스키가 상대의 풀백들을 압박하면서 도르트문트는 효과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벤 벤더와 일카이 귄도간은 각각 하비 마르티네즈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담당했다. 벤더는 이른 시간부터 마르티네즈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론상으로 도르트문트에게 가장 위협이 될 선수는 토마스 뮬러였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사이에서 뛰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는 전반전에 바이에른을 전방부터 상당히 강하게 압박하면서 수비 라인까지 위로 올렸다. 따라서 바이에른이 공을 찔러줄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었다.

 

 

후방까지 내려간 슈바인슈타이거, 뮌헨이 공을 앞으로 보내질 못하다

 

바이에른은 처음부터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특히 슈바인슈타이거는 경기 초반에 상대의 강한 압박때문인지 형편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가 단테와 보아텡을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슈바인슈타이거는 후방으로 내려가 3 vs 2 상황을 만들면서 바이에른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도우려했다. 그렇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렇다할 전진 패스를 만들어내질 못했다. 마르티네즈는 미드필드 진영에서 홀로 서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부분에서는 토니 크로스의 결장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반전에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보다 약 2배 정도 더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에른이 패스를 더 많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방으로 공을 보내는 패스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의 역습

 

도르트문트의 역습은 주로 로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서 공을 자주 받았고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면서 도르트문트가 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로이스는 역습 과정에서 계속해서 상대에게서 파울을 유도해냈다. 




도르트문트의 문제라면 자신들의 우세 속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의 호흡은 좋았지만 대신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과의 호흡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다. 측면에 위치한 그로스크로이츠와 브와슈치코브스키는 지난 몇시즌간 도르트문트의 측면을 담당해온 선수들이지만 말라가,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도르트문트가 보여준 측면에서의 날카로움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8강전, 4강전에선 도르트문트의 윙어 1명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형식의 공격 과정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마리오 괴체의 결장도 크나큰 손실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전에 기회를 잡았지만 골을 넣는데는 실패했다.

 

 

바이에른의 경기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는 경기마다 중앙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신경썼다. 그렇지만 오늘은 사뭇 달랐다. 의도한 것인지 밀리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진 몰라도 바이에른은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던 전략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바이에른의 첫번째 슈팅은 마리오 만주키치의 헤딩이었다. 이후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고 이는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 써먹었던 전략이었다.

 

또한 바이에른은 계속되는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빠른 역습을 통해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중요해진 로벤의 역할

 

30분 정도부터 아르옌 로벤이 경기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었다. 측면에서 경기를 소화한 로벤은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지속적으로 공략했고 하프타임 전에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첫번째 기회는 반대편에 위치했던 뮬러가 만들어줬다. 도르트문트의 약점 중 하나는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라인 간격을 상당히 좁힐 경우에 노출된다. 공 소유권이 급격한 속도로 바뀌는 경우 도르트문트는 상대에게 쉽게 약점을 노출한다. 로벤은 이 때 순식간에 로만 바이덴펠러와 1:1 찬스를 맞이했다.

 

두번째 기회에서도 로벤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면서 만들어졌다. 도르트문트가 미드필드 지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고 바이에른은 단테의 롱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단번에 연결된 단테의 롱패스는 매츠 훔멜스의 뒤를 향하던 로벤에게 연결되었고 로벤은 슈팅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를 바이덴펠러가 막았다.

 

 

후반전

 

후반전에는 두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하나는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자연스럽게 헐거워진 것이고 이에따라 바이에른이 보다 더 쉽게 전진할 수 있었고 득점 기회를 이전보다 더 자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의 센터백들은 페널티박스에 머물기보다는 하프라인 근처까지 전진했다. 도르트문트에게는 상대를 후방으로 밀어낼 에너지가 없었따.

 

도르트문트는 전반전보다 더 밑으로 처진 위치에서 상대의 공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또한 바이에른의 백패스도 줄어들었다.






바이에른의 압박이 더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전반전에는 만주키치와 뮬러가 미드필더들을 돕기 위해 재빠르게 후방으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후반전에는 두 선수가 도르트문트의 수비수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50분 정도쯤에 루카스 피슈첵이 두번 연속으로 공을 걷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부터 도르트문트는 본격적으로 바이에른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경기의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센터 포워드가 되어버린 로벤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약해진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로벤의 포지션이 변했다는 것이다. 전반전까지는 뮬러와 때때로 위치를 바꾸는 수준에 그쳤지만 후반전부터는 로벤이 직접 중앙에서 뛰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후방을 노리는데 로벤이 더 적합했고 뮬러가 오른쪽에서 후반전을 보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로벤은 후반전부터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만 못한 압박을 펼쳤음에도 수비 라인을 계속해서 앞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선택은 로벤이 지속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노릴 수 있게 만들어줬고 결국에는 팀의 패배로 연결되었다.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에서 있었던 5번의 득점 기회





로벤을 필두로 바이에른의 공격수들은 앞으로 전진한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을 계속해서 공략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총 5번이 있었다.

 

첫번째 장면은 바이에른의 선제골 장면이다. 리베리가 수비 뒷공간을 향해 돌아들어가는 로벤을 향해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를 받은 로벤은 바이덴펠러 너머에 있는 만주키치에게 공을 연결시켰다. 만주키치는 이를 간단하게 마무리 지었다. 만주키치는 득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로벤이 공격을 시작하기 위한 초석을 만들었다. 길게 넘어오는 공을 가슴으로 완벽하게 받아냈는데 이런 간결한 터치는 만주키치가 올시즌 바이에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두번째 기회는 62분에 있었다. 다비드 알라바가 만주키치를 향해 길게 공을 넘겨줬다. 수비 뒷공간에서 이를 받은 만주키치는 슈팅을 때렸지만 각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살리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인 71분 바이에른은 또 다시 스피드를 활용해 기회를 만들어냈다. 뮬러는 마르셀 슈멜처와의 속도 대결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전진된 수비라인 때문에 사실상 스위퍼 역할을 하던) 바이덴펠러를 제치고 슈팅을 시도했다. 로벤이 달려들면서 뮬러의 슈팅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려했지만 네벤 수보티치가 극적으로 공을 걷어냈다.

 

76분에는 로벤-뮬러-만주키치의 합작으로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번에는 로벤의 패스를 받아 뮬러가 기회를 잡았고 만주키치가 뮬러를 보좌해주는 역할이었다. 뮬러는 수보티치의 파울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에 방해를 받았고 만주키치에게 공을 정확하게 연결시켜주지 못했다.

 

바이에른에게 이쯤 당했으면 도르트문트는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렸어야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바이에른의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후반전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제롬 보아텡은 프랭크 리베리를 향해 아주 멋진 패스를 시도했다. 이번엔 리베리가 백힐로 달려드는 로벤에게 공을 연결시켰고 로벤은 침착한 마무리로 바이덴펠러의 벽을 뚫었다.

 

 

결론

 

사소한 것들도 경기 스코어에 영향을 미쳤지만 양팀의 전술이 스코어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도르트문트는 엄청난 압박으로 우세를 가져갔고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두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전진 압박 때문에 수비 라인이 높게 형성되었고 전반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펼친 탓에 후반전에는 압박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도르트문트의 수비진들은 뒤로 돌아오는 상대를 방어하는데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바이에른은 계속해서 상대의 뒷공간을 노렸다. 그리고 센터 포워드로 변신한 로벤이 1골 1어시스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바이에른에게 승리를 안겼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3/05/26/bayern-munich-2-1-borussia-dortmund-dortmund-take-control-with-good-pressing-but-robben-moves-upfront-to-make-the-difference/





2014/2015시즌 잉글랜드의 탑4는 첼시,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리버풀이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패배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위 수성이 확실해졌고 이는 대차대조표 순위와도 일치한다. 2014/2015시즌 성적 탑4는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매출 탑4였으며 동시에 가장 많은 선수임금을 지불하는 클럽이기도 했다.


임금 순위와 리그 순위의 공통점이 굉장히 특별한 결과일까? 우리는 회계 자료를 바탕으로 탑4를 예측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앞으로 2000/2001시즌부터 지난해(2013/2014시즌)까지의 임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 14시즌간 차지할 수 있는 탑4 자리는 총 56개인데 그 중 80%를 넘는 46개의 자리가 임금 지출에서 상위 탑4를 차지하는 팀의 몫이었다. 14시즌간 임금 지출 탑4가 아님에도 리그 순위 탑4에 들어간 경우는 단 10차례에 불과했다. 즉 금전적 파워가 없는 클럽은 우승하기 어렵고 설사 우승하더라도 바로 다음해 침몰하기 쉽다는 것이다.


아래 차트는 임금 지출 순위와 리그 순위를 나타내는 자료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지출하는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지출 1위임에도 불구하고) 탑4에서 벗어난 경우는 단 2차례 뿐이다. 2013/2014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00/2001시즌 첼시가 그 유이(二)한 예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임금지출 하위 10개 팀에서 탑4에 진입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임금 순위 4위 밖 클럽이 리그 4위 안에 들어가고서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실질적으로 밟아본 경우는 그 숫자가 더 적다. 2011/2012시즌 임금으로 £90m을 지출했던 토트넘 핫스퍼는 자신들보다 리그 순위가 낮음에도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첼시에게 진출권을 빼앗기는 비극을 맞이했다. 당시 첼시의 임금 지출은 £170m


2004/2005시즌 에버턴은 굉장히 소규모 예산인 £31m으로 리그 4위를 차지했으나 에버턴은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고 2003년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였다. 즉 임금 지출 탑4가 아님에도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맛본 팀은 지난 15년간 10개가 아닌 단 6개 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임금지출 대비 성공적인 클럽은 어느 시즌의 어떤 클럽이었을까? 과연 그들의 성공은 재현될 수 있을까? 



우승 경쟁 : 2013/2014시즌 리버풀, 승점 84점, 리그 준우승, 임금지출 £144m (리그 5위)


2013/2014시즌 리버풀은 아웃라이어이다. 2000년 이후로 임금지출 탑4가 아님에도 타이틀 레이스를 펼치고 1위와 승점 10점 이내로 시즌을 마감한 팀은 이 때의 리버풀이 유일하다. 또한 지난 15년간 임금지출 탑4가 아님에도 승점 75점을 초과한 경우도 리버풀이 유일하다.





역사에 남을만한 드라마틱한 타이틀 레이스를 선보인 리버풀은 루이스 수아레즈의 바르셀로나 이적, 라힘 스털링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 다른 키플레이어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순위가 떨어졌으며 현재는 임금 지출에 부합하는 순위로 다시 내려갔다. 2013/2014시즌 리버풀은 분명히 뛰어난 팀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그 때의 성공이 리버풀의 밝은 미래를 향한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진 시즌이라기보단 아주 두드러진 이상값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2000/2001시즌 아스날, 승점 70점, 리그 준우승, 임금지출 £41m (리그 5위)

2009/2010시즌 아스날, 승점 75점, 리그 3위, 임금지출 £111m (리그 5위)

2010/2011시즌 아스날, 승점 68점, 리그 4위, 임금지출 £124m (리그 5위)


아스날이 현재 풍족한 재정을 보유하게 된 것은 그간 클럽이 지속적으로 성적으로 4위권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스날은 계속해서 임금 지출에 따른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 조사기간 아스날이 임금지출 탑4에서 벗어난 경우는 3차례인데 아스날은 그 3시즌 모두 4위 내로 진입했다. 


일부 팬들은 수년간 타이틀 경쟁력 부족으로 아르센 벵거를 비웃으나 벵거는 상대적인 재정적 불리함을 가지고 팀을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에 안착시키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언더독

2001/2002시즌 뉴캐슬, 승점 71점, 리그 4위, 임금지출 £32m (리그 8위)

2002/2003시즌 뉴캐슬, 승점 69점, 리그 3위, 임금지출 £45m (리그 6위)

2004/2005시즌 에버턴, 승점 61점, 리그 4위, 임금지출 £31m (리그 10위)

2009/2010시즌 토트넘, 승점 70점, 리그 4위, 임금지출 £67m (리그 7위)

2011/2012시즌 토트넘, 승점 69점, 리그 4위, 임금지출 £90m (리그 6위)


앞서 우리는 재정적으로 열세에 있는 팀이 리그 탑4에 올라선 후 챔피언스 리그 본선 무대를 제대로 밟은 경우는 얼마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1/2002시즌의 뉴캐슬과 2009/2010시즌 토트넘이 4위를 차지하고 다음시즌 챔피언스 리그 본선 무대를 경험한 클럽이다. 우리는 언더독의 수치에서도 프리미어 리그 연봉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 있다. 2002/2003시즌 리그 전체 6위의 임금지출을 기록한 뉴캐슬의 수치는 £45m이었는데 2011/2012시즌 똑같은 순위를 기록한 토트넘의 지출액은 그 2배인 £90m이다.


임금지출 탑4가 아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르센 벵거는 지난 몇년간 아스날이 승점 70점 정도를 획득할 수 있게 팀을 이끌었고 따라서 그 때부터는 리버풀이 자신들의 임금지출 대비 예상 성적에 걸맞지 못한 모습만 보여주면 챔피언스 리그에 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2013/2014시즌 임금지출 1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니 리버풀에게는 그것 외에 특별한 행운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아래에 있는 그래프는 임금의 인플레를 감안한 자료로 재정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승점 70점 달성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실선으로 되어있는 라인은 최근 프리미어 리그 임금지출 순위 5~7위를 기록한 것으로 리버풀 정도의 재력이 되는 팀은 정기적으로 탑4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해볼만한 싸움에 위치한 클럽도 절반 가까이 탑4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6위부터는 더 어려운 싸움을 펼쳐야한다고 할 수 있고 그 바로 아래 위치는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탑5 이하의 임금지출 능력으로 승점 70점 달성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탑4에 들어가기 위해선 경기력 퀄리티 뿐만 아니라 행운도 필요하다. 뉴캐슬은 리즈 유나이티드의 붕괴 덕을 보았고 승점 61점으로 4위를 차지했던 에버턴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토트넘은 리버풀의 부진과 더불어 맨체스터 시티(2009/2010), 첼시의 부진(2011/2012)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언더독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플레이, 좋은 감독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소규모 재정을 가진 클럽이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선 부자 클럽들의 형편없는 퍼포먼스가 동시에 필요하다.




출처 : http://www.espnfc.us/blog/tactics-and-analysis/67/post/2476622/premier-league-dominance-is-down-to-wages-but-can-be-broken





클린 시트(Clean Sheets)


수많은 분석가들이 득점에 상당히 치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에는 무실점 경기 즉 클린 시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클린 시트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에서 약 27%의 발생 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 보여지는 데이터는 평균값에서 다소 움직임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나 차이는 결코 크지 않다.





홈&어웨이


우선 우리는 데이터를 홈&어웨이 두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이 순간부터 우리는 평균값의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홈팀은 33%의 확률로 클린 시트를 기록하며 어웨이팀은 22%의 확률로 클린 시트를 기록하게 된다.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홈&어웨이 클린 시트 발생 확률의 그래프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 시트는 적어도 승점 1점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굉장히 진부한 표현이지만 실점하지 않는다면 경기에서 패배할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의 EPL 역사를 돌이켜보면 홈 경기에서 클린 시트를 기록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승점 2.1점을 가져다주었다. 반면에 원정에서는 평균 1.8점으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클린 시트는 1시즌당 추가적인 승점 7.5점을 벌어준다.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는?


아래는 2011-2012시즌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이 홈&어웨이 경기에서 클린 시트를 기록한 비율을 나타낸다.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클럽들은 홈과 원정 가릴 것 없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클린 시트를 기록하는 팀이다. 웨스트 브롬위치 같은 경우는 홈에서는 수비를 잘했지만 원정에서는 홈에서만큼의 수비력을 못보여준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리버풀은 웨스트 브롬의 반대의 경우라 볼 수 있다. 어웨이에서는 무실점 확률이 안필드에서보다 높다. 볼턴, 블랙번, 울버햄턴 모두 홈&어웨이 가릴 것 없이 클린 시트 비중이 낮았고 2011-2012시즌을 끝으로 프리미어 리그와 작별을 해야만 했다. 특이한 점은 원정에서 최악의 클린 시트 확률을 기록한 노리치는 리그 12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예외적인 케이스를 남겼다.






클린 시트와 리그 순위의 관계


2011-2012시즌 기록을 토대로 선형 회귀분석을 시행하면, 우리는 클린 시트 횟수와 리그 최종 성적이 상관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정계수(R-square)값이 0.72로 우리는 클린 시트와 리그 최종 순위가 강한 상관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리그 최종 성적의 약 72%는 클린 시트 기록에 의하여 설명이 가능하다)




출처 : http://pena.lt/y/2012/10/26/influence-of-clean-sheets/



TSR과 성적의 상관관계?

Football Stats 2016. 6. 1. 18:54 Posted by Seolskjaer


Total Shots Ratio (TSR) 값은 = A팀의 슈팅 시도 횟수 / (A팀의 슈팅 시도 횟수 + B팀의 슈팅 시도 횟수) 로 계산한다고 이전 포스팅을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TSR값이 높은 팀은 공을 컨트롤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고 TSR은 팀의 미래 퍼포먼스를 예측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요점은 아래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승점과 TSR값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TSR과 승점과의 상관 관계는 강하게 나타나지만, 반드시 높은 TSR이 승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할 것이고 공을 더 많이 컨트롤하는 팀이 더 좋은 성적, 더 높은 승점을 쌓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의 그래프에 조금 더 색칠을 가해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검정색으로 칠해진 점은 우승 팀을 나타내고 하늘 색깔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달성한 팀의 기록입니다. 빨간색은 강등을 당한 팀의 기록입니다.





꽤나 명확해보이는 하나의 패턴이 드러나는데,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그래프 왼쪽 부분) 클럽들이 강등당할 확률이 높고 리그에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은 물론 우승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나 리그 우승을 위해선 공을 확실하게 컨트롤 해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위의 그래프에서 하늘색 점 하나가 그래프 왼쪽에 위치한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 팀은 바로 2004-2005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해낸 에버턴입니다.


우리는 위의 그래프를 통해서 TSR값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 가능성, 강등 가능성을 알아내보고자 합니다. TSR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확보 가능성, 강등 가능성의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성공을 거두는 팀에게 있어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jameswgrayson.wordpress.com/2012/07/15/another-post-about-tsr/

TSR(Total Shot Ratio)이란 무엇인가?

Football Stats 2016. 6. 1. 18:50 Posted by Seolskjaer

TSR이란 무엇인가?


TSR(Total Shot Ratio)값은 두 팀의 슈팅 숫자의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TSR값은 A팀의 슈팅 숫자를 경기에서 나온 전체 슈팅 숫자로 나누는 것이다. 


TSR = A팀의 슈팅 시도 횟수 / (A팀의 슈팅 시도 횟수 +B팀의 슈팅 시도 횟수)


B팀의 슈팅 시도 횟수 = A팀이 슈팅을 허용한 횟수


경기를 지배하는 팀은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할 것이며, 경기를 지배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상대 팀이 슈팅 기회를 잡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TSR 데이터는 경기 지배력을 측정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TSR 기록


TSR의 평균 값은 언제나 0.5이다. 만약 경기에서 A팀이 TSR값을 0.75를 기록할 경우 B팀의 TSR값은 자연스럽게 0.25가 된다. 따라서 (0.75+0.25)/2=0.5 이므로 언제나 TSR값의 평균은 0.5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1-2002시즌부터의 8360경기 기록인데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도 평균값이 0.5임을 알 수 있다. 분산값은 0.166이다.






TSR과 득점 수와의 상관 관계


앞서 우리는 TSR이 경기 지배력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했는데 과연 이것이 득점 수와 연관성이 있을까? 상대보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하면 득점 수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TSR값과 득점 수는 비례 관계가 아니다.






TSR과 골득실간의 상관 관계


TSR값이 높으면 경기 지배력이 높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골득실 기록이 더 좋을 것이라는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해할 수 있지만, TSR값과 골득실에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경기 결과와 TSR의 상관 관계 역시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상대보다 더 많은 슈팅을 기록하더라도 경기에서 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해왔다.






TSR과 승점의 상관 관계


TSR값이 각각의 경기 결과와는 연관성이 없지만, 그건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경기 결과와 TSR과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기 수가 필요하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시즌 전체 승점과 TSR값이 서로 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오랜 기간동안 TSR 값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팀이라면, 승점을 잃는 경기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TSR값을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어느만큼의 경기 수가 필요한가?


TSR값이 장기간에 걸친 경우에만 의미를 가진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도 더 많은 경기를 가지고 데이터를 집계할수록 분산값이 줄어들며 0.5값에 더욱 가까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30~38경기 즈음부터 분산값이 굉장히 적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말은 즉슨 TSR값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최소 1시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선 TSR값은 득점 수와 경기 결과와 큰 연관성이 없다. 변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경기 수를 가지고 계산을 하게되면 그런 특수한 경우들이 가지는 거품들이 빠지게 되고 TSR값은 점점 실제 경기 결과와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TSR 수치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TSR 수치는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그러나 TSR값을 분석하기 위해선 TSR값이 가지는 한계성도 알고 있어야할 것이다.



출처 : http://pena.lt/y/2013/04/02/understanding-total-shot-ratio-in-football/





축구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할 때가 있다 - 티에리 앙리



기획 예산처 장관은 격노했고 이것을 두고 일종의 '사건' 라고 말했다. 체육부 장관 역시도 "한탄스럽다' 라고 발언했다. 심지어 공화국의 대통령까지 이것에 대해 한 마디 거들었다. 의회에 섹스 스캔들이 터진게 아니다. 한 사건이 프랑스를 들끓게 만들었다. 바로 2012년 카타르 출신의 구단주가 보유하고 있는 파리 셍제르망이 4년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매주 €1m을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선수의 이적료 €25m은 덤이고 매년 파리 셍제르망은 이브라히모비치 선수 1명에게 매년 세후 €35m을 지급하기로 했다.


클럽이 선수 한 명에게 이토록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그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파리 셍제르망의 실질적인 자금이 기름에서 발생된다 한들 이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PSG의 대답은 아주 분명하다 : PSG는 단순히 선수 한 명에게 €165m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PSG는 성공이 보장되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근본적인 질문에 연관되어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선수, 이 선수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속한 팀에서 리그 타이틀을 거의 항상 차지했었다. 에레디비지에에서 1번, 스페인에서 1번, 세리에A에서 6번. 이쯤되면 우리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단순히 '행운의 부적' 이라고만 여길 수 없다. 14골 이하로 득점을 기록했던 적은 딱 1번 뿐이기에 우리는 이브라히모비치를 타 클럽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골' 이것은 바로 이브라히모비치를 가치있게 만드는 요소다. 팬들은 축구에서 골을 가장 사랑하고 축구는 골로 대변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동시에 축구에서 골은 굉장히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며 소중한 자산인데 그토록 귀중한 골을 만들어내는 이브라히모비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결과일 수 있다. 


2011년 겨울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로 되돌아 가보자. 첼시는 페르난도 토레스 영입을 위해서 £50m을 지불했고 자정이 지난 이후 토레스 이적이 전세계에게 공개되었다. 첼시에게 클럽의 아이돌 토레스를 뺏긴 리버풀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럽 레코드였던 £23.6m을 지불하며 루이스 수아레즈를 데려왔던 리버풀은 직접 헬리콥터를 띄우면서까지 뉴캐슬에게 £35m을 주고 앤디 캐롤을 데드라인 직전에 영입했다. 


득점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귀한 사항이다. 얼마나 득점이 희귀한 현상이냐면, 평균적으로 프리미어 리그팀이 1경기에서 득점을 1골 이하로 기록할 확률이 63%이며 전체의 약 30%는 아예 무득점으로 끝나고 만다. 선수들에게도 골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2008~2011년까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바탕으로 계산한 데이터인데 그동안 총 861명의 선수가 피치를 밟았고 861명 각자의 출전 경기 수를 모두 더하면 30,937경기가 된다. 여기서 약 91.6%인 28,326 경기가 득점이 없는 경기였다. 전체 45%의 선수가 3시즌 동안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체의 1/3에 해당되는 221명의 선수는 단 1번도 유효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3년! 3년간 단 한 번도 골에 근접한 슈팅을 해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 골도 못넣는 선수가 이렇게 많은데 득점이 가지는 가치는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는 골과 승리, 승리와 트로피에는 아주 당연하게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작용한다고 믿고 있다. 클럽은 골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공격수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한다 : 골은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고 골은 승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진 않을 것이다. 특정 시점의 골은 다른 골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버린 득점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든 혁신적 인물이 한 명 있다. 1950년대 PFA의 회장이었던 지미 힐은 우리에게 TV 펀딧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으나 PFA 회장 시절에 상당한 혁명적인 시도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특히 그의 결단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풋볼 리그의 임금 상한선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주당 £20k가 최대였으나 힐은 이를 폐지시켰고 이 결정은 오늘날 프리미어 리그 스타 선수들의 임금 인플레이션 현상을 만들게 되었다.


힐은 1961년 코벤트리의 회장으로 임명되었고 코벤트리 시티의 Sky Blue Revolution 마스터플랜을 진두지휘했다. 코벤트리 시티의 유니폼 색깔이 바뀌었고, 최초로 매치데이 프로그램을 팔기 시작했으며 코벤트리의 클럽 송도 만들었다. 그 이후 최초로 전좌석에 의자가 설치된 스타디움을 만들었다.


그러나 힐이 남긴 가장 귀중한 유산은 '승점 3점 제도'이다. 힐은 축구가 굉장히 수비적으로 변했고 지루해졌으며 관객들의 재미는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득점이 정말 보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했고 프로축구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힐은 승점 2점 대신 승점 3점 승리를 더 귀중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고 그로 인한 변화는 축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스미언 리그에서 승점 3점 규정을 시범적으로 시행해본 이후, 힐은 FA에게 1981년 1년간 승점 3점 규정을 시범 운영 해볼 것을 제안했다.


힐의 시도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고 이에 FIFA 역시 변화를 수용했으며 FIFA에 소속된 국가들 역시 승점 3점 규정을 따르기 시작한다. 승점이 더 높아지면서 승리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이론적으로는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 각 클럽들은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며, 이에 따라 더 많은 골이 나올 것이고 더 많은 흥밋거리가 유발되어 더 많은 팬들이 유입될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승점 3점으로의 변화가 원래 의도대로 시행되고 있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승점 3점 도입 이전에 나온 평균 득점 수와 승점 3점 도입 이후에 나온 평균 득점 수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도입 바로 전,후 시즌만을 비교하는 것은 샘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에겐 더욱 정확한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제학자 알렉산더 딜거, 한나 가이어는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이 자국 리그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승점 3점 제도 도입 이전의 10년간 리그 6,000경기와 컵대회 1,300경기를 조사했고 마찬가지로 승점 3점 제도 도입 이후의 동일한 경기 수를 비교했다. 컵대회는 승점으로 결정짓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컵대회는 대조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딜거와 가이어는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이 축구 경기에 아주 극적인 변화를 준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영향을 받은 요소가 골이 아니었다. 승점 3점 제도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바로 옐로우 카드의 숫자였다. 공격 축구가 증가했다. 그런데 '골을 넣는' 공격 축구가 아닌 뒤늦은 태클, 상대의 등을 밀어버리는 공격 축구가 증가한 것이다.


무승부가 승점 1점 손해에서 승점 2점 손해로 그 피해 규모가 커지자 무승부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1골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횟수가 점차 많아졌다. 승리가 승점 3점을 보장해주기 시작하자 감독들은 수비에 치중한 교체를 늘리기 시작했고 수비 라인은 전진하는 것을 꺼려하게 되었다. 길게 걷어내는 횟수가 증가했다. 골 수가 풍성해지지는 않았으나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는 1골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귀중해졌다는 것이다. 승점 3점 제도는 공격 축구를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시니컬한 축구를 만들어버렸다.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은 힐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만들었고 득점의 가치를 더욱 귀중하게 만들었다. 스트라이커는 상대 수비수로부터 더 많은 파울을 인내해야 하고 스웨덴 출신의 거구 이브라히모비치는 더욱 격렬해진 몸싸움 속에서도 꾸준한 득점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들이 스트라이커 영입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큰 돈을 투자하고도 쪽박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 않았던가. 득점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사건이고 그만큼 가치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골과 승점의 교환 비율


앞서 우리는 득점의 결핍이 1골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특히 엘리트 수준의 축구에서는 득점이 상당히 저조하게 발생한다. 우리는 빅리그 경기 결과들을 합산하여 득점이 어떤 방식으로 승점으로 전환되는지 계산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환율과 달리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국 화폐와 달러의 교환과 달리 득점과 승점의 교환은 이미 경기에서 몇골이 터진 상황인가에 따라서 그 교환 비율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이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평균 어느 정도의 득점이 필요한가를 계산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2000년대 분데스리가,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활용했다. 우선 우리가 첫번째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주 분명했다. 5골 이상 기록하는 것은 사실상 팀에게 승점 3점을 보장해준다. 우리가 데이터 셋으로 지정한 범위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레스터와 아스날의 6:6 무승부, 찰턴과 미들즈브러의 6:6 무승부 같은 케이스들도 과거(1930년대, 1960년대)에 존재했었다. 어쨌거나 5골 이상을 기록하면 우리는 충분히 팀의 승리가 보장되었다고 기대를 해볼 수 있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다고 승점을 아예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골이 없으면 높은 승점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전체의 7~8% 경기가 득점없는 무승부로 끝났고 따라서 양팀 통틀어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도 일부 승점을 벌어다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5골 이상 기록, 0골 기록이라는 양 극단의 값을 확인했다. 이제 우리는 분포의 중앙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다. 우리는 그래프에서 기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구분을 발견할 것이고 그 부분에서 나오는 득점이 가장 가치있는 골이라 말할 것이다. 


통계적으로 1골은 승점 1점을 보장해준다. 2골은 무승부보다 승리에 가까워지게 만들고 2골 이상부터는 승리에 굉장히 가까워진다. 3,4골도 승리를 아주 확실하게 보장해주진 못한다. 뉴캐슬이 아스날을 상대로 4골차를 극복한 적이 있고 2007년 레딩은 토트넘과 포츠머스를 상대로 4골을 기록했지만 2경기에서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이러한 패턴은 4개국 리그에서 모두 동일했다. 물론 편차는 존재한다. 분데스리가는 라 리가보다 1골의 가치가 작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4개국 모두 골이 비슷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프의 형태가 말하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는 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몇골이 나왔는가는 새롭게 추가되는 골의 가치에 영향을 준다. 3골을 넣는다고 1골을 넣는 순간보다 승리할 확률이 3배 높은게 아니다. 4골을 넣는다고 3골을 넣을 때보다 승리할 확률이 33.3% 증가하는 것 역시도 아니다. 


2번째 골은 승점을 평균 0.99점 높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2번째 골이 가장 가치있는 득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4골을 기록한 상황에서 5번째 골을 추가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승점을 0.1점 높여주는 효과를 가진다. 이탈리아에서도 스페인에서도 잉글랜드에서도 독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견되었다. 2011년부터 급격하게 경기력이 하락하면서 1골이 소중해진 앤디 캐롤과 페르난도 토레스는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게 아니라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골마다 팀이 승리할 확률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지금 여기서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한 득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존재한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6:1로 처참하게 무찔렀던 맨체스터 시티는 끝내 그 시즌을 골득실 차이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물론 이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승리를 노리는 팀들은 가장 중요한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골의 가치


지금부터 시행할 과정들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통해 포워드가 경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치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우리는 바로 위의 그래프를 통해서 첫번째 골과 두번째 골이 다른 골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들의 득점에 대해서 재검수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사전에 언급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팀의 4~5번째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보다 팀의 1~2번째 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가 더 가치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든 골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단순히 득점 수로만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도 이적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이 간과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포워드는 가장 비싼 포워드인 토레스와 캐롤이 아니었다. 두 선수의 득점은 생각보다 승점으로 많이 연결되지 못했다.


우리는 Opta Sports의 도움을 받아 선수들이 기록한 득점이 각각 첫번째 득점인지 두번째 득점인지 아니면 그 나중에 나온 득점인지 하나하나 구분했고 우리는 앞에서 언급했던 실질적 승점 개념을 활용해 선수의 득점이 실질적으로 팀 승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가 파악하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득점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실질적인 승점을 가져다주는 골을 기록한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것은 2009/2010시즌의 득점왕 디디에 드록바, 2010/2011시즌의 득점왕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골의 가치까지 계산하여 환산한 결과로 적용할 경우 각각 3위, 4위에 랭크된다는 사실이다.


비록 26골 중 7골이 페널티 킥이었지만, 2009/2010 시즌 가장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골을 많이 넣은 선수는 웨인 루니였다. 2010/2011시즌에는 루니와 베르바토프의 팀동료였던 테베즈가 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베르바토프와 테베즈는 공동 득점왕이었으나 여기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드록바와 베르바토프는 팀의 승점 적립에 도움이 덜 되는 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클럽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골을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승점에 보탬이 되는 골을 많이 기록하는 것이 더 귀중할 수 있다. 2010/2011시즌 베르바토프는 WBA의 피터 오뎀윙기보다 5골을 더 넣었지만 실질적으로 팀에 가져다준 승점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뎀윙기가 골 수는 적었지만 더 승점에는 효율적인 골을 넣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9/2010 시즌의 18골 저메인 데포와 13골 루이 사하의 차이도 비슷하게 해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팀의 진정한 영웅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선수는 바로 대런 벤트! 만약 첼시가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방식의 분석법을 알고 있었다면 £50m을 토레스가 아닌 벤트에 투자했을지도 모른다. 벤트는 2시즌간 가장 승점을 잘 벌어다주는 스트라이커였다. 만약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벤트가 승점을 가져다주는 효율성을 알았더라면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을지도 모른다. 


각 클럽의 전체 승점에서 각 선수가 벌어다준 승점의 비율을 계산한 수치에서도 대런 벤트는 2시즌간 가히 독보적이었다. 특히 2009/2010시즌 벤트는 선덜랜드 전체 승점의 45.5%를 책임졌고 이를 뒤이은 선수는 웨스트 햄 승점의 27.9%를 책임진 칼튼 콜이었다. 상당한 격차다.


2010/2011시즌에도 벤트는 이 부분에서도 리그 탑이었다. 시즌 도중에 벤트가 이적을 했지만 만약 1클럽에서 온전히 1시즌을 소화했다면 평균적으로 벤트는 팀 전체 승점의 31.5%를 책임진 것이다. 이를 뒤이어 블랙풀 승점의 29.7%를 책임진 DJ 캠벨, WBA의 26.7%를 책임진 피터 오뎀윙기가 있었다.


사실 토레스와 캐롤에게 아주 절망적인 성적표는 아니다. 토레스는 2009/2010시즌 실질적으로 승점을 벌어준 선수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다음 시즌에는 18위까지 떨어져 스티븐 플레쳐와 아사모아 기안 위에 존재했다. 캐롤의 경우는 2009/2010시즌 뉴캐슬이 챔피언십에 있었기 때문에 집계가 불가능 했지만, 2010/2011시즌 리그 15위에 랭크되었다. 



경기장에서 빨리 나가는 방법


모든 골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이적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다. 그러나 축구의 가장 본질적인 비즈니스 : 대회 우승, 유럽 대항전 진출, 1부 리그 잔류에 활용되고 있는 팩트이다.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모든 골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확인을 할 수가 있다.


일단 팀의 첫번째골을 살펴보자 : 매 경기마다 1득점을 기록하는 팀은 결코 강등될 걱정이 없을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가 38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매경기 1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득점력을 유지할 경우 평균적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승점 43점이 보장된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승점 34~35점 정도가 필요했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은 클럽의 매출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발생하게 만든다. TV 중계권만으로도 대략 £45m의 격차가 발생한다.


우리는 앞서 1골이 평균적으로 승점 1점을 보장해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것만으로는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단순히 리그에 생존하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하는 클럽들은 꾸준하게 2번째 골을 넣는 능력을 길러야하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2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50%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골을 넣는 것은 약 25%의 확률만을 보장한다. 3골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팬들은 안심을 할 수 있고 이후 교통 체증을 우려한 팬들은 조금 더 빠르게 경기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 팀이 이미 3골을 실점하지 않는 경우, 4번째 골이 나오면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쾌적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득점과 승점은 직선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S형태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추가골이 항상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3~4번째 골은 팬을 위한 엔터테이닝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골일지 몰라도 그런 득점과 승점, 리그 순위와의 상관성에 대한 객관적인 형태의 지표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안루이지 부폰, 리오 퍼디난드처럼 클럽이 상대의 득점을 막아내는 포지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스트라이커를 지켜보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스트라이커의 기여도가 다른 포지션보다 특별히 가치있는 것은 골이 잘 나오지 않는 특성 때문인 것이다. 만약 골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이라면 승점과 트로피를 보장해주는 스트라이커의 가치는 지금만큼이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의 통일성과 균형점


우루과이의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오늘날 세상은 마치 의무적으로 천편일률화 되어가는 것 같다. 사람들마다의 습관이 동일해져가고 있고 세기가 끝날 때 쯤에 배고픔으로 죽는게 아닌 지루해 죽는 사람들도 발생할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발견한 결과도 갈레아노에게는 슬픈 소식이 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엘리트 수준의 축구에서 비슷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브라질부터 독일, 가나부터 스코틀랜드까지 각기 다른 축구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골이 발생하는 전체적인 패턴은 거의 다 비슷하다. 프리미어 리그는 세리에A 보다 빠르고 반칙으로 흐름이 끊어지는 횟수가 적지만 최종 경기 결과는 잉글랜드나 이탈리아나 다를 것이 없다. 


경기 결과가 리그에 관계없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면 이제 갈레아노처럼 아주 평범한 팬이 바랄 수 있는 사항은 축구의 '심미성'이다. 사람들에겐 각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축구가 있다. 마치 육상경기처럼 빠르고 적은 패스 속에서도 많은 골을 만들어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처럼 광란의 역습을 보여주는 축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차분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유지하는 축구,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처럼 상대의 목을 점차 조여가는 축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팬은 득점이 우승과 잔류를 결정지어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원하고 구단의 이사진들이 매년 좋은 스트라이커를 구단으로 데려오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감독이 선수들을 잘 조합해서 가능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주길 희망하고 있다. 


축구의 역사는 곧 골의 역사이기도 하다. 득점은 점차 희귀한 현상이 되어버렸고 따라서 점차 더 귀중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득점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골을 넣어주는 선수의 가치 역시 동반 상승했다. 그리고 클럽들은 더 많이 골을 넣고 더 적게 실점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은 더 골을 넣고 상대에게는 덜 내주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발전된 축구 전술을 통찰하고 그것의 혁신성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의 축구는 더 이상 공격만 바라보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늘날의 축구는 공격과 수비, 상반되는 두가지 가치 속에서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ap 3. They Should have bought Darren Bent <Chris Anderson, David Sally 著>




롱패스냐 숏패스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하다. -밥 페이즐리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스토크 시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하고 있는 성적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현역 시절에도 뛰어난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토니 퓰리스 감독 지도 하에 2008년 처음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스토크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우린 타이틀 레이스를 펼치는 빅클럽들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 원정 경기를 주목한다. 춥고 강풍이 부는 브리타니아에서 성공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것, 그것은 그 팀이 진정으로 리그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점차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토니 퓰리스는 수많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감독이다. 만약 퓰리스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같은 축구까지 선보였다면 그는 근래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토크는 그러지 않았고 동시에 퓰리스는 수많은 비난과 마주하기도 한다. 스토크의 롱볼 스타일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한 축구로 낙인이 찍혔고 축구의 심미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도 스토크의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스토크를 향한 이런 냉소적인 시선은 통계 자료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 스토크는 가장 높은 롱볼 비율을 기록하며, 상대 진영에서 가장 적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

 

이런 데이터만 모아놓고 본다면 스토크는 진작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사라졌어야만하는 팀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공이 없는 상황이 스토크에게는 더 편한 것이다. 점유율 왕조가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스토크 홀로 공화정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것과 달리 퓰리스의 관점에서는 공이 없는게 더 이득인 것이다. 스토크는 공소유를 적게 해야지 자신들의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로리 델랍이 페널티 박스로 공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두 손으로 공을 잡은 순간, 그 때는 유일하게 스토크가 점유율이 골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 순간이다. 


스토크는 다수가 즐기지 않는 축구가 펼쳐지는 순간을 즐긴다. 공을 소유하고 공을 땅 위에서 굴리는 철학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공을 소유하게 되면 더 나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토니 퓰리스의 성공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스토크의 방법 : 실질적 경기 시간을 줄이자


90분간의 축구는 절대로 펼쳐질 수 없다. Opta Sports의 2010/2011시즌 기록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경기장에서 공이 움직이는 시간은 60~65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리미어 리그는 평균적으로 62.39분이며 스토크 경기는 평균적으로 58.52분이라고 한다. 스토크 시티는 교실 벽에서 시계를 떼어내 시간을 미리 몇 분 앞당겨 놓는 장난꾸러기 아이같은 존재이다. 스토크와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은 66.58분으로 두 팀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 차이는 약 8분이 된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계속해서 공을 피치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딱히 놀랄 것도 없는 결과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토크는 점유율에 있어서 완벽한 순수주의자이다. 스토크는 상대팀이 피치 밖으로 공을 내보내는 경우에 자신들이 온전한 점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 나머지 순간들은 모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스토크는 자신들만 확실하게 공을 점유할 수 있는 순간에서의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그것이 바로 세트피스다.


따라서 스토크와 경기를 펼칠 때는 다른 어떤 팀과 상대할 때보다 점유율이 의미가 없다. 아까 평균이 58.52분이라고 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실제로 공이 움직이는 순간이 45분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2010/2011시즌 스토크는 550번의 롱스로인을 시도하면서 이 부분에서 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522회를 기록했다. 스토크가 스로인을 시도하는 순간을 회상해보자. 델랍에게까지 공이 전달되는 시간, 델랍이 공을 손으로 온전히 잡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수건을 사용해서 공의 물기를 닦아내는 시간까지 그 순간에도 경기장 시계는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이 순간 스토크는 온전히 공을 점유하고 있다. 다른 팀이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을 점유하고 있고 이렇게 스토크는 상대팀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을 죽인다. 스로인은 스토크의 장점인 공중전을 펼칠 수 있게 만들고 동시에 상대의 찬스 메이킹을 억제할 수 있다. 


아르센 벵거의 철학을 신봉하는 아스날 팬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퓰리스의 경기 접근법은 혐오의 대상이다. Opta의 컨텐츠 디렉터이자 아르센 벵거의 열렬한 지지자인 롭 베이트만은 "스토크가 아스날을 상대로 득점한 4골 중 3골이 스로인이고 나머지 1골은 페널티킥이다." 라고 아주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러한 전략은 공을 다루는데 취약함을 노출하는 스토크에게 아주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1/2012시즌 스토크가 3회 이상 패스를 연결시킨 횟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했고 7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된 것은 4%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축구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던 영국의 공군 중령 찰스 리프가 주장했던 축구가 펼쳐진 것이다. 반면에 아스날은 4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비율이 36%였고 7번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횟수 역시 18%나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는데 스토크 시티가 공을 잡은 시간의 43%는 이후 정확한 패스로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토니 퓰리스의 스토크 시티는 공을 소유하면 곧바로 상대에게 공을 내주고 말았다. 반면에 아스날은 그 비중이 27%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스토크는 점유율이 역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더 많은 패스를 시도하면 할수록 공을 잃어버리는 횟수 역시 증가하며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도 늘어난다. 따라서 상대의 득점 기회가 상승한다. 지난 3시즌간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살펴보았을 때, 스토크가 상대팀보다 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에서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77회였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스토크가 상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경우,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99회였다. 스토크와 정반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아스날은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0회,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6회를 기록했다. 어쨌든 스토크는 공을 점유하려고 할수록 상대에게 더 자주 공을 뺏긴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이러한 사고방식 아래서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 전체 득점의 2/3이 오픈 플레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스토크 시티는 오픈 플레이 득점 비율이 절반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 조사기간 스토크는 롱스로인 득점이 프리미어 리그 평균의 5배를 웃돌았다. 또한 평균적으로 1경기당 오픈 플레이 득점이 0.85골인데 스토크는 고작 0.51골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아스날은 1.39골로 스토크와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벵거와 아스날,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 루이스 메노티, 요한 크루이프는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보고 경악을 할 것이다. 그런데 스토크의 방법론은 통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여기에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승격한 스토크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적인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스토크는 자신들만의 방법론으로 리그 내 거물들을 잡아냈고 다른 클럽처럼 누군가를 모방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스토크가 공을 점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스토크는 자신들 나름의 방식대로 경기를 컨트롤하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해낸다. 스토크는 공의 점유를 원하지 않으나 그 속에서도 승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게 점유율은 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공을 내주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크루이프는 이를 싫어하겠지만 이해해야한다.



첫번째, 그러나 실패한 혁명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현대 축구 흐름에서 스토크는 찰스 리프가 좋아할만한 몇 안되는 클럽이다. 30년간 노트와 펜을 가지고 축구 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리프는 점유율이 보통 3번의 패스 이하로 끝난다는 것을 주장했다. 리프는 55년간 팀이 공을 상대에게 뺏기고 다시 뺏어오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 결과 점유율은 근거없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공점유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 상당히 우수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스토크처럼 공을 가진 순간에 골을 뽑아내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리프에게는 애석하게도 스토크같이 축구하는 팀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샘 앨러다이스의 영향을 받은 팀들이 남아있으나 이제 대다수 사람들은 롱볼 게임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경향의 플레이가 무시당하는 가장 간단한 이유는 리프가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선 챕터에서 이미 검토했듯이 공을 소유하는 것은 상대에게 패배하지 않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타당한 전략이다. 공을 소유하면 우리가 득점할 기회가 올라가고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퓰리스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거다. 다만 그의 방식은 대다수 감독들과 다른 방식인 극과 극의 대응인 것이다. 스토크도 공의 소유권을 유지한다. 다만 그것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 뿐이다.


리프의 연구로 돌아가자. 리프는 축구 경기를 승리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내고자 했다 : 그의 생각은 아주 단순 명료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극대화시키면 더 많은 승리를 기록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시행하기 위해서 각 클럽은 효율적인 경기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효율적'이란 말은 적은 점유율, 적은 패스, 적은 슈팅, 적은 터치를 바탕으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골이 나오기 위해서는 9번의 슈팅이 필요하고 3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골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절반 가량의 득점이 상대의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공의 소유권을 다시 되찾아 만들어낸 골이라는 거다.


리프는 자신의 조사 결과에 따라 그렇게 주장하는게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우리 역시도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런 방식의 해석을 내놓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리프의 입장에서는 팀들이 비효율적인 패스 연결로 기회를 낭비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뺏어내고 오는 득점 기회를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했을거고.


리프가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러했다 : 3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패스가 3번 이하 연결로 종료되는 경우는 전체의 91.5%나 되었다. 따라서 공격 진영에서 부차적으로 패스가 이뤄지면 이뤄질수록 골을 넣을 확률은 떨어지는 것이고, 전체 득점의 30%가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뺏어내며 만들어낸 득점이란 것을 상기시켜보면 숏패스 게임보다 롱볼 게임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리프의 연구는 50년대와 60년대의 연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후 웨일즈 대학의 교수 마이크 휴즈,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 이안 프랭크가 다시 조사를 했다. 이번에는 데이터로 1990년, 1994년 월드컵 경기를 선정했고 리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패스는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률이 떨어졌다. 일단 두 사람은 리프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 동의했지만 곧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리프가 주장처럼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소한의 점유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마무리에 의지하는 축구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2009년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픈 플레이 득점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오직 8%의 득점만이 페널티킥이다. 즉 오픈 플레이 득점 빈도가 페널티킥보다 8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득점의 가능성만 따지면 오픈 플레이는 성공률이 12%에 불과하다. 반면에 페널티킥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77%나 된다. 


대다수 득점이 나오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강점을 가지는 팀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인 페널티킥을 잘 만들어내는 팀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감독이 선택할 사항이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득점 유형의 빈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득점 유형의 확률을 선택할 것인가. 페널티는 발생 빈도라는 관점에서 아주 드문 케이스다. 그러나 페널티만큼 확실한 기회는 없다. 반면에 오픈 플레이는 흔하지만 득점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 리프는 통계량의 특성 차이를 간과했고 특성의 차이를 고려한 순간부터 롱볼 게임은 쇠퇴했고 점유율 축구의 성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리프와 마찬가지로 휴즈와 프랭크는 더 많은 선수가 패스 흐름에 연관될수록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스 연결 횟수와 득점의 가능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패스 연결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득점을 뽑아낼 가능성이 올라간다. 오랫동안 패스 연결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클럽은 더 높은 득점 확률을 기록하게 된다. 패스가 6회 이상 지속되면 득점의 확률 역시 올라간다. 


득점을 기록하기 위해선 슈팅을 시도해야한다. 한편, 휴즈와 프랭크는 패스 연결 횟수가 짧을수록 슈팅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4회 이하의 패스 연결 후 시도한 슈팅은 5회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후의 슈팅보다 정확성이 높았다. 득점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리프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더 적게 패스하면 9번의 슈팅으로 1골이 나오는데 패스 연결 횟수를 늘리면 15번의 슈팅마다 1골이 나오는 낭비적인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석해볼 수 있다. 더 많은 패스를 연결지을수록 상대팀 수비가 진영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꼴이다. 수비가 위치를 잘못잡을 확률을 오히려 공격하는 팀이 줄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적은 패스를 시도하면서 만들어낸 높은 슈팅 정확성이 반드시 더 많은 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리프의 숫자는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료를 심도있게 분석하지 못했다. 휴즈와 프랭크의 분석에 따르면, 패스 연결 횟수가 길어질수록 유효 슈팅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득점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회와 효율성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패스 연결을 더 오래할수록 공격팀에게 슈팅의 기회가 더 많이 나오는데 슈팅 당 득점력은 떨어진다. 우리는 이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공을 점유하는 기술이 성공적인 팀과 실패한 팀을 가르는 요소임을 발견했다. 앞서 평균적으로 9번의 슈팅을 통해 1골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일 뿐이지 성공적인 팀은 실패한 팀보다 3배 이상의 슈팅을 시도한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할수록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게 되고 상대에게 공을 넘겨주지 않아야 더 많은 슈팅을 기록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기술이 뛰어나거나 점유율 게임을 펼쳐야하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에 또 적용시켜보자. 우리는 각 클럽의 숏패스 대비 롱패스 횟수를 측정했고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가 그래프 오른쪽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롱패스의 기준을 35야드 이상의 거리를 기록한 것이라 판단했고 그에 따라 자료를 정리했다. 숏패스 게임을 펼치는 팀일수록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는 아스날보다 슈팅의 효율성이 높았고 강등팀인 블랙풀은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슈팅면에서 효율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토크와 블랙풀,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이점은 후자가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롱볼을 구사하는 팀은 더 적은 득점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더 적은 득점을 기록하게 된다. 그 결과 강등권 탈출을 놓고 전쟁을 펼치게 된다. 반면에 점유에 높은 가치를 두는 팀은 테이블 정반대쪽에 위치한다. 처음으로 분석을 통한 롱볼 게임을 펼친 샘 앨러다이스, 토니 퓰리스 정도만 선방했다. 두 감독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의 능력치를 최대화시켜 클럽의 야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스토크와 볼턴에게는 롱볼이 올바른 방법론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 허나 두 팀이 롱볼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프는 대단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장한 리프의 역설과 철학은 이제 경기에서 사라져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물론 여전히 아주 정통성 있는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존재는 한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를 놓고보면 패턴은 아주 분명하다. 21세기 들어서 점유율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11/2012시즌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StatDNA의 사라 루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리프는 패스의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루드는 끝내 다시 패스의 연결 확률이 올라감을 발견해냈다. 기술의 발전, 훈련의 과학화, 피치 상태의 개선 등이 패스 축구가 과거에 비해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패스가 7번 이상 오가는 것은 이제 2번 오가는 것만큼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리프의 연구 성과를 과거의 유물로만 생각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리프가 옳다고 생각한 플레이는 아름다운 플레이가 아니며 끝내 그는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지만 데이터를 통해 경기를 바라보려는 그의 접근법 자체는 굉장히 현대적인 시도였다. 리프는 최초로 축구 경기의 핵심 사항을 데이터를 통해 꿰뚫어보려던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데이터의 활용에 개방적인 시대도 아니었고 모든 대회, 모든 경기에 대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절 역시 아니었다. 축구는 무질서한 경기처럼 보였으나 결국에는 관리가능한 요소들의 종합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점유율 게임이 널리 퍼졌고 공을 지켜낼수록 더 많은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슈팅이 더 많은 골이 나오게 만들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수록 실점의 빈도 역시 줄어든다.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패하는 횟수는 줄이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팀이 다 이렇게 플레이해야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승리를 위한 완벽한 방정식은 없다. 롱볼로 좋은 성적을 냈던 왓포드, 윔블던에게 숏패스 게임이 옳은 것이다라는 주장이 먹힐까? 지금도 롱볼로 충분히 기대치를 달성하고 있는 스토크에게도 유효할까? 2004년 유로 대회를 우승한 그리스에게 공격 축구가 더 많은 승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해서 그 말이 받아들여질까?


과거 리버풀의 감독이었던 밥 페이즐리가 "중요한 것은 숏패스냐 롱패스냐가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말했던 것처럼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팀에게는 롱볼이 맞는 옷이고 모두가 점유율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리프의 주장처럼 움직이는 팀이 롱볼 축구를 다른 이들에게 설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것에서 어긋날 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리프는 수치를 잘못 해석했다. 그가 손수 발견해낸 수치들은 분석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숫자를 통해서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리는 사항들이 실제로 맞고 틀림을 증명해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리프는 오로지 득점을 기록하는데 어떻게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만 몰두했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다. 초기에 축구가 오로지 공격에만 몰두했었는데 리프도 마찬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롱볼 게임이 총체적인 승리 전략으로 이목을 끌지 못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더 뛰어난 상대팀은 롱볼 축구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롱볼 게임 플랜은 어떻게 수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리프는 어떻게 수비를 펼쳐야할지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전술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효율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은 2012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게 패배했고 같은해 바르셀로나 역시 첼시에게 준결승에서 패배했다. 바이언과 바르샤 모두 점유율을 낭비했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리프는 효율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 축구에서 불운을 막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이 딱 1가지 뿐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축구에서는 팀의 운명을 컨트롤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어쩌면 적은 기회를 잘 살리는 효율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리프의 유산이 완전히 잊혀져 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리프는 자신보다 더 앞선 시대의 혁명가들처럼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서 굉장히 독단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리프는 처음으로 축구 경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승리하려는 시도를 펼친 인물이다. 현재 데이터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리프 없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클럽들은 리프처럼 어떤 요소가 자신들을 승리로 이끄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모두가 스토크 시티처럼 경기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바르셀로나가 될 수도 없는 법이다. 모든 팀은 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사실들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승리 공식을 만들어낸다. 리프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올바른 승리 방식을 찾아내는 것, 우리는 결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프의 시대에 비교해서 우리는 더 발전된 데이터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료의 수집과 활용 능력 면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지적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요한 크루이프 -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이탈리아 7부 리그에서 있었던 평범한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U.S.Dro 의 골키퍼 로리스 안젤리는 심장이 쫄깃한 승부차기에서 상대팀 4번째 키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 팀 Termeno의 키커 마이클 팔마가 킥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 만약 여기서 키커가 실축한다면 U.S.Dro가 승격하게 된다.


팔마가 킥을 한다. 안젤리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팔마의 킥은 골대 정중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안젤리는 씁쓸하게 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잠깐, 공이 다소 쎄게 차져서인지 약간 높게 날아오고 있다. 팔마의 킥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추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팔마는 무릎을 꿇고 피치에 쓰러졌다.


떠오른 공은 아치를 그리며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젤리는 이토록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 것을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기적을 같이 즐기기 위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은 6야드 박스 가장 자리에 떨어졌다. 절망에 빠진 팔마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안젤리는 U.S.Dro의 서포터들과 함께 미친듯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공이 한두번 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골라인을 넘어버렸다. 팔마는 이를 주심과 함께 확인을 했고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믿을 수 없는 골이 나온 것이다. 결국 승부차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U.S.Dro는 다음 킥을 성공시키지 못하여 Termeno가 승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정말로 축구는 우연의 게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골은 굉장히 자주 있는 이벤트가 결코 아니며 매우 소중하기까지하다. 클럽들은 자신들의 득점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여전히 골이란 임의적이다. 골은 확률에서 벗어나며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해프닝들이 이탈리아 하부 리그에서만 일어나는건 절대 아니다. 축구에서 행운은 시대와 수준을 막론하고 항상 발생해왔다. 폴란드에 아담 체르스카스라는 무명의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이 선수는 수비수의 클리어링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우연히 23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등으로 골을 넣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는 개리 네빌의 백패스가 피치의 파여있는 부분에 의해 공이 갑자기 튀어 올랐고 폴 로빈슨은 헛발질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실점이 나왔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패배했고 궁극적으로 유로 2008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모든 팀, 모든 팬들이 운명의 장난을 경험하나 최근 리버풀은 유난히 이러한 일들을 자주 겪고 있다. 2009년 10월 17일, 라파 베니테즈가 이끄는 리버풀은 선덜랜드와 경기를 펼쳤다. 대런 벤트가 박스 외곽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리버풀 수비수 글렌 존슨은 이를 몸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벤트가 찬 공은 피치에 난데없이 들어와있는 빨간 풍선을 맞고 굴절되어 페페 레이나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 날 리버풀은 15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코너킥만 7번 얻어냈다. 선덜랜드는 13번의 슈팅, 단 1번의 코너킥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기는 풍선이 넣은 골로 리버풀이 패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리버풀이 불평만할 것은 아니다. 이들은 행운이 따라 더 큰 이득을 봤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부터 4년 전, 리버풀은 클럽 역사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밤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AC밀란의 3점 차 리드를 따라잡으며 우승컵을 차지했는데, 특히 후반전에 단 6분만에 3골을 연달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는 이 날의 경기를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리버풀의 라이벌인 에버턴 팬들조차도 그 날 리버풀의 활약이 실로 대단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의 승리가 정말로 기적적이었는가, 단순히 우연이었는가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 날 어떤 사건들이 있었기에 리버풀의 추격이 가능했는지 언급할 때 우리는 보통 디트마르 하만의 투입, 드레싱룸에서의 라파 베니테즈의 스피치, 결코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초인적인 투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럴 듯한 이유들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는 없다. 만약 리버풀이 하만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베니테즈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했다면? 제라드가 포기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운이 좋다면 밀란 스스로가 3점 차를 포기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풍선이 뜬금없이 날아와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는게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 때문은 아니라는거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풍선, 콘스탄티노플에서의 영광은 우리가 통계에서 '아웃라이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항들이다. 이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오랫동안 경기를 뛰거나 지켜본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풍선이 골을 넣는다거나, 밀란이 단 6분만에 3점을 따라잡힌다거나, 로빈슨이 헛발질은 한다거나, 체르스카스의 등에 공이 맞고 골이 들어간다거나하는 이벤트들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그러나 크루이프 역시 축구를 계속 해오면서 깨달았듯이 스포츠에서 운은 항상 따르는 일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기적이란 것이 발생하는게 자연스러운거다.



때로는 아인슈타인 마저도 틀리기 마련 


연구가들과 축구광은 서로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는데 이들이 진지하게 축구에 대한 호기심을 암암리에 연구해온 사례들은 존재한다. 축구를 경제학, 물리학, OR, 심리학, 통계학과 같은 학문들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축구란 게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신들만의 연구법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들은 다각도로 축구에서의 확률과 무작위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했다. 이들의 방법론과 그에 따라 활용되는 도구는 서로 다르나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과거 축구 통계의 시초이기도 했던 찰스 리프의 도전처럼, 이들의 공통된 주제 역시 마찬가지다 : 축구 경기와 우승은 실력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면 운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는 축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아닐 수 있으나, 축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게임이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대회는 가장 강한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는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이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구단주들은 선수 수급에 뭣 하러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감독은 완벽한 조직력을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시도하며, 팬들은 팀의 승패에 그토록 열성을 보이는 것일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감독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선수들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전자를 그러니까 운보다는 실력이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이길 바라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 1966년 월드컵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처럼 이변의 발생은 축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소잿거리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위대한 감독을 데려온다면 자연스레 (실력 상승으로) 우승이 따라오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축구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고 각각의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베팅업체, 연구실의 협조를 받아 아름다운 축구를 동경하는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시간동안 유럽에서 진행된 리그 경기와 컵 대회 경기 그리고 1938년 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이 수많은 경기를 조사한 결과 우리는 기본적으로 50:50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로 절반은 실력이고 절반은 운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축구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조차도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조차도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확률의 존재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어쨌든 신은 주사위 놀음은 하지 않는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불확실성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축구팬들이 오죽하겠는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행운이 아닌 경기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위안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축구란 경기의 미학에 대해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 팬들은 추하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멋진 패배를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미국의 스포츠 기자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위대한 평가관은 당신들이 경기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가 아닌 경기 내용이 어땠는가를 보고 결정한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게는 성적에 무관한 찬사가 따르기 마련이다. 1954년 매직 마자르의 헝가리,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1970년과 1982년의 브라질, 근래의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은 성적과 무관한 찬사가 뒤따른다. 그러나 유로2004 우승의 그리스, 1990년대 이탈리아와 서독, 스토크 시티는 합리주의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심미성이라는 것이 사실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 결승전을 회상해보자. 네덜란드는 의도적으로 상당히 난폭한 축구를 펼쳤고 우연의 논리성을 지지하는 요한 크루이프조차도 당시 네덜란드를 "추악하고 천박하며 꽉막힌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안티 풀볼" 이라고 표현했다. 토탈 사커의 고위 성직자와도 같은 크루이프는 욘 헤이팅하와 나이젤 데 용을 제명시키는 것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빠뜨린 관점이 있다. 만약 82분에 나왔던 아르연 로번의 찬스가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의 전략을 통해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미녀(70년대 네덜란드 토탈 사커)가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야수(2010년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가 이뤄낼 뻔 했다. 2010년 네덜란드 축구가 보기 좋은 축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공을 만드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빨 좋은 前바이어 레버쿠젠의 스포팅 디렉터 라이너 칼문트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축구는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축구에는 예술 점수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름다운 축구는 성공을 거둔 팀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필요조건 역시 못 된다.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분석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치는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효율적'이란 말에 대해서 짚고 가야할텐데 공을 소유하고 되찾아오며, 프리킥을 얻어내고, 슈팅을 시도하여 결국에 골을 넣는 것들을 '효율적'이라 가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으로 피치에서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해왔다.


아주 확실하게 경기를 압도하면서도 패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10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첼시는 25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는데 단 1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버밍엄 시티에게 패배했다. 1년 전에는 헤르타 베를린이 쾰른을 상대로 17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2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쾰른에게 패배했다. 2006년 만우절에 있었던 사라고사와 비야레알의 경기에서는 29번의 슈팅을 시도한 사라고사가 비야레알에게 0:1로 패배했다. 축구에서는 '경기를 못 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1950년 월드컵에서 미국이 잉글랜드를 이겼고, 1990년 월드컵에선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이겼으며 1988년 FA컵 결승전에서는 윔블던이 놀랍게도 리버풀을 이겼다.


가장 최근에는 첼시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준결승에서 첼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80분간 수비만 했고 결승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120분간 두들겨 맞았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리오넬 메시, 챠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첼시는 80%의 점유율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1,2차전 합계로 바르셀로나는 5번이나 골대를 맞췄으며 1번의 페널티 미스,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첼시는 결승전에서도 바이언 공세에 포위를 당했지만 끝내 이를 버텨내 승리를 만들어냈다.


독일 언론은 첼시의 우승이 조롱거리라 주장하며 '부당한 결과' 라고 서술했고 특히 독일 언론 Die Zeit 는 첼시의 우승이 축구 역사 교과서의 사고(accident)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결승전 당일, 바이언과 첼시의 슈팅 수는 각각 35:9였으며 코너킥 횟수 역시 20:1이었다. 이 단 한 번의 코너킥에서 첼시의 득점이 만들어졌다. 독일 축구협회 DFB 회장 볼프강 니어스바흐는 '축구는 공평한 스포츠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특성이기도 하다. 더 많은 슈팅, 더 많은 패스를 기록한다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상은 골을 기록하는 팀에게 향한다. 가디언의 리차드 윌리엄스는 바이언과 첼시의 결승전에 대하여 "축구는 예술성을 가늠하는 대회가 아닌 골을 넣는 대회다. 물론 두 가지가 온전히 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름다움은 최우선의 가치가 아니다." 라고 평가했다.


풍선, 기적, 승부차기 실축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 것 모두 우연의 한가지 케이스일 뿐이다. 축구에 관심이 적은 학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비슷한 사례들을 취합하여 분석 기법을 활용, 그 불확실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우연에 대해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고 하늘의 뜻이라고 설명하려 하지 않았으며, 결과 대신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발견한 해답은 요한 크루이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이다. 우연은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연을 두가지 경우로 분리하여 볼 수 있다. 먼저 리그와 컵 대회에 우연성의 논리가 통한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대회 전체 득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시즌 전체 예측보다는 개별 경기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더 강한데 골을 만드는데 있어서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사실 거의 50:50이라 봐야할 정도다.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득점의 절반이 선수의 기술이나 실력이 아닌 운과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축구에서 성공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나는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것, 다른 한가지는 운이 따라주는 것. 개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 가지만 충족되어도 충분할지 몰라도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Die Zeit 의 기자가 했던 말은 옳은 말이다. 축구의 역사는 사건 기록의 집합체이다. 크루이프가 주장했던 것처럼 우연은 당연히 발생한다.



프러시아 말과 축구 선수의 공통 분모


우리는 이제 우연과 확률을 활용해 1시즌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일단 본론으로 가기 전에 살짝 우회하겠다. 우선 우리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19C 말 프러시아 기병대와 러시아 경제학자들에 대한 사례를 알아볼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처럼 기병대 말 역시 미쳐날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에 의한 결과는 축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1875년부터 1895년까지 20년간 196명의 병사들이 자신의 애마에게 차여서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애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우연이 아닐까? 기병대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말이 겁을 먹거나 미쳐 날뛰는 상황들을 최소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군대 역시 없다. 각각의 사건은 우연히, 무분별하게 발생한 사건으로 말그대로 불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러시아 기병대 군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위치에 서있던 것일 뿐이다. 여기에 패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건 그냥 단순히 우연이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학자 라디슬라우스 본 보르트키에비치는 19C 자신의 애마에 차여 죽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는 280칸의 표를 만들었고 (14개 기병대 x 20년) 각각의 칸에 기병대마다 연간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그는 절반 정도의 칸이 비어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51%) 즉각적으로 발견했고 칸이 비어있다는 것은 그 해에 말에게 차여서 죽은 병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에 1명이 죽은 경우는 33% 미만 이었고 2명이 죽은 경우는 11%, 3명이 죽은 경우는 4%, 4명이 죽은 경우는 단 2차례, 5명 이상이 죽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보르트키에비치는 표를 연구하며 우연함에 어떠한 논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무작위성에도 일종의 지속성이 있는게 아닐까란 추측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상은 프랑스의 수학자 시몽-데니스 포아송이 포아송 분포를 발견하는데 기여했고 포아송은 자신의 저서에 두 개의 트럼프 카드 묶음을 놓고 가장 위에 있는 카드부터 순서대로 집었을 때 같은 숫자가 매칭되는 경우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


기병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르트키에비치는 포아송 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포아송 분포는 주어진 범위 혹은 시간 내에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확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포아송 분포를 활용하여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전반적인 빈도, 분포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속적이며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분석을 하는 것이다.


말이 자신의 주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벤트이다. 브로트키에비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1년에 부대 당 0.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브로트키에비치의 자료와 포아송 분포를 활용한 확률을 대조해본 결과 상당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포아송 분포는 불확실하며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우연인 사건도 사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브로트키에비치는 마굿간의 상태, 말에게 적절하게 사료를 제공했는지, 말의 훈련량, 그 말이 어떤 종인지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분석을 시도했다.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것은 가장 기본적인 비율, 그러니까 '1년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말에게 차여서 죽는가'였다.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망자가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꽤나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우연과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포아송 분포를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들을 조사하는데 활용해왔다. 세계 2차대전에서 런던에 V2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교통 사건의 발생 빈도, 방사선 붕괴 확률 같은 것들 그런걸 예측하는데 포아송 분포를 활용했었다. 이것이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방사선 붕괴,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말에게 차여서 사망할 확률처럼 득점 역시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가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동시에 득점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득점은 무작위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득점에 더욱 짜릿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최상위 리그의 득점을 포아송 분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간동안 경기당 평균 2.66골이 나왔고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경기에서 총 몇골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예측을 해볼 수가 있다. 앞에서 사망자 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여러 환경 조건을 몰랐듯이 이번에도 어떤 전술이었는지 무슨 포메이션었는지 라인업이 어땠는지 감독이 누구였는지 관중 수는 몇이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해도 예측해낼 수 있다. 축구는 무작위성의 게임이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하다.

 

즉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다음 시즌에 대략적으로 30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이며, 70경기에서 딱 1골, 95경기가 전체 2골, 80경기가 3골, 45경기가 4골, 50경기 이상이 5골 이상이 들어가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일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고? 1시즌에는 총 380경기가 치러지며 득점은 약 1,000골 가까이 나온다. 포아송과 브로트키에비치의 연구에 따라 우리는 우연의 논리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포아송 분포는 개별 경기 득점 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주 평펌한 토요일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 11월 7일 경기 스코어는 각각 2:2, 2:1, 2:2, 4:2, 1:1, 2:1, 2:0 이었다. 딱히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스코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한 시즌을 통틀어 더 자주 나오게 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의 2:1 승리가 선덜랜드의 2:0 승리보다 더 자주나올까?

 

우리는 네덜란드의 스포츠 미디어 그룹인 Infostrada로부터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록, 지난 10년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어떤 스코어가 어떤 빈도로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받았다. 우리는 각 스코어 빈도에 대한 확률을 계산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스코어는 바로 1:1 무승부이다. 전체에서 11.6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홈팀의 1:0, 2:1, 2:0 승리보다 앞섰고 무득점 무승부, 원정팀 1:0 승리보다 더 높은 확률을 기록했다.





득점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귀중한 이벤트이다. 전체 경기의 30% 이상이 1득점 혹은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절반 가량이 홈팀의 1~2득점으로 승부가 갈린다. 원정팀의 2:1 승리, 홈 팀의 3:1 승리, 2:2 무승부 같은 경우들은 약 5%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우리가 뽑았던 표본에서도 단 1경기, 볼턴이 토트넘에게 4:2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하게 특별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는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대륙에 있는 다른 상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축구와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는 축구는 다르지 않았던가? 특정한 한 주를 지정해서 각 리그별로 그 날의 스코어를 확인해 보아라. 별다른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축구광들에게 꽤나 놀라움을 선사하겠지만, 축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결과가 아니기도 하다. 예측한 수치와 실제값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아송 분포를 통해 우리는 7.7%의 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34%였다. 우리는 1:0 승부를 19.7%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8.5%였다. 그러나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꽤나 근접하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말의 발길질이 사람의 발길질보다 더 정확한 예측성을 가지는 것은 축구에서 무승부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프러시아의 마굿간보다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 더 복잡하고 강한 우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날뛰는 말보다 축구공이 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리그 수준과 시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골에는 언제나 우연의 수학적 논리가 작용한다. 이것이 진정한 축구의 모습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독에게 위로가 되고 도박사들에게는 용기를 북돋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팬은 다른 면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연이 내가 주말에 지켜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지하는 팀의 승패는 실력 때문일까? 아니면 운명의 배신 때문일까?



도박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리버풀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5,000경기 이상의 경기를 치러왔고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 AC밀란 전 역시 그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112년의 클럽 역사에 있어서 3골을 따라잡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팬들이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같은 경기는 정말 드물게 나오는 케이스이며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승부지만 그것이 기적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4년 오스트리아는 리버풀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는 단 3분만에 3골을 따라잡았고 스위스를 7:5로 이겼다. 찰턴은 빌 샹클리가 허더스필드를 지휘할 당시 4골 차이를 극복하고 7:6 승리를 만들어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을 3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에우제비우가 혼자서 3골을 넣었다. 사례를 찾아보면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 2000년에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전반전 3:0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를 5:3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AC 밀란도 2011년 레체에게 3골 차 리드를 허용하고 있었지만 케빈-프린스 보아텡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역전 승을 만들었다.


우리는 앞서 이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보기 드문 케이스인가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그러나 스위스 통계학자 야콥 베르누이가 만들어낸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베르누이가 말한 대수의 법칙은 이런 식이다 : 무언가를 충분히 많이 계속 시도한다면, 모든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8개의 동전을 던진다고 하자.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지만, 8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을 일주일에 4번, 40년간 시행한다고 한다면? 매년 2주씩의 휴가가 있다고 가정하고 40년 동안 한다고 하면 8,000번 이상을 시행하게 되고 동전만 6만 4천번 던지는 것이다. 이제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경우는 희박하지 않다. 어쩌면 꽤나 많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40년간 단 한 번이라도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고 하면, 당신은 무조건 나온다에 돈을 걸어야 한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끝내 적어도 한 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리버풀처럼 축구를 오래하고 보면 3골차 리드를 따라잡는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2011년에 아스날은 뉴캐슬에게 4골 차 리드를 따라잡혔지만 2012년에는 레딩을 상대로 4골 차를 따라 잡았다. 시즌 무패를 달성하는 것, 12경기 연속으로 패배하는 것, 풍선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모두 시간을 넓게 잡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통계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아웃라이어(이상치)라고 부른다. 하지만 얼마나 드물게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희귀하길래 이스탄불의 기적에서처럼 경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만큼 운이 중요한 것일까? 운은 축구의 중요한 요소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증명을 해냈다. 어떠한 감독, 스트라이커, 골키퍼 모두 항상 운이 따를 수는 없다. 베팅 업체와 프로 도박사들은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생사가 걸려있다.


베팅 업체는 운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경기가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면 어느 누구도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예상은 불가능 할지라도 최근 폼, 부상같은 변수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을 할 수 있다. 그런 정보들이 배당률에 영향을 주며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팀이 선정된다. 우리는 배당률을 통해서 스포츠의 우연과 예측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팀이 경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즉 상대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운이 필요하다. 만약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행운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베팅업체는 두 팀의 승리 가능성을 동일하게 예측할 것이다.


일단 이 정도 사항에 대해서 알아두고 지금부터는 도박사들이 축구와 다른 스포츠에서 행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우리는 베팅업체들이 축구에 대해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라 예상하자. 그러니까 '야구보다는 축구가 경기 결과를 맞추기 어렵다' 라고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2010/2011시즌의 NBA, NFL, MLB, 독일 핸드볼 대회, 잉글랜드부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프로축구 1부 경기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질 첫번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 배당률 상으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클럽은 실제로 경기에서 이겼는가?


축구에서 배당률이 낮은 팀이 승리할 확률은 아주 근소한 우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50%를 간신히 넘겼다. 반면에 핸드볼, 야구, 미식축구는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실제로 이긴게 2/3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야구는 거의 정확하게 60% 수준이었다. 즉 베팅 업체의 배당률은 축구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2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유독 축구가 행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아니면 도박사들이 특별히 축구만 못맞추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지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종목별로 배당률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서 배당률의 격차가 다르기 때문에 적중률이 낮은 것이 아닐까?


배당률은 동등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보통 경기를 치르면 이길 것이라 기대되는 팀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있다. 만약 동전 던지기가 스포츠 종목이라면 승리가 점쳐지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50:50의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은 항상 2.0이 될 것이다. 만약 실력이 승리로 100% 연결된다고 할 경우, 배당률은 언제나 1.0일 수밖에 없다. 리그 경기나 스포츠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팀의 배당률은 1.0에 가깝게 형성될 것이고 더 낮은 가능성을 두고 싸우는 언더독은 1.0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위 그림에서 점은 중위수를 나타내며 수직선은 확률의 폭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수직선의 가장 아래쪽은 그 시즌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팀의 최저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고 위쪽 끝은 최고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게 축구는 기타 4종목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핸드볼은 축구에 비해서 강팀이 우세가 심한 스포츠다. 즉 저배당을 받은 팀은 높은 확률로 승리한다. 승리 예측팀의 배당률의 중위수는 1.28이었다. NBA와 NFL은 1.42와 1.49였고 야구는 배당률의 차이 폭이 상대적으로 제일 좁았다. 압도적인 저배당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가장 낮은 배당률은 1.24였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승리할 것이라 예상되는 팀의 배당률 중위수 값이 1.95였다.


축구에서는 낮은 배당률을 받아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2가지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축구에서는 골이 드물게 나오며 무승부가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구는 배당률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배당률이 높은 팀이 승리할 확률도 높다.


저배당인 팀 승률이 50%에 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지식들과 충돌한다. 당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이 정도의 데이터 만으로 답을 낼 수는 없다 : 축구 경기는 항상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도박사들도 실수할 수 있는게 당연한 사실 아닐까?


그러면 우리는 저배당과 고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확률이 종목 별로 서로 다른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팀의 배당률 차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의 배당률과 언더독의 배당률 차이를 확인해보았다.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들자면, 50:50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 차이는 0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다면, 배당률 차이는 50%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료들을 리스크 수준에 따라 6개의 그룹(블루칩부터 정크 본드까지)으로 구분을 했다. 블루칩은 저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역시 아주 낮은 경기다. 언더독 입장에서는 여기서 승리할 경우 가족 생계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승부가 예측되는 경기다. 우리는 각 그룹 별로 오버독이 이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채권 상품처럼 리스크와 실적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래프에서 추세선은 리스크와 수익률에 대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데 축구의 추세선은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낮은 위치에 있다. 이는 배당률값이 얼마나 낮았는가와 전혀 무관하다. 50% 이상의 배당률 차이를 만들어낼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예상된 경기들을 살펴보았을 때, 축구는 65%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농구는 80% 이상의 승률이 기록되었다. 6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보다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승리할 확률이 낮다. 축구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와 10~15%의 차이를 보이며 축구는 위험성이 높은 베팅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베팅 업체도 전력 차에 상관 없이 행운이란 변수에 축구가 상당히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2010/2011시즌 딱 1시즌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고 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로스 알러모스 국립 연구소 소속의 이론 물리학자 엘리 벤-나임이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보스턴 대학의 시드니 레드너와 페데리코 바스케스는 과거의 기록까지 조사하여 훨씬 복합적인 연구를 시행했고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벤-나임과 레드너, 바스케스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어떻게 대회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는가였다. 이들은 약팀이 강팀을 잡을 확률을 계산하고자 했고 이들은 베팅 업체의 도움을 빌리지 않은채 자체적으로 배당률을 결정했고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알아봤던 사실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888년 이후 잉글랜드 축구 리그, 1901년 이후의 MLB, 1917년 이후의 NHL, 1992년 이후의 NFL을 모두 합친 결과 300,000 경기나 되었다.


연구팀은 축구가 가장 불확실한 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장에 갑자기 풍선이 등장할 확률도 골대를 맞출 확률도 다른 종목에 비해서 크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43,000 경기를 조사한 결과 언더독이 승리할 확률은 45.2%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와 꽤나 비슷했다. 


즉 준비가 미흡하거나, 선수의 질이 나쁘거나, 부상자가 속출하더라도 막상 경기를 치르면 이길 확률이 꽤 된다는 것이다.



축구 과학자들의 연구 자취를 따라


축구에 정말로 관심이 있는 극히 소수의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에서 행운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시도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안드레아스 호이어 교수와 연구진은 말의 발길질로 인한 사망과 포아송 분포의 차이, 경기당 득점과 포아송 분포를 통한 예측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했고 왜 그런 오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축구의 득점이 포아송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이들은 한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골이 연달아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떄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2골이 터지면 3골, 4골 심지어 6골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2011년의 맨체스터 더비를 생각해보자. 시티 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자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반드시 잊고 싶은 날 : 4번째 득점부터 6번째 득점까지 연달아 들어간 것은 축구에서 흔히 언급하는 '모멘텀(momentum)' 때문일까? 아니면 시티 선수들의 더 우세한 컨디션과 기량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호이어 팀은 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지난 2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분석했다. 이들은 전체 득점의 패턴에서 당일의 컨디션과 실력이 더 중요한 사항인지 아니면 퇴장, 부상, 모멘텀 같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한 '노이즈'가 더 중요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수학적으로 표현했을 때, 축구 경기는 두 팀이 동전 던지기를 펼치는 게임과 같다라는 것이었다. 득점이 나올 확률은 동전이 연속으로 3번 앞면이 나올 확률과 동등하며 동전을 던지는 전체 횟수는 두 팀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즉 스쿼드 퀄리티는 전체 슈팅 횟수를 결정지을 것이고 각각의 슈팅은 1/8 확률로 득점으로 연결될 것이다. 호이어 팀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이며 그 다음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 그리고나서 모멘텀 같은 부차적인 것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승리팀을 결정짓고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지는가를 결정한다. 만치니의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들겨 팰 수 있던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기량이 특별히 더 우세하거나 원사이드(one-side's direction)한 경기여서가 아닌 단지 맨체스터 시티의 운이 끝내주게 좋았기 때문인 것이었다.


팬들은 팀의 전반적인 기량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도 충분히 존재한다. 몇년 전에는 천체 물리학자인 매리랜드 대학의 제라드 스키너 박사, 워릭 대학의 가이 프리먼 박사까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행했다.


두 사람은 대수학과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실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팀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1938년 부터 2006년까지의 월드컵 경기를 조사했는데 더 잘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결과가 실제로 두 팀의 실력 차이를 아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만약 실력이 경기 결과와 일치한다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유벤투스가 로마를 상대로 이긴다. 로마는 우디네세를 이긴다. 그러면 우디네세는 결코 유벤투스를 이길 수가 없다. 실력적으로 우리는 이미 유벤투스가 로마보다 강하고 로마는 우디네세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방금 주장한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키너와 프리먼은 이런 흐름이 축구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사실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3팀 사이의 실력 차, 유벤투스와 로마 그리고 우디네세의 실력 차가 굉장히 근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유벤투스가 우디네세 1군이 아닌 우디네세 U-10팀이나 지역 조기축구회 팀가 경기를 펼친다면 성립될 수는 있겠다. 현저한 실력차는 축구에서 더 많은 실수가 발생하도록 유발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력이 나쁜 팀은 실력이 좋은 팀을 더욱 이기기 힘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는 월드컵 경기의 절반 가량이 실력이 아닌 행운으로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축구에서 우세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는 절반, 그러니까 동전 던지기와 축구는 상당히 비슷한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캠브릿지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교수는 2006/2007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 순위가 실제로 그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진짜 리그 최고의 팀이고 강등을 당한 왓포드, 찰턴, 셰필드가 가장 실력적으로 뒤떨어지는 팀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스피겔할터 교수는 전체 승점 중 몇 점이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파악해보았다. 프리미어 리그 역대 전적을 고려했을 때, 홈팀이 승리할 확률은 48%, 무승부가 나올 확률은 26%, 원정팀이 이길 확률은 26%였다. 그는 이것을 48/26/26 법칙이라고 부른다. 각 팀의 실력이 구분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48/26/26 법칙을 이용해 모든 경기 결과를 예측해낼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위치, 강등을 면하기 위해 경쟁하는 위치의 테이블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 팀들 사이의 확실한 실력차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운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승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피겔할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정도 승점은 행운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겔할터 교수는 프리미어 리그의 20개팀 중에 상위권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뿐이라는 답을 내렸다. 두 팀이 리그 테이블 상위 10위에 위치할 확률은 각각 53%와 31%였다. 왓포드는 강등당할 확률이 77%였고 이는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강등 확률이었다. 반면에 셰필드는 강등될 확률이 30%였고 이는 위건이나 풀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팀은 그 시즌에 살아남았다. 풀럼과 위건은 셰필드보다 나을게 없었지만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행운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나다


마틴 람스 교수는 팬들에게 가장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뮌헨 공대에서 스포츠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FC 아우크스부르크, 바이에른 뮌헨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즉 생계를 위해서 축구를 지켜보는 인물이다. 람스 교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것은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록 및 분석하는 시스템인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픽은 바로 축구에서의 '행운'이다.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각 팀의 행운과 불운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굴절되어서 들어간 골, 크로스같았던 슈팅같이 이것이 피땀 흘린 훈련의 결과인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보유한 선수의 초인적인 센스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행운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 파악하고자했고 람스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선수들이 기록한 6번의 득점 상황 가운데 1번은 행운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과를 알아냈다. 즉 6번 중 한 번의 골은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컨트롤할 수 없는" 사항들이 강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년간 2,500경기 이상을 관찰했고 어떤 득점이 행운의 결과인지 구분을 했다. 람스 교수의 조교인 알렉스 뢰슬링은 어떤 과정을 통해 행운이 들어간 골인지 구분하는가 설명한다.


"2006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필립 람의 멋진 골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람의 슈팅 이전에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사건입니다. 코스타리카가 공을 잘못 걷어냈고 이것은 람의 득점이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획할 수 있는 성격의 골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3번째 득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람의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맞고 궤적이 바뀌었습니다. 공의 낙하지점이 바뀌었고 운이 좋게도 클로제에게 공이 연결되었습니다. 클로제의 헤더를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하필 또 골키퍼가 막아낸 공이 클로제 앞으로 리바운드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람스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골들에 행운이 섞여있는 것이라 판단했을까? 리그와 대회 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발견한 대답은 44.4%였다. 즉 행운이 영향을 미친 골이 44.4%라는 것이다. 또한 0:0 상황에서 그런 가능성이 나올 경향성이 더 짙었다. 두 팀의 자신들만의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 때, '우연'이 골이 들어가는데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즉 절반에 가까운 득점에서 우리는 행운을 감지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과 강팀이 이길 확률 모두 50:50 싸움이다. 당신이 이번 주말에 축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승리에 완벽히 도취되거나 혹은 패배의 씁쓸함) 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축구가 50:50 싸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지 더 행운을 많이 누릴 수 있을까?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슈팅을 더 많이 때리면 행운이 찾아올 기회도 더 생기지 않을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람스 교수는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하는 팀이 실제로 이길 확률도 계산해보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 리가, 세리에A에서 펼쳐진 총 8,232개 경기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47% 정도에 불과했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그것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슈팅 말고 유효 슈팅으로 좁혀보아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었다. 벗어날 수도 있는 슈팅보다 상대의 골문을 직접 위협하는 유효 슈팅이 더 낫지 않을까란 판단 하에 이루어진 작업이었으나 유효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58% 사이였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자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라는 크루이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루이 반 할이다. 과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을 수행한 반 할은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온 자신의 감독 생활동안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저항했고 그는 철저한 규율론자이며 선수들이 지켜야할 여러가지 행동 강령들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할은 피치 안팎으로 아주 명확하고 절대적인 규율이 있어야 최고의 축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 할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루카 토니의 식사 태도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토니는 점심 식사시간에 자신의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물음표와 같은 모양처럼 허리가 휘어져 있었다고 한다. 반 할은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토니를 발견했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라고 고함을 질렀다. 토니가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고 이에 반 할은 자신이 직접 다가가 토니의 티셔츠를 부여잡고 토니를 들어올리 듯 일으켜 세워 꼿꼿이 앉도록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 할은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축구에서 행운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축구에서 팀규율, 질서, 재능, 조직력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부정을 할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포아송 분포가 사실로 맞아 떨어지고 있고 득점의 절반에는 행운이 따른 것이며 더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우리는 기병대의 말, 도박사들, 과학자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발견해냈고 과거에는 시행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축구는 동전 던지기와 똑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우연과 논리는 정확하게 절반씩 나뉘어 축구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축구에서 행운을 떼고 볼 수 없다. 축구에 행운이 개입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소 철학자스러운 면모를 지닌 스페인의 후안마 릴로 감독은 "감독이 하는 것은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최대한 높여보려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축구에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즉 예산, 선수 그리고 클럽의 자산들을 가지고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이라는거다. 돈을 현명하게 투자하고 훈련을 잘 시키고 전술을 잘 개발하고 그렇게 해낼 수 있는 훌륭한 감독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은 결코 컨트롤 할 수 없다. 우리는 피치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 손으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돈이 오가는 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들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 올리고, 가능한대로 불확실성을 낮춰보려는 노력이 바로 축구다.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ris Anderson & David Sally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60분동안 경기를 지배했고 그 이후로는 경기 종료까지 버티기에 돌입해 승리를 쟁취해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선발 라인업에서 부진하고 있는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빼고 대니 웰백을 포함시켰다. 조니 에반스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자 퍼거슨 감독은 리오 퍼디난드의 짝으로 네마냐 비디치를 선택했다.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다니엘 스터리지를 벤치에 앉혔고 스튜어트 다우닝과 라힘 스털링을 기용했다. 리버풀은 후반전부터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주도권을 잡는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전반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진

 

카가와 신지, 에슐리 영, 웰백은 중앙 및 좌우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마 라인업을 보고 사람들은 평소처럼 영이 왼쪽 윙어 역할을, 카가와는 도르트문트 시절에 맡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발렌시아 대신 투입된 웰백이 발렌시아가 뛰었던 오른쪽 윙어 역할을 맡을 것이라 예상했을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퍼거슨 감독은 영과 카가와를 각각 오른쪽, 왼쪽 윙어로 기용했고 웰백을 전방에 배치시켰다. 웰백의 빠른 속도 덕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압박을 강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카가와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가져갔고 이에따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앙에 또 다른 패스길을 얻을 수 있었다. 부상까지 당했던 에슐리 영은 활약상이 적었다.

 

 

리버풀의 압박?

 

이번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팀의 서로 다른 방식의 압박 플레이였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는데 있어서 리그 최고 수준을 달리는 선수지만 이번 경기에서 수아레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센터백을 압박하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존조 쉘비를 기용하지 않고 밑으로 내려앉은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한 로저스 감독은 수아레즈 혼자서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하는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리버풀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선수들을 압박하기보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진 패스를 차단시키려했다. 리버풀의 윙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풀백을 방어했고 초반 10분간은 조 앨런이 마이클 캐릭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방어했다. 캐릭이 신체적 접촉을 이용한 압박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걸 노린 전략이었겠으나 앨런은 이 역할에 적합하지 못한 선수였다. 존조 쉘비 혹은 조단 헨더슨이 앨런보다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이기 때문에 캐릭을 대인 방어하는 것에는 앨런보다 두 선수가 더 적합하다. 둘째로 앨런은 캐릭을 방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야해서 이전보다 패스를 쉽게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톰 클레버리를 맡은 스티븐 제라드는 클레버리를 효과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





유나이티드의 압박

 

리버풀과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주목할 부분은 리버풀이 후방부터 공을 마음대로 뿌리지 못하도록 전략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올시즌 첼시, 맨체스터 시티 원정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측면을 이용한 빠른 역습을 구사해 승리를 얻어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올드 트래포드여서 그랬던 것일까? 지난시즌 퍼거슨 감독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로저스가 이끄는 스완지 시티를 상대로 압박 축구를 시도해 승리를 따냈다. 유나이티드의 압박 때문에 앙헬 랑헬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뺏기는 실수를 저질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상황에서 유일한 이 경기의 득점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경기에서 다니엘 아거가 반 페르시를 마크했다. 루카스 근처에 위치한 대니 웰백은 미드필더 위치와 공격수 위치를 오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방 압박에 리버풀은 전반전에만 위험 지역에서 3차례 공을 뺏겼다. 페페 레이나는 에슐리 영에게 패스를 해버렸고 스티븐 제라드가 최종 수비수로서 태클을 시도해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도 있었다. 조 앨런은 캐릭의 압박에 실수로 대니 웰백에게 패스를 연결시키고 말았다. 아마 리버풀이 원했던 그림은 앨런이 캐릭을 압박해 캐릭이 실수하는 것이었을텐데 말이다.

 

 

공격진에서 움직임

 

압박의 차이는 공격 움직임의 차이를 불러왔다. 다우닝과 스털링은 측면을 뚫기보다는 중앙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에서 전방을 향한 패스 루트를 더 많이 만드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지만 리버풀 선수들끼리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보다 쉽게 상대 선수를 향해 이동할 수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발렌시아가 투입되었음에도 양팀의 윙어들은 측면에서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어낸 것은 양 팀의 수비수들이었다. 글렌 존슨과 안드레 위즈덤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었고 파트리스 에브라는 측면에서 반 페르시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캐릭의 패스를 받은 하파엘도 전반 종료 직전에 반 페르시의 두번째 골을 만들어낼뻔 했다.

 

수아레즈는 전반전에 동료들의 도움을 좀처럼 받질 못했다. 점차 수아레즈는 유나이티드의 센터백들과 거리를 두고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발이 빠르지 못한 네마냐 비디치는 자신의 위치를 지켰고 리오 퍼디난드가 수아레즈를 따라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곤 했다. 반면 로빈 반 페르시는 공을 잡고 영리한 움직임으로 리버풀 수비수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루카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반 페르시에게 가는 공을 차단하는 것일텐데 루카스는 이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라인 사이를 침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곤 했다.





포메이션을 변경한 리버풀

 

로저스 감독은 후반전에 과감하게 루카스를 빼고 스터리지를 투입했다. 중앙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시켰고 4-4-2 보다는 4-2-3-1과 유사한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스털링은 보리니와 교체되었고 윙어들이 보다 전진 배치되었다. 수아레즈는 최전방에서 벗어나 아래로 내려와 10번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 때부터 경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두 팀 모두 2명의 공격수를 기용해 미드필드 지역은 이제 덜 혼잡해졌다. 수아레즈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캐릭과 클레버리는 수비 라인을 조밀하게 만들기위해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제라드와 앨런도 이전보다 압박을 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이제 보다 공을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전반전에 보이지 않았던 제라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유나이티드에게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후방에서 웰백을 향해 길게 공을 넘기면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리버풀이 포메이션을 바꾼 이후로는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았던 것은 사실이다. 교체 투입된 스터리지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수아레즈가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리버풀이 살아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이에 오랫동안 대응하지 않았던건 놀라운 부분이다.

 

리버풀은 동점을 만들어야했고 공격수를 더 많이 투입시키면서 그 의지를 드러냈다. 유나이티드에게 필요했던건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결국 77분에서야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 신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필 존스를 투입시켰다.

 

 

결론

 

두 팀 모두 경기를 지배했던 시간이 있었다. 유나이티드는 전방 압박으로 리버풀이 실수를 하도록 유발했고 전반전에 리버풀을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 리버풀은 스터리지를 투입한 이후 후반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래를 통해 리버풀의 전,후반 슈팅 차이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퍼거슨 감독은 이전의 빅매치들과 다른 전략을 꺼내들었고 이는 필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후반전에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은 시점에 변화를 빠르게 주지 않았던 점은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로저스 감독은 처음에 전략을 잘못 짰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로저스 감독은 에버튼,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술을 수정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냈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로저스 감독의 용병술이 어느정도 성공을 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3/01/14/manchester-united-2-1-liverpool-united-press/